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닥은 6.97% 오른 854.47에 마감했다. [연합]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닥은 6.97% 오른 854.47에 마감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이달 들어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 상위권을 코스닥 레버리지 상품이 휩쓸었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코스피 반도체 대형주가 급락하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며, 코스닥으로 수급이 쏠리면서다. 다만, 코스닥 지수가 고점 대비로는 여전히 -30% 수준인 만큼, 추세적 상승까지는 근본적인 체력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ETF 상승률 상위 5개 종목은 모두 코스닥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KIWOOM 코스닥150선물레버리지가 50.96% 올라 1위를 차지했고, TIGER 코스닥150 레버리지가 49.65%, RISE 코스닥150선물레버리지가 49.27%,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가 48.47%, HANARO 코스닥150선물레버리지가 44.99%로 뒤를 이었다.

지난달 30일 600선까지 밀렸던 코스닥 지수가 전날 854.47까지 32.52% 급등하면서다. 반등의 직접적인 계기로 꼽히는 것은 수급 환경의 변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쏠렸던 거래자금이 지난달 31일 금융당국의 보완대책 시행 이후 급감하면서, 코스닥 시장의 수급이 개선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반등 폭을 감안해도 훼손된 규모는 회복되지 않았다. 코스닥 시가총액은 종가 기준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 4월27일(1226.18) 679조5452억원에 달했으나, 지난 10일 469조4378억원까지 30.92% 쪼그라들었다.

거래대금도 위축됐다. 역대급 수준이었던 지난 1월26일(25조3341억원)과 비교하면, 전날 7조1234억원으로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올 들어 거래대금이 가장 적었던 날은 7월27일로, 4조4616억원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거래대금은 하루 동안 주식이 체결된 금액의 총합으로, 시장의 유동성과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지표로 읽힌다. 코스피 성적과 비교할 경우 더 아쉬운 수준이다. 10일 기준 코스닥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7.67%로, 같은 기간 49.49% 오른 코스피에 크게 못 미친다.

코스닥 지수 추이
코스닥 지수 추이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 역사에서 닷컴 버블 시기를 제외하고 코스피와 코스닥의 성과가 올해 만큼 크게 벌어진 사례는 없었다”며 “코스닥은 최근 반등으로 겨우 정부 출범 이전 지수 레벨로 회복할 수 있었으며, 연초 대비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코스닥의 부진을 단순히 반도체 대형주 부재나 주주환원 여력 부족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본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코스닥의 약한 펀더멘털, 실적에 비해 주가가 비싸다는 인식 등에 따른 투자자들의 투자 유인과 신뢰 약화라고 진단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닥의 영업이익률은 4.9%로 코스피(15.0%)의 3분의 1 수준이고, 자기자본이익률(ROE)도 1.8%로 코스피(5.4%)를 크게 밑돈다. 재무구조가 부실해 어려움을 겪는 한계기업 비율은 28.1%(코스피 15.5%), 적자기업 비율은 41.7%(코스피 21.5%)로 코스피를 한참 웃돈다.

이에 정부는 코스닥 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해 승강제 도입, 퇴출 제도 강화 등을 제시했다. 승강제로 우량기업과 부실기업 간 옥석을 가리고, 퇴출 제도를 강화해 코스닥 시장의 건정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코스닥 시장을 셀렉트(프리미엄)·스탠다드·관리군 세 개의 세그먼트로 나누는 방안이 거론되며, 9~10월 중 최종안이 확정돼 내년 시행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셀렉트에 몇 개 기업이 담기느냐에 주목하고 있다. 당초 80~170개가 논의됐으나 최상위 세그먼트에 70여개 안팎의 기업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퇴출 강화를 위해서는 지난달 1일자로 코스닥 최소 시총 기준을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상향했고, 내년 1월에는 이를 다시 300억원으로 조정한다. 코스피는 올해 300억원, 내년 500억원이 기준이다. 주가가 1000원이 되지 않는 ‘동전주’도 상장폐지 대상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7월 말 기준 코스피 833개사와 코스닥 1745개사 등 국내 상장사 2578곳을 대상으로 시총과 주가, 재무상태, 공시 벌점 등을 분석한 결과 7월 평균 시총이 상장유지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은 총 192곳으로 전체의 7.4%를 차지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8.7%인 152곳이 시총 200억원 아래였고, 코스피에서는 4.8%인 40곳이 시총 300억원을 밑돌았다.

내년에는 위험 기업 수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강화되는 기준을 7월 평균 시총에 대입하면 전체 상장사의 18.6%인 479곳이 상장 유지 조건에 부합하지 못했다. 특히 코스닥은 367곳(21.0%)으로 5곳 중 1곳을 넘었고, 코스피는 112곳(13.4%)이었다. 7월 평균 종가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 기업은 코스닥 156곳(8.9%), 코스피 44곳(5.3%) 등 총 200곳으로 전체 상장사의 7.8%였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례없이 변동성과 수급 불균형이 극심한 현 시황에서 중소형주들에 대한 엄격한 상폐 잣대를 바로 적용하는 게 적절한 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2005년 당장 매출이 없거나 손실이 나더라도 기술력과 미래 성장성에 근거해 증시 입성을 돕는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도입했는데, 시총과 주가 1000원 미만 여부만으로 시장에서 퇴출하려는 것은 이 제도를 무색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