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기업 M&A 공고, 2015년 17건→2025년 39건

인가 전 M&A 수요 높지만

정보 부족, 기존 경영진 영향에 부진

제3자관리인·채권자 견제로 균형 필요

회사 지속 가능성·변제율 높이는 ‘최선’ 전략 찾아야

지난해 5월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동성제약은 태광산업·유암코(UAMCO) 컨소시엄에 1600억원에 인수되며 최근 회생절차를 종결했다. [연합]
지난해 5월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동성제약은 태광산업·유암코(UAMCO) 컨소시엄에 1600억원에 인수되며 최근 회생절차를 종결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안효정 기자]회생 절차가 개시된 기업에 새주인을 찾아주는 ‘인가 전 M&A(인수·합병)’가 기업회생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실제 M&A 성사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회생계획이 확정되기 전에 거래조건을 제시해야 하는 ‘깜깜이 투자’ 위험에 더해 기존 경영자가 회생절차 관리인이 되면서 발생하는 이해상충 문제 등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투자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채권자협의회, 제3자관리인 등의 ‘견제 기능’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년새 2배 늘어난 M&A…기업 살릴 ‘마지막 희망’

회생기업 M&A 공고 추이[헤럴드DB]
회생기업 M&A 공고 추이[헤럴드DB]

19일 헤럴드경제가 대법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회생기업 M&A 공고를 분석한 결과 2015년 17건이었던 회생기업 M&A 공고는 2024년 30건, 2025년 39건으로 10년 사이 2배 넘게 급증했다. 지난 1월부터 8월 14일까지 게시된 회생기업 M&A 공고는 23건에 달했다. 최근 법인회생 신청이 전년보다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 지난해를 넘어서는 수준의 M&A가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회생기업 M&A는 대부분이 ‘인가 전 M&A’다. 인가 전 M&A란 회생절차 개시 이후 회생계획안이 인가되기 전 단계에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회생계획안을 먼저 확정해 채무관계를 정리하고 M&A를 추진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인가 전에 새주인을 찾는 방식이 보편화됐다. 법원이 회생계획안 인가 후 조기종결하는 흐름이 자리잡아 인가 후 M&A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AI를 활용해 제작]
[AI를 활용해 제작]

인가 전 M&A는 회생 초기 단계에서 투자자와 자금을 확보해 기업가치 훼손을 최소화하고 인수대금을 채권 변제에 사용해 변제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새주인의 정상화 방안까지 회생계획안에 담을 수 있어 기업회생의 실질적인 ‘성공률’도 높아진다.

특히 조사위원의 검토 결과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은 기업에서 필요성이 커진다. 계속기업가치가 높다면 비핵심 자산 매각, 비용 절감, 구조조정 등을 거친 후 본업에서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채무를 갚는 ‘존속형 회생계획안’을 만들 수 있다.

반면 청산가치가 더 높다면 영업을 지속하기보다 자산을 처분해 채권자에게 나눠주는 편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내용의 회생계획안이 채권자협의회의 동의를 얻기 어려워 회생절차 폐지와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이때 새로운 인수자가 투입하는 자금이 돌파구가 된다. 기업 자체 영업으로 마련하기 어려웠던 변제 재원을 M&A를 통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산할 때보다 채권자에게 더 많은 금액을 변제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회생계획을 다시 설계할 수 있다.

‘깜깜이’ 인수전에 리스크 부담

회생기업 M&A 사례[헤럴드DB]
회생기업 M&A 사례[헤럴드DB]

이처럼 인가 전 M&A를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실제 거래가 성사되는 비중은 미미하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불확실한 채무·권리관계, 짧은 실사기간, 경직된 절차 등이 장애물로 꼽힌다.

투자자 입장에서 첫번째 관문은 정보 부족이다. 최종 변제율과 채권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수가격’부터 써내야 하기 때문이다. 회생기업을 인수한 경험이 있는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제한된 시간 안에 실사를 하고 채권관계, 공익채권, 소송·세무 이슈, 향후 변제조건 등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 판단을 해야 한다”며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투자 의사결정이 허들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익채권이나 우발채무 규모가 명확하지 않으면 인수 이후 예상하지 못한 추가 현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 투자자는 이같은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게 된다. 인수희망가격이 낮아지면 채권자에게 변제할 재원이 줄어든다. 투자자와 기업·채권자 사이의 가격 눈높이 차이가 커져 거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증가한다. 정보 부족이 투자 위험을 키우고, 낮은 가격이 M&A 무산과 회생 실패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업계에서는 위험도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익채권과 예상 공익채권 ▷체불임금과 퇴직금 ▷조세채무 ▷계속계약 ▷진행 중인 소송 ▷담보·우발채무 등에 대한 정보를 표준화된 형태로 투자자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사위원과 관리인이 현재의 채무뿐 아니라 향후 변동 가능한 범위까지 제시해 투자 리스크를 줄여줘야 한다는 취지다.

회생기업 투자 경험이 있는 한 사모펀드 대표는 “인가 전 M&A 활성화는 결국 투자자 유인에 달려있다. 투자자가 활발하게 검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가 전 M&A 절차가 지나치게 경직됐다는 불만도 나온다. 일반적인 M&A에서는 가격뿐 아니라 인수자의 거래 완주 가능성, 산업적 시너지와 향후 투자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인수자를 선정한다. 반면 회생 M&A에서는 채권자 변제와 절차적 공정성이 강조되다보니 ‘가격’과 정형화된 절차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AI를 활용해 제작]
[AI를 활용해 제작]

대표적인 예시가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절차다. 잠재 인수자와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한 뒤 공개입찰을 실시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법원과 회생기업 입장에서는 최소 인수가격과 인수자를 미리 확보한 상태에서 추가적인 가격 경쟁을 유도할 수 있어 유리하다.

하지만 ‘양날의 검’이다. 기업에 유리하도록 설계된 절차가 정작 투자자 유입을 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초 인수 희망자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회사를 실사하고도 후발 원매자에게 회사를 넘겨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최초 희망자가 만든 ‘기준점’에서 후발주자가 경쟁에 뛰어드는 구조인만큼 선제적으로 회생기업을 검토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최초 인수희망자에게 제공되는 우선매수권이나 해약보상금 등 보호장치가 과도하면 후발 원매자 유입의 장애물이 된다.

전문가들은 거래별 특성에 맞춘 탄력적인 운용이 필요하다고 본다. 잠재 원매자 수와 매각 시급성 등을 고려해 스토킹호스 적용 여부를 선별하고, 최초 인수자 보호 장치 기준을 세분화해 후발 원매자 사이의 균형을 세밀하게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팔면 경영권 잃는다”…기존경영자 관리인의 딜레마

인가 전 M&A 활성화를 가로막는 또 다른 문제는 기존경영자 관리인 제도다. 2006년 제정된 채무자회생법은 재정 파탄에 중대한 책임이 있거나 채권자협의회의 요청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기존 대표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관리인은 회사를 경영하고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을 담당한다.

회사 사정을 잘 아는 경영진에게 경영을 맡겨 업무 연속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곧바로 경영권을 잃는다는 우려 때문에 부실기업이 회생 신청을 미루는 것을 막자는 취지였다. 현재는 횡령·배임 등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아니라면 법원이 제3자관리인을 선임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기존경영자 관리인은 구조적인 ‘이해상충’ 문제를 안고 있다. M&A가 성사되면 기존 대주주와 경영자는 경영권을 넘겨야 한다. 회사의 장기 생존과 채권자 변제율을 높이는데 M&A가 더 유리하더라도 기존 경영자 관리인이 적극적으로 새주인을 찾아야 할 유인이 떨어지는 셈이다.

특히 사업 경쟁력이 남아있어 투자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기업일수록 M&A를 시도하지 않게 되는게 현실이다. 사업가치가 상당 부분 훼손된 기업만 M&A 시장에 나오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존속형 회생계획안을 채택한 기업의 대주주와 경영진은 감자와 출자전환 등으로 기존 대주주의 지분이 줄어들더라도 향후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다. 회사가 정상화 된 뒤 저가에 주식을 사들이거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높일수 있기 때문이다. 회생절차가 ‘빚잔치’라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채권자들은 법원 결정에 따라 낮은 변제율을 감수하지만 경영에 책임이 있는 이들은 회생을 통해 채무를 탕감받고 경영권까지 사수하는 악용사례다.

기업회생절차에 정통한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아도 M&A가 회사와 채권자에게 더 유리한 기업이 꽤 있다”며 “기존 오너와 대주주에게 한번더 기회를 주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새로운 투자자를 받아들여 채권자들에게 더 많이 변제할 수 있는 회생계획을 만드는 것이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 현재는 두 방안을 충분히 비교하는 구조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존속이냐 M&A냐…“시장서 먼저 검증해야”

[AI를 활용해 제작]
[AI를 활용해 제작]

전문가들은 기존경영자 관리인 제도를 없애기보다 기존 경영진이 M&A 여부를 독점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도록 ‘견제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3자관리인을 공동관리인으로 두거나 CRO(구조조정담당임원·Chief Restructuring Officer)의 역할을 확대해 존속형 회생과 M&A 중 어느 방안이 나은지 객관적으로 점검하자는 취지다.

현행법상 채권자협의회는 관리인 선임 과정에 의견을 제시하고 관리인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으며 회생계획안도 제출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채권자협의회가 관계인집회에서 관리인이 마련한 회생계획안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수준의 소극적인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제3자관리인 경험이 풍부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채권자들이 회생절차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는 마련돼있지만 실제로는 유명무실하다”며 “기존 경영자들이 관리인을 하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3자관리인 선임을 확대하고 기존 경영자 관리인의 역할을 제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기존 경영자 관리인은 회사의 영업과 생산, 인력 관리 등 일상적인 경영 활동을 맡고 제3자관리인이 구체적인 회생전략 수립과 외부 투자자 유치, M&A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기업 회생절차를 관장한 경험이 풍부한 제3자관리인이 다양한 회생계획안을 검토하고 법원과 소통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제3자관리인은 기업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M&A를 해야한다’, ‘회생하기 어려우니 청산해야 한다’고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며 “어떻게 해도 정상화 하기 어려운 회사라면 회생절차를 장기간 끌면서 남은 현금을 소진하기보다 빨리 청산해 채권자에게 남은 자산을 돌려주는 편이 낫다”고 했다.

채권자협의회가 독립적인 자문기관이나 매각주관사를 선임해 존속형 회생과 M&A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회생계획 수립 초기부터 잠재 투자자를 대상으로 시장 수요를 확인한 뒤 M&A를 통해 예상되는 채권 변제율과 기존 경영진이 제시한 존속형 회생계획의 변제율을 비교하자는 취지다.

회생절차의 목적은 기존 대주주와 경영진을 지켜주는 데도, 무조건 기업을 매각하는 데도 있지 않다. 한정된 기업가치를 보존해 기업을 정상화하고 채권자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 관계자들이 회생 초기 단계에서 존속형 회생과 M&A 가운데 어떤 방식이 더 회생의 목적에 부합하는지 ‘시장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park.jiyeong@heraldcorp.com
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