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기본법 다음달 초 발의
‘대주주 지분 상한’ 일률 적용 가닥
거래소 독점 막고 금융사 참여 유도
금융당국이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을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의 입법 형태로 이르면 다음주께 발의할 예정이다. 최대 쟁점이었던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규제는 시장점유율과 무관하게 대주주 지분 상한 20% 적용 방안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대주주 지분 상한’ 일률 적용 가닥=26일 국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여당과 협의를 거쳐 정무위원장인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입법으로 내달 초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을 내놓는다. 정부안은 거래소 규모나 시장점유율에 따라 규제를 달리하기보다 모든 가상자산거래소 사업자의 대주주 지분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파악된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체계와 가상자산사업자 규제를 포괄하는 법안이다.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 경쟁력을 한차원 끌어올리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도입돼야 하는 핵심 제도로 꼽힌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세부 쟁점을 조율하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입법 일정도 애초 예상보다 늦어진 가운데, 정무위원장 주도로 교통정리가 이뤄지면서 입법에 다시 탄력이 붙었다. 여당은 별도 태스크포스(TF) 없이 곧바로 법안 심사에 착수해 연내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최대 쟁점인 대주주 지분 상한은 20% 수준이 기본안으로 거론된다. 당국은 이를 통해 은행 등 전통 금융회사를 거래소 지배구조에 참여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기본법 제정으로 향후 도입될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통화·지급결제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사고 발생 시 책임 능력을 갖춘 금융회사를 거래소 이사회에 참여시켜 시장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특정 사업자의 독단적 경영을 막겠다는 판단도 깔렸다.
그간 시장에선 점유율이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중소 거래소에는 지분 정리 의무를 예외로 두는 절충안이 거론됐다. 시장 점유율 50% 이상 거래소에만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당국은 거래소별 점유율에 따라 규제 수준을 달리하면 점유율 산정 시점과 기준을 둘러싼 혼선은 물론, 규제 회피를 위한 ‘꼼수’까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상한 제한이 과도하다는 반발이 커질 경우, 지분 상한을 25~30% 수준으로 완화하는 카드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당국은 우선 본회의 통과에 방점을 찍고 후속 입법이나 하위 규정을 통해 세부 규제를 보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에 국회는 우선 지분 상한선을 정한 뒤 기존 사업자에 적용할 경과 규정과 지분 정리 기간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일률적인 지분 상한이 재산권과 경영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업계 반발도 예상된다. 한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20% 지분 상한을 일률 적용하면 거래소 업계의 파장이 클 것”이라며 “시행 즉시 기존 주주에게 헐값 매각을 강요하는 결과가 될 수 있고, 신규 투자 유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점유율 예외 가닥에 수수료 경쟁도=거래소 규모와 관계 없이 동일한 지분 상한을 적용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면서 국내 원화거래소 대부분이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잠시 소강상태였던 거래소 업계의 지분 매각과 외부 투자 유치 논의도 다시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5대 거래소 최대주주 지분율은 두나무(업비트) 송치형 회장 25.5%, 빗썸의 빗썸홀딩스 73.5%, 코인원 차명훈 대표 30.3%, 디지털엑스의 미래에셋컨설팅 97.1%, 스트리미(고팍스)의 바이낸스 67.4% 수준이다.
이 가운데 당국은 최근 한국투자증권과 OKX벤처스를 새 주주로 맞은 코인원의 지분 구조를 모범 사례로 분위기다. 코인원은 차 대표가 30.36%, 컴투스홀딩스가 24.54%, 한국투자증권과 OKX벤처스가 각각 20%를 보유하는 구조로 재편됐다. 창업자와 전통 금융사, 글로벌 디지털자산 기업이 지분을 나눠 갖는 형태다. 차 대표의 지분율은 당국이 협상 과정에서 허용할 수 있는 상한선으로 거론되는 30%에도 근접한 수준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도 지난달 22일 코인원의 대주주 변경 신고를 수리했다.
반면 빗썸은 최대주주인 빗썸홀딩스가 지분의 8할 가까이를 보유하고, 계열사 간 지분 관계도 복잡해 매각 협상이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빗썸은 복잡한 지분 관계 정리가 선결 과제이지만 높은 인지도와 거래 기반을 고려하면 여전히 관심을 보일 금융회사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이 지분 97.15%를 보유한 디지털엑스(옛 코빗)도 예외는 아니다. 점유율 기준 규제가 도입될 경우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모든 거래소에 일률적인 지분 상한이 적용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최근 시장에서 미래에셋컨설팅의 지분 매각이나 외부 투자자 유치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미래에셋컨설팅이 비교적 낮은 가격에 지분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일부 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실현할 유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점유율에 따른 규제 예외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중소형 거래소들의 점유율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실제 경쟁은 이미 수수료 인하전으로 번지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으로 편입된 디지털엑스는 24일부터 코빗 원화마켓 전 종목의 거래 수수료를 1년간 받지 않기로 했다. 코인원도 이날 오전 11시부터 고객들에게 바우처를 발급해 거래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하기로 결정했다.
유혜림·경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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