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조선인 리더들 구조적으로 친일파”
박유하 교수, 배우 하영 증조부 친일 논란에 반론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배우 하영이 증조부의 친일 이력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자 ‘제국의 위안부’ 저자인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가 이를 두고 “순결강박”이라고 지적하며 역사적 맥락을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11일 페이스북에 조선의 양의(서양의학을 공부한 의사) 1호로 알려진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에 대해 “그가 가졌던 ‘조선의 첫 번째 양의’라는 타이틀은 그가 조선의 문명화와 근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었음을 뜻한다”고 평가했다.
한국역대인물 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안상호(1872~1927)는 대한제국 최초의 국비 유학생으로 1902년 일본 동경자혜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해 한국인으로는 처음 일본 의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귀국 후에는 고종과 순종의 주치의를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그가 대한제국이 만든 인재였던 만큼 귀국 후 순종의 주치의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고 그에 따른 명예와 부 역시 뒤따랐을 것”이라며 “친일로 쌓은 명예라기보다 스스의 실력과 국가의 지원으로 의료계의 파이어니어(개척자)가 된 인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안상호가 을사오적 이완용을 치료한 사실을 두고 친일 행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이완용이 아니라 서민이라도 가능하다면 그에게 치료받고 싶었을 것”이라며 의사의 진료 행위 자체를 정치적 행위로 해석하는 데 의문을 제기했다.
안상호가 일본인 여성과 결혼한 배경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의친왕의 요청으로 일본에 건너가 시의로 활동했던 점을 언급하며, 안상호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하영에게까지 일본인 혈통을 문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박 교수는 하영의 조부가 소록도에서 근무한 이력을 두고 나오는 비판에 대해서도 당시 일본도 자국민에게도 똑같이 한센인대상 불임수술을 했고, 일부 의사들 판단에 따라 행해졌던 불법수술이 1948년에 오히려 합법화됐다는 점, 그 법률이 폐기된 건 1990년대 이후라는 점 등을 들어 “조선인만을 겨냥한 게 아니”라며 시대적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그 폭거는 개인의 죄라기보다 시대적 우매함이 만든 죄일 뿐”이라며 “당시에는 오히려 문명적이고 합리적인 조치로 여겨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일제 치하에서 정치·경제·문화·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리더 위치에 있었던 사람은 교육부터 활동까지 구조적으로 친일파일 수밖에 없었다”며 “이들을 모두 부정한다면 일제시대 내내 인재를 키우지 말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고 일제강점기 조선인 지도층을 향한 비판에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조선인 정치가, 조선인 사장, 조선인 학교장도 존재해서는 안 됐다고 그들의 존재까지 전부 부정하는 것은 결국 일본인의 지배를 직접 받고 싶었다는 이야기인가”라며 “하영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조상 가운데 누구보다 먼저 창씨개명을 신청한 사람이 있었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하영을 향한 비난이 “순결강박” 탓이라고 했다. 그는 “식민지화된 사실조차 부정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식민지화의 흔적을 눈에 불을 켜고 찾아내려 하는 것부터 모순”이라며 “컴플렉스든 강박증이든 피해망상이든, 치유하려면 오욕을 내 것으로 끌어안는 태도부터 필요하다. 그러려면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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