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수 신임 한국은행 부총재 취임

외자기획부 등 거친 대표적 ‘국제통’

총재 추천·대통령이 임명 ‘3년 임기’

“매나, 비둘기로 결정짓고 싶지 않아”

권민수 한국은행 신임 부총재가 21일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권민수 한국은행 신임 부총재가 21일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권민수 한국은행 신임 부총재가 물가·금융 안정이라는 한은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는 동시에 원화의 국제화 달성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권 부총재는 21일 한은 별관에서 개최된 취임식을 통해 “반도체 호조로 성장세는 예상보다 나아지고 있지만 물가는 목표 수준을 웃돌고 있고 가계부채와 주택가격을 중심으로 금융불균형 위험도 이어지고 있다”며 “환율 변동성과 지정학·통상 리스크까지 감안하면 앞으로도 신중하고 유연한 정책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면서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 시 최종대부자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취약부문의 부실위험 분석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권 부총재는 금융·외환시장 대응 역량과 원화 국제화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그는 “시장을 키워나가는 게 중요한 과제라 생각하고, 첫 번째가 원화 국제화”라고 힘주어 말했다. 원화 국제화는 외국인이 역외에서 원화를 조달·활용하는 데 제약이 없는 상태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이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시차 없이 각국 금융시장 업무시간에 원화결제를 수행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은은 내년 1월 도입 예정인 ‘역외 원화결제시스템’의 정식 명칭을 ‘한국은행원화국제결제망(한은국제망)’으로 정했다. 다음달 시범운영을 진행할 계획이다. 시범운영에는 KB국민·우리·하나·신한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이 참가할 예정이다. 또한 한은 ‘지급결제제도 운영·관리 규정’ 등 관련 규정의 제·개정 작업도 차질 없이 진행해 8월 중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은국제망은 한국인이 국내 은행에서 달러 계좌를 튼 뒤 한국인끼리 달러를 송금하듯 원화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인프라다. 내년 1월부터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영업일에서 24시간 가동할 계획이다. 한은국제망은 정부가 추진 중인 ‘원화 국제화’ 사업의 일환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지난 4월 취임식에서 “원화의 국제화는 우리 경제 위상에 걸맞은 통화 인프라를 갖춰 나가는 중요한 과제”라며 외환시장 24시간 개장,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 구축 등을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권 부총재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성과를 이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에도 힘을 모으겠다고도 다짐했다.

이와 함께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지원하고 역외 원화결제시스템과 디지털화폐, 지급결제 인프라 발전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장 개방과 원화 국제화 과정에서 금융안정이 훼손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 체계도 함께 정비하기로 했다.

취임식 후 기자실을 찾은 권 부총재는 ‘매파’(통화긴축 선호)인지 ‘비둘기파’(완화 선호)인지 묻는 질문에는 “아직 매나 비둘기로 결정짓고 싶지 않다”며 “저는 데이터에 따라서 그때그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총재는 시장 및 대내외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기구와 중앙은행 협력체에서 한국은행이 단순히 논의에 참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경제가 마주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의제를 앞장서 제기하고 해법을 주도적으로 제시하는 위상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 한은 내부적으로는 “AI를 업무에 효과적으로 활용해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IT 환경과 근무 인프라 변화에 따른 리스크 관리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권 부총재는 서울 출신으로 휘문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5년 한은에 입행했다. 재직 중 미국 예일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국제국 외환시장팀장과 외자운용원 외자기획부장, 외자운용원장 등을 거친 한은 내 대표적인 ‘국제통’으로 꼽힌다.

한은 부총재는 총재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권 부총재의 임기는 이날부터 2029년 8월 20일까지 3년이다. 부총재는 당연직 금융통화위원을 겸한다. 이에 권 부총재는 오는 27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부터 금통위원으로 참석해 기준금리 결정에 참여한다. 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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