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을 잡는 자가 AI를 잡는다’ 보고서

글로벌 냉각시장 연평균 12.6% 성장

“국내 ‘니치 투 얼라이언스’ 전략 필요”

[게티이미지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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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인공지능(AI) 산업의 경쟁 구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에서 ‘열 관리’로 이동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와 발열량이 폭증하면서 냉각기술이 단순한 보조 설비를 넘어 AI 인프라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삼일PwC는 19일 이 같은 내용의 ‘열을 잡는 자가 AI를 잡는다: AI 시대의 새로운 병목, 냉각기술의 부상’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세계적인 AI 열풍 속에서 냉각이 새로운 병목으로 떠올랐다며, 냉각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글로벌 경쟁 구도, 한국 기업의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서버의 전력 밀도와 발열량이 급증하면서, 한정된 전력과 공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데이터센터의 경쟁력을 가르는 관건이 됐다. 이 중심에 선 냉각기술은 동일한 전력 환경 속에서도 더 많은 AI 연산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이른바 ‘레버리지(Leverage) 기술’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냉각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관련 시장도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냉각시장은 올해 210억달러(약 29조원)에서 2034년 544억달러(약 75조원) 규모로 연평균 12.6%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서버 전체를 냉각유에 담가 열을 제거하는 기술인 액침냉각 방식은 연평균 24%를 웃도는 성장률을 보이며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액침냉각은 칩에 냉각판을 직접 밀착시키는 액랭식(D2C)과 함께 차세대 냉각시장의 양대 축으로 꼽히며, 기존 공랭식의 한계를 뛰어넘어 초고밀도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냉각시장 전망 [삼일PwC 제공]
글로벌 데이터센터 냉각시장 전망 [삼일PwC 제공]

아울러 보고서는 냉각산업의 가치 중심축이 장비 판매에서 통합 운영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냉각장비 자체보다 전력·냉각·제어를 통합 운영하는 역량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AI 기반 자율 냉각기술 확산과 함께 냉각산업은 데이터 기반 운영 산업으로 진화하며, 폐열 활용과 모듈러·엣지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성장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버티브(Vertiv),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 존슨 콘트롤즈(Johnson Controls) 등이 검증된 기술을 인수·합병(M&A)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엔비디아(NVIDIA)와의 공식 레퍼런스 파트너십을 통해 업계 표준을 선점하고 있다. 나아가 수처리 기업 이콜랩(Ecolab)이 쿨아이티(CoolIT)를, 전력 관리 기업 이튼(Eaton)이 보이드 서멀(Boyd Thermal)을 조 단위 금액에 인수하는 등 인접 산업의 대기업들까지 속속 참전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인접 산업의 강점을 발판으로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SK엔무브는 윤활유 기술을 활용한 액침냉각용 절연유를 SK텔레콤 데이터센터에 상용 1호로 공급하고 글로벌 기업 GRC에 지분을 투자했다. GST는 자체 개발한 액침냉각 기술의 상용 납품에 성공했으며, 삼성전자는 유럽 공조업체 플렉트(Fläkt)를, LG전자는 무급유 터보 칠러 등 HVAC 기술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보고서는 이 같은 국내 기업들의 행보가 아직 실증 및 초기 상용화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선도 기업과 비교해 시스템·플랫폼 역량과 엔비디아 공급망 등 ‘표준 생태계’ 편입이 다소 미흡하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삼일PwC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선도 기업과 정면 승부를 벌이기보다, 특정 기술 영역의 전문성에 집중한 뒤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는 ‘니치 투 얼라이언스(Niche-to-Alliance)’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정부 차원에서 액침냉각 인허가 체계 정비, 국가 인증센터 설립, 연구개발(R&D) 투자, 글로벌 외교 지원 등을 통해 기업이 활동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용태 삼일PwC AI 데이터센터 플랫폼 리더는 “향후 2~3년은 글로벌 냉각표준이 최종 형성되는 결정적 시기”라며 “한국도 인접 산업의 저력을 발휘해 글로벌 표준 생태계 편입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했다.

한편 6월 결산법인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2024년 7월~2025년 6월) 전년 동기 대비 약 8.4% 증가한 1조109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약 254억원으로 전년 대비 55.6% 급증하며 외형 성장과 내실을 모두 챙겼다.


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