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스타, 북극항로 첫 시범운항 ‘손익 계산’

7000km 단축, 그러나 진짜 승부는 비용

높은 보험료 쇄빙비용 환경부담금 등 변수

지난 22일 북극항로 대장정을 시작한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O)호 [팬스타 제공]
지난 22일 북극항로 대장정을 시작한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O)호 [팬스타 제공]

[헤럴드경제(부산)=정형기 기자]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O)호가 22일 저녁 부산신항을 떠나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섰다. 기존 수에즈항로보다 7000km 짧아지고 시간도 10일이 단축되지만, 북극항로 운항의 성공 여부는 ‘시간 거리 단축’보다 보험료, 통행료, 환경부담금 등 비용 발생에 따른 ‘손익 계산’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팬스타 아크로는 2011년 건조된 ▷길이 212.5m ▷총 톤수 3만5708GT ▷적재능력 2758TEU의 컨테이너선이다. 이번 시범운항에 화학제품, 중고차, 자동차부품 등 수출화물 737TEU와 빈 컨테이너 202TEU까지 939TEU를 실은 팬스타 아크로는 이달 30일 북위 66도 30분 이북 해역에 진입하고, 9월 7일 북극해를 통과한다.

이틀 뒤 영국 펠릭스토우항에 입항하고, 네덜란드 로테르담에는 출발 20일만에 닿는다. 이후 귀항 중 폴란드 그단스크에 들르고, 화주 소유 빈 컨테이너 1300TEU와 자체 확보 수입화물을 싣고 10월 5일 부산항에 복귀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국적선사가 자체 선박에 우리 선원과 화물을 싣고 북극항로를 왕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13년 현대글로비스가 외국선사의 선박을 빌려 나프타를 수송했고, 팬오션 등이 2016년까지 다섯 차례 시범운항을 했지만, 국적선사가 상업성을 실증하는 북극항해는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북극항로의 가장 큰 매력은 거리 단축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부산에서 로테르담까지 수에즈운하로는 2만㎞지만 북극항로로 가면 1만3000㎞로 35%가 줄어든다. 운송기간도 짧아져 선주는 운송비용을, 화주는 재고와 운전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자동차부품처럼 단가가 높고 시간이 중요한 화물일수록 효과가 크다.

다만 거리가 짧다고 운송비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내빙선을 운항할 전문인력이 필요하고 북극해가 얼고 녹는 상황에 따라 화물선 속도를 낮추거나 유빙 등을 우회해야 할 수도 있다. 수에즈항로 등 기존 항로보다 높은 보험료, 러시아 북동항로 통과시 통행료와 쇄빙비용까지 더해야 실제 손익이 나온다. EU(유럽연합) 환경부담금도 변수다. 팬스타 아크로가 로테르담으로 직행하지 않고 펠릭스토우를 먼저 들르는 것도 편도 약 4억원에 달할 환경부담금을 1000만~2000만원 수준까지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북극항로가 경제성을 갖기 위한 관건은 운항의 정시성과 안정적인 화물 물량 확보다. 정기선은 일정한 화물을 꾸준히 싣는 것이 중요한데, 거리와 시간을 줄여도 화물이 충분하지 않으면 1척당 운송비용이 늘어 운임 경쟁력이 떨어진다.

화주도 정시성이 확보돼야 안심하고 운송을 맡길 수 있다. 안정적인 화물 물량과 잦은 운항으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해야 물류비가 절감되고, 신규 항만·물류 일자리 창출, 관련 조선·기자재 산업의 기술축적 등 직간접적 파급효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시범운항 성공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북극 정기선 항로가 안착하면 해상운송보다 빠르면서 항공보다는 저렴한 틈새 운송시장을 확보하고 부산이 그 기착점이 될 수 있다. 22일 부산을 떠난 팬스타 아크로의 북극항해는 그 손익계산서를 처음 확인하는 과정인 셈이다.

한편, 이번 운항에는 팬스타엔터프라이즈 조선해양사업부문 권재근 대표가 승선해 저온환경에서의 기관운용과 선체거동, 연료소모 특성 등 기술 데이터도 확보할 예정이다. 팬스타 관계자는 “정기항로가 실현되면 운항경험은 팬스타라인에, 선박설계 노하우는 팬스타엔터프라이즈에 쌓이는 구조로 항로개척과 기술축적이 동시에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범운항이 ‘1항차’”라며 “이번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년 정부 사업공모에 다시 도전해 정기 상업항로 가능성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kaf200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