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성과급·경영결정 판단기준 공개

위임근거 없고 빠른 속도 내세웠지만

“반대하는 노동계 손 들어준 것” 지적

정부가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에 따른 경영성과급과 기업 투자·공장 증설 등 사업경영상 결정의 노동쟁의 대상 여부를 시행령이 아닌 행정지침으로 구체화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시행령 등 하위법령 정비를 직접 주문했지만, 고용노동부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지침을 택했다. 신속한 현장 적용과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한 조치지만, 지침만으로는 노사 간 법적 다툼과 현장 혼선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정부 등에 따르면 노동부는 오는 9월 3일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공개할 예정이다. 새 지침에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과 기업 투자·공장 증설 등이 노란봉투법상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기준과 구체적인 사례가 담길 전망이다. 이에 앞서 노동부는 이날 양대 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잇달아 만나 지침의 보완 방향을 설명하고 노사 의견을 수렴한다.

지난 3월 10일 시행된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 범위를 기존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과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경영성과급이나 공장 증설·이전 등 기업의 경영상 판단이 어디까지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행 해석지침은 합병·분할·양도·매각과 기업 투자·공장 증설 등 경영상 결정 자체는 원칙적으로 교섭·쟁의 대상이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정리해고나 배치전환 등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변화가 발생하면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보완 방식은 당초 ‘지침’에서 ‘시행령·시행규칙’으로 방향을 틀었다가 다시 ‘지침’으로 돌아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을 줄일 기준 마련을 주문한 데 이어 지난 11일 김영훈 노동부 장관에게 “해석은 그냥 의견일 뿐”이라며 하위법령 정비를 재차 지시했다. 김 장관도 다음 날 국회에서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지난 28일 현장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시행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동부가 대통령 주문에도 시행령을 택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노란봉투법에 쟁의 대상의 범위를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한 명시적인 위임 근거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헌법 제75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법률이 위임한 사항이나 법률을 집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시행령으로 정할 수 있다. 시행령은 크게 법률이 맡긴 내용을 구체화하는 ‘위임명령’과 법률 시행에 필요한 절차·방법을 정하는 ‘집행명령’으로 나뉜다. 따라서 법률에 명시적인 위임이 없어도 시행령을 만들 수는 있지만, 쟁점은 시행령으로 어디까지 정할 수 있느냐다. 성과급이나 기업 투자 등을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단순히 법을 집행하기 위한 세부 기준이라면 시행령으로 정할 수 있지만, 노란봉투법이 보장한 노동3권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라면 별도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노동부는 시행령으로 쟁의 대상의 경계를 그으면 노동쟁의 범위를 행정부가 임의로 축소한다는 위헌·월권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법원은 2020년 9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노조법에 근거가 없는 ‘법외노조 통보제도’를 규정한 시행령 조항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노동쟁의 대상은 노동3권과 기업 경영권이 충돌하는 본질적인 영역인 만큼 시행령으로 제한 기준을 만드는 데 법적 부담이 크다는 게 노동부 판단이다.

속도도 지침을 택한 이유다. 시행령은 입법예고와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 등에 최소 3개월이 걸리지만 지침은 발표 즉시 적용할 수 있다. 현장 상황에 따라 비교적 쉽게 수정·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청와대도 두 방식의 “현장에 미치는 효과는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행령은 모법의 범위에서 대외적 구속력을 갖는 반면 지침은 행정기관 내부의 업무처리 기준에 그친다. 노사 당사자와 노동위원회·법원을 구속하지 못한다. 정부가 사례를 제시해도 개별 사안이 근로조건에 얼마나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를 놓고 노사가 다시 다툴 가능성이 크다. 쟁의행위의 적법성은 결국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개별 판단에 맡겨진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결과적으로 시행령을 통한 쟁의 범위 제한에 반대한 노동계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 중 근로자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이뤄지는 결정은 오히려 극소수의 예외에 해당한다”며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면 시행령에 권한을 위임하는 보완입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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