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수백명의 인명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 사태는 비단 선원과 선사만의 잘못이 아닌, 우리 사회 각계의 문제점이 빚어낸 합작품이었다는 것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책임자 몇 사람을 단죄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 전반의 시스템은 물론이고 안전에 관한 시민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래야 키즈(Kids)에서 실버(Silver)세대까지 안전한 나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음에도 여전히 사회 전반에는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 지적된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의 고층빌딩인 코엑스 트레이드타워와 아셈타워에서 실시된 화재 대피 훈련은 그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전체 입주사 직원 9000여명 중 26.4%인 2380여명만 훈련에 참가했을 뿐 대다수는 대피 안내방송을 듣고도 자신의 업무를 계속했다. 일부 참가자 역시 훈련 상황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는가 하면 긴급 대피를 안내하는 요원들을 비웃는 것처럼 키득대는 등 진지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식의 시민의식 실종은 지하철 전동차의 출입문 틈에 장난삼아 이물질을 끼워넣는 사람이 드물지 않은 것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14일만해도 서울 지하철 4호선 길음역에서 이물질 때문에 전동차 출입문이 닫히지 않은 사고로 출근길 승객 500여명이 후속 전동차로 갈아타야 했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또 다른 사고를 막으려면 정부나 각종 기관의 직원, 교통수단의 승무원 뿐만 아니라 시설 이용자도 끊임없이 감시하고 관여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문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재난 대응 시스템과 각종 매뉴얼이 잘 실행될 수 있도록 국가가 시민이 학습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외형적 성과 위주의 사회 시스템과 ‘남의 일이려니’ 하는 의식이 저변에 깔린 이른바 ‘대충대충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창호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참사는 우리나라 압축 성장이 가지고 온 폐해”라고 규정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가 경제 성장을 통해 하드웨어적으로 발전해 왔지만 이 제도를 이용하는 측면에서 소프트웨어는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제도나 매뉴얼이 아무리 잘돼 있어도 이를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성숙한 시민의식과 함께 학교와 사회의 교육 기능이 중요하게 됐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개인의 의식 문제를 말하기 전에 구조의 문제와 정부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개조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석호 성균관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질서와 규칙을 지키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강한 불신을 주는 사회 시스템이 문제”라며 “시민이 가진 불신과 배신감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모범 사례들이 정치권이나 시장에서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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