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 입구부터 ‘글로벌 스페셜티’ 부각

지주사 합병 4년, 의약 바이오 재독립

봉합원사·제넥솔 캐시카우 신사업 발판

섬유·식품 고분자 기술, 신약으로 진화

유전자 치료제 ‘원스톱 토탈 설루션’ 공략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김경진 삼양바이오팜 대표이사
김경진 삼양바이오팜 대표이사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중심부에 위치한 삼양디스커버리센터. 2017년 녹색건축대전 대상에 빛나는 이 건물은 화이트와 골드 톤의 입체적인 사각형 프레임 구조가 기하학적으로 배치된 유리를 감싸며 도시의 스카이라인 속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사옥 내부로 진입하면 삼양그룹이 영위하는 고부가가치 미래 사업의 비전이 대형 LED 스크린을 통해 미디어 아트로 펼쳐진다. 지난 2024년 100주년을 맞이한 삼양그룹의 ‘생활의 잠재력을 깨웁니다. 인류의 미래를 바꿉니다’라는 새로운 기업소명이 세포와 화학 반응을 형상화한 붉은빛 이미지와 융합되어 흐르면서 그룹사의 핵심 미래 먹거리인 ‘글로벌 스페셜티’를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최초로 언론에 공개된 ‘삼양 이노베이션 허브’는 기초적인 범용 소재 사업을 넘어, 100년의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유전자 신약 개발, 초순수 이온교환수지, 전기차 첨단소재, 반도체 공정 소재 등 삼양그룹의 완벽한 하이테크 미래 성장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Transformation) 행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4년 만의 독립법인 복귀…김경진 대표 지휘 아래 ‘글로벌 스페셜티’ 조준

삼양바이오팜은 지난 2025년 11월 1일을 분할기일로 삼양홀딩스의 의약바이오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새롭게 출범했다. 2021년 지주사인 삼양홀딩스에 합병됐다가 4년 만에 다시 독립한 것은 의약바이오 산업의 특수성과 전문 경영의 필요성에 따라 단행된 전략적 독립이다. 분할 비율은 삼양홀딩스와 삼양바이오팜이 0.904대 0.096으로 산정됐으며, 신설 직후 유가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재상장했다.

독립경영의 지휘봉을 잡은 인물은 김경진 대표이사다. 김 대표는 서강대학교 화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A&M대학교에서 유기화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전통 연구자 출신의 전문경영인이다. 글로벌 빅파마인 스위스 로슈의 미국 뉴저지에 소재한 중앙 연구소에서만 15년간 책임 및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역량을 쌓았다. 이후 에스티팜으로 자리를 옮겨 연구소장을 거쳐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사업 구조를 올리고핵산 치료제 및mRNA 위탁개발생산 중심의 탈바꿈을 주도해 매출을 3배 가까이 급증시킨 인물이다.

2024년 12월 삼양그룹에 합류한 김 대표는 지주사 각자대표를 거쳐 현재 삼양바이오팜의 단독대표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삼양바이오팜은 독립법인 출범을 계기로 기존 의료기기와 항암제 사업에서 확보한 안정적인 성장 기반 위에 약물전달기술(DDS)과 유전자 치료제 개발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스페셜티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을 구체화했다.

설탕에서 실로, 실에서 캡슐로…100년 역사가 증명하는 고분자의 진화

대중에게 ‘삼양’은 오랜 기간 설탕과 밀가루를 만드는 식품 회사로 인식되어 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설탕을 만들던 전통 식품 대기업이 왜 고난도의 바이오 의약품과 유전자 치료제 사업을 하느냐”는 의구심을 갖는다. 그러나 삼양의 바이오 사업 진출 역사를 들여다보면, 이는 우연이 아닌 철저한 화학적 고분자 기술의 필연적 진화이자 가지치기 과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1924년 설립된 삼양그룹은 창업 초기부터 국민의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의식주’ 사업에 집중했다. 이에 따라 식품(설탕) 사업과 옷을 만드는 섬유 사업을 핵심축으로 영위해 왔다. 대중에게는 설탕이 친숙하지만, 삼양의 ‘진짜 무기’는 섬유 사업에서 축적해 온 ‘고분자 물질 합성 및 연신 기술’이었다. 1990년대 초 삼양은 이 섬유 고분자 기술을 의료 영역에 접목하는 파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옷을 만드는 실 기술을 인체 내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녹아 없어지는 수술용 실, 즉 ‘생분해성 고분자 봉합사’ 개발로 진화시킨 것이다.

1993년 국내 최초로 생분해성 수술용 봉합사 기술 개발에 성공하고 1997년 ‘트리소브’를 상용화하면서 삼양사의 의약사업부가 태동했고, 이것이 오늘날 삼양바이오팜의 뿌리가 되었다. 이 고분자 기술은 다시 한번 진화하여 의약품 부문의 약물전달기술(DDS)과 맞물렸다. 고난도 항암제의 경우 약물이 온몸으로 퍼지면 강력한 독성으로 인해 정상 세포까지 파괴하는 전신 부작용이 발생한다.

삼양은 자신들이 가진 화학 고분자 기술을 활용해 약물을 미세한 캡슐 형태로 감싸 변형시킨 뒤, 몸속의 목표인 암세포에만 정확히 도달해 터지도록 제어하는 고도의 약물전달 플랫폼을 구축했다.

즉, 설탕과 섬유라는 원천 기술의 줄기에서 고분자 합성 기술이 뻗어 나왔고, 이것이 의료기기(봉합사)와 의약품(항암제 나노 입자 전달체)으로 융합·발전하며 필연적인 바이오 영토 확장을 이뤄낸 것이다.

경기 성남 삼양 디스커버리 센터 로비에 위치한 이노베이션 허브. [삼양바이오팜 제공]
경기 성남 삼양 디스커버리 센터 로비에 위치한 이노베이션 허브. [삼양바이오팜 제공]

기존 LNP 한계 넘었다…자체 유전자전달체 플랫폼 ‘SENS’ 전면 배치

삼양바이오팜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핵심 기술은 단연 약물전달기술(DDS)을 고도화한 유전자전달체 플랫폼 ‘SENS(Selectivity Enabling Nano Shell)’다. 유전자 치료제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김경진 대표이사의 의지가 가장 강렬하게 투영된 핵심 기술이다.

유전자 치료제는 몸 안에 유전 물질을 넣어 원하는 작동을 하도록 만드는 혁신 신약이지만, 유효 물질이 손상되지 않고 목표 장기까지 도달하도록 이끄는 ‘전달체 기술’이 성패를 가르는 열쇠(Key)다. 코로나 백신 전달체로 널리 쓰인 지질나노입자(LNP)의 경우, 간(Liver) 등 특정 장기에만 약물이 쏠리거나 반복 투여 시 체내 면역 반응과 독성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한계가 존재했다.

반면 삼양이 자체 기술력으로 완성한 SENS는 이온화 지질 기반의 LNP와 달리 ‘생분해성 고분자’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동물실험 결과 LNP 대비 독성이 현저히 낮아 안전성이 우수하고 반복 투여가 가능하다는 강력한 차별점을 입증했다. 특히 간이라는 장기를 벗어나 폐(Lung), 비장(Spleen), 근육, 중추신경계(CNS) 등 치료가 필요한 특정 조직 세포에만 약물을 선택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범용 플랫폼으로서 독보적인 조직 특이성을 확보했다.

이러한 약물전달 플랫폼 기술력은 대외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삼양바이오팜은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이 주관하는‘2025년 제2차 국가신약개발사업’ 과제 수행 기업으로 선정되어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후보물질(SYP-2590) 개발을 추진 중이다. SENS 플랫폼을 활용해 mRNA 형태의 치료제를 폐 조직에만 집중적으로 전달함으로써 간 기능 이상 등 기존 치료제의 전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삼양바이오팜은 폐질환 치료제 외에도 코로나 예방백신, C형 간염 치료백신, 항암치료제 등5개의 혁신 파이프라인을 전임상 단계에서 활발히 가동하며 본임상 진입을 가속화하여 신약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이처럼 자체 개발한 SENS 플랫폼을 중심으로 차세대 핵산치료제와 신규 유전자 치료제 모달리티 영역까지 연구개발 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며, In vivo CAR-T, CNS 타깃 치료제, 신규xRNA cargo 등 미래 성장 파이프라인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양바이오팜 헝가리 생분해성 봉합사 생산설비. [삼양바이오팜 제공]
삼양바이오팜 헝가리 생분해성 봉합사 생산설비. [삼양바이오팜 제공]

고부가가치 유전자 치료제 개발 ‘원스톱 토탈 설루션’으로 글로벌 공략

김경진 대표 체제의 삼양바이오팜이 구상하는 신약 개발 사업 모델은 자체 보유한 약물전달체‘SENS’ 플랫폼을 기반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디벨롭 사업 모델이다.

이를 위해 삼양바이오팜은 ‘연구·품질·생산’을 원스톱으로 연결하는 토탈 설루션 조직 체계를 완성했다. R&D 부문에는 글로벌 제약사 출신의 조혜련 연구소장을 중심으로, 유전자 치료제 및 백신 개발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지닌 김영훈 부소장을 영입해 유전자 치료제 개발의 핵심 역량을 강화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핵산 치료제와 mRNA 백신 분야의 전주기 품질 전문가인 김경연 실장을 영입해 독립적인 품질 부서를 신설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과 해외 허가 기관의 기준에 부합하는 철저한 품질 관리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조치다.

여기에 하드웨어 측면의 핵심이 될 대전 유전자 치료제 생산 공장도 내년 준공을 목표로 순조롭게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해당 공장은 유전자 치료제 플랫폼 기술과 이를 활용한 임상용 GMP 제제 생산, 충진 완제품 생산 능력을 단일 공간에 모두 갖춘 국내 최초 사례다. 공장이 완공되면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텍은 연구 단계의 신약 후보 물질만으로도 초기 R&D부터SENS 약물전달체 탑재, 임상용 완제품 생산, 해외 허가 문서 작성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원스톱 토탈 설루션으로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삼양바이오팜은 유전자 치료제 혁신 신약 개발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글로벌 1위 봉합원사와 독점적 항암제…리스크 없는 R&D 재투자 기반

혁신 신약 플랫폼으로의 거침없는 도전이 가능한 이유는 이미 시장을 장악한 주력 사업들의 견고한 캐시카우 자본력 덕분이다. 현재 삼양바이오팜의 의료기기 분야 핵심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생분해성 봉합원사다. 이는 전체 매출액의 약 60%를 차지하며, 봉합원사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올 만큼 수출 경쟁력이 긴밀하다. 현재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약 50개국 200여 개 기업에 원사를 공급하고 있다.

의약사업의 기둥인 항암제 부문도 독보적이다.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항암제를 자체 기술로 국산화해 고형암 7종과 혈액암 5종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대표 항암제는 국내 파클리탁셀 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으로 확고한 1위를 지키고 있는 유방암, 난소암, 폐암 치료제 ‘제넥솔’이다. 삼양바이오팜은 1995년 자체 개발한 식물세포 배양기술을 이용해 파클리탁셀 대량 생산을 세계 최초로 성공하고, 2001년 ‘제넥솔주’를 출시했다.

이 외에도 다발골수종 치료제,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치료제 등 혈액암 치료제를 잇달아 선보이며 영토를 넓혔다. 2020년에는 유방암 표적항암제 ‘에베로즈정’을 선보였고, 이듬해에는 혈액암 치료제 ‘벤다리드주’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자체 기술로 뭐든지 ‘했다 하면 1위’를 달성하는 의료기기와 항암제 사업은 외부 투자 유치나 지분 매각 없이 자체 사업에서 창출된 내부 자본으로 대규모 신약 R&D 비용을 리스크 없이 감당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실제로 삼양바이오팜은 2022년 1125억원, 2023년 1227억원, 2024년 1383억원에 이어 2025년까지 최근 4개년 동안 매출이 지속적으로 우상향하며 역대 최대 매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미래 성장판을 더할 미용성형 사업도 활발하다. 약 40년간 축적한 고분자 기술력을 바탕으로 리프팅 실 ‘크로키’와 필러 ‘라풀렌’을 개발했다. 2022년 출시된 ‘라풀렌’은 의료용 생분해성 고분자인 폴리카프로락톤(PCL)을 주성분으로 하여 기존 히알루론산(HA) 필러 대비 상대적으로 긴 지속력을 보인다. 자체 특허 기술로 조직 내 이물감을 줄인 것이 강점이다. 인도네시아, 태국 시장 진출에 이어 유럽 시장 판매를 위한 CE MDR 인증과 브라질 품목허가를 마쳤으며, 향후 중국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며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김경진 삼양바이오팜 대표이사는 “주력 제품인 봉합사와 항암제 사업을 강화해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하는 동시에 자체 개발한 유전자 약물 전달체 기반의 신약 개발로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며“특히 내년 준공 예정인 자체 유전자 치료제 생산 공장이 완공되면 개발 중인 신약의 본임상 진입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탕과 섬유로 국민의 삶을 지탱해 온 삼양의 100년 DNA는 이제 판교 디스커버리센터를 허브 삼아 전 세계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글로벌 하이테크 바이오 기업으로 거침없이 진화하고 있다.

성남=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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