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거부·의무기록 조작 주장
법원 “의료서비스 기회 박탈” 정직 3개월 적법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지난해 2월, 한 국립대학교 의과대학에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인은 “예약 후 90대 고령의 어머니를 모시고 방문했더니 A교수가 진료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A교수가 ‘연세 많은 사람들은 진료조작 가능성이 있다’, ‘이런 사람이 오면 곤란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병원 측에 항의했다.
A교수는 이 사안 등이 징계사유로 인정돼 정직의 징계 처분을 받았고, 이후 법원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징계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A교수의 행위는 환자의 안전을 저해하고 진료의 신뢰성을 무너뜨린다”고 지적했다.
근거 없이 검사결과 조작 의혹 제기, 동료 폭언·진료 거부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행정1부(부장 김병철)는 A교수가 “정직 3개월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대학 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지난달 21일 A교수 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소송 비용도 A교수가 부담하라고 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앞서 A교수는 지난해 11월, 정직 3개월 징계 처분을 받았다.
징계위원회 조사 결과 A교수는 의무기록 변조 혐의로 직접 진정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불입건 결정을 했는데도, 환자 4명의 공식 진료기록부에 ‘검사결과 조작 가능성’ 등 객관적 근거 없는 추측을 기재하고, 병원측의 정정 요청에 거부·불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민원인 측에 ‘진료를 해 줄 수 없다’, ‘연세 많은 사람들은 진료 조작 가능성도 있다’는 언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보다 앞선 2023년 9월에는 동료 교수에게 ‘의무기록 조작 변조 사건에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등 메시지를 보내면서 자백을 강요하는 등 폭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동료 교수 3명에 대해서도 A교수가 지속적으로 의무기록 조작 주장 등을 해 이들이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느끼는 점 등도 판단 사유가 됐다.
실제 A교수는 병원의 입원기록지(전자의무기록)가 수정돼 있고 누군가 이를 변조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2023년 경찰에 진정서를 접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대학은 의무기록지 수정 내용이 없음을 확인하고 전산망을 통해 해킹 시도·무단 수정·불법 유출 사례가 없음을 소명했다. 결국 경찰은 A교수의 진정에 대해 “혐의자를 특정할 증거가 없다”며 2024년 불입건 결정했지만 A교수는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A교수는 징계를 받자 지난 4월,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교수 측은 징계 처분에 대한 절차적 위법 및 처분 자체의 실질적 위법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 “병원 진료시스템 신뢰 무너뜨렸다”
1심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조작은 어떤 일을 사실인 듯 꾸며서 만드는 것”이라며 “검사 결과가 사후적으로 거짓되게 변경됐다는 뜻이므로 A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A교수가 객관적 근거 없이 진료기록에 검사결과가 조작됐다는 내용을 기재해 성실의무를 위반하고, 정당한 시정 조치요구에도 응하지 않았으므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교수도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객관적인 증거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경찰도 해당 주장에 대해 불입건 결정을 통지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해 교수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살인 용의자’라는 등 폭언한 사실도 인정할 수 있다”며 “심리적 압박을 느끼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교수가 고령의 환자에게 진료조작 가능성을 언급하며 진료를 거부한 행위도 인정된다”며 “이는 해당 병원 진료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며 피해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기회를 박탈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질타했다.
1심 재판부는 징계의 수위도 정직 3개월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1심은 “A교수가 객관적 근거 없이 자신의 의심을 사실로 단정해 병원 진료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며 “업무 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으므로 비위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했다.
이어 “징계기준에 따르면 A교수의 비위 정도는 심하거나, 적어도 중대한 과실에 의한 행위로 봐야 한다”며 “정직 3개월 처분은 징계 범위 내에서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A교수가 항소해 2심이 서울고법 춘천 원외재판부에서 열릴 예정이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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