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최근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네팔 히말라야. 기온 급상승으로 고산 지대의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린 게 시작이었다. 이후 대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불렀다.
이른바 ‘기후변화’의 저주. 그런데, 같은 달 지구 반대편에서도 기온 상승으로 인한 역대급 붕괴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 카메라도 닿지 않는 곳. 거주하는 사람이 없기에, 누구도 다치지 않았고 재산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사람들의 주목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 파급력은 네팔의 산사태를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 심지어 6800km가량 떨어진 우리나라까지 ‘고위험군’ 수준의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거대 붕괴가 벌어진 곳은 북극해 거대 빙하.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유독 빠른 해수면 상승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100~200년 후에 피해가 예상되는 얘기가 아니다.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지며, 당장 2030년 안에 우리나라 국토의 5%가량이 물에 잠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1일 유럽우주국(ESA) 코페르니쿠스 센티넬-1 레이더 위성 관측 결과에 따르면 지난 8월 4일 북서 그린란드 최북단에 있는 ‘페테르만 빙하(Petermann Glacier)’에서 거대한 얼음섬이 본체에서 뜯겨 나갔다.
떨어져 나간 얼음덩어리의 두께는 150m가량. 쉽게 예시를 들면, 아파트 50층 높이(150m)에 달하는 거대한 얼음 장벽이 축구장 1만 700개를 이어 붙인 광활한 면적(76.4㎢)으로 떨어져 나간 것. ‘거대 얼음 대륙’이 하루 만에 떨어진 셈이다.
페테르만 빙하는 극지방에서 기후변화의 ‘상징’과 같은 곳. 지난 2012년 대붕괴 사태를 겪었기 때문이다. 이후 10년 이상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 전 지구적인 폭염 현상과 함께, 14년 만에 다시 역대급 규모의 분리 사태가 벌어졌다.
북극의 기후변화라고 하면, 흔히들 ‘북극곰’을 떠올린다. 빙하가 줄어들면서, 먹이를 찾기가 어려워지고 서식 환경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빙하 붕괴는 우리나라에도 직접적인 ‘기후재난’을 불러올 수 있다.
그린란드에 쌓여 있는 거대한 얼음은 막대한 질량을 소유한다. 이에 바닷물을 자신 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기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얼음이 사라지면, 그 지역의 중력이 미세하게 약해진다.
쉽게 말해, 얼음을 꽉 붙들고 있던 힘이 약해지는 것. 이후 바닷물은 지구 자전에 따라 정반대로 이동한다. 여기서 바닷물의 도착지가 바로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북서 태평양 지역이다. 빙하 붕괴가 우리나라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단순히 이론적인 접근이 아니다. 한국은 이미 그린란드 빙하 유실에 따른 ‘레드 존(Red Zone)’으로 분류되고 있다. 전 세계 평균 해수면 상승 폭보다 10~20%가량 더 가파르게 수위가 치솟는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피해도 진행되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지난 36년(1989~2024년)간 한국 연안의 평균 해수면은 이미 11.5cm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천히 국토를 점령하는 바다. 여기에 기온 상승으로 인한 거대 빙하 붕괴 여파가 이어질 경우, 상황은 임계점을 넘을 수 있다.
먼 미래의 일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의뢰해 기후 연구기관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이 지난 2020년 시행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이 획기적으로 줄지 않은 상태에서 강한 태풍이 겹칠 경우 당장 2030년에 한반도 국토의 5% 이상이 물에 잠길 수 있다.
인구로 환산하면 약 332만 명의 거주지가 크고 작은 침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 특히 조수간만의 차가 큰 인천 등 서해안이나 방어선이 낮은 부산 등 연안 도시, 그리고 강서구 등 한강 변 내륙 저지대까지 모두 위험 반경에 들어간다.
평소 바닷물이 몇 cm 오르는 것 자체가 무서운 건 아니다. 높아진 기본 수위에서 태풍 등이 들이닥칠 때, 방파제를 넘어서는 물의 파괴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각종 요인이 시너지 효과를 내,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작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거대 얼음섬이 바다로 녹아들면서, 지구 열을 순환시키는 거대한 물의 흐름을 느려지게 만들 수 있다. 이 경우 대기 상공의 제트기류가 요동치면서 이상 기후 현상을 유발한다.
특히 여름철 한 달 치 비가 하루 만에 쏟아지는 등 극한 폭우가 내리거나, 농작물까지 말라 죽는 극단적인 수준의 돌발 가뭄이 발생하는 ‘극단적 날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날씨로 인한 사상자 피해는 물론, 농업 생산 등 경제적 타격까지 예상된다.
네팔의 대홍수와 산사태가 눈앞에 벌어진 ‘급성 재난’의 형태라면, 북극해의 거대 빙하 붕괴는 시차를 두고 한국의 해안선을 조여오는 형태에 가깝다. 이에 온실가스 감축 등 거시적인 대처와 함께 피해를 직접적으로 방어하는 ‘적응 대책’으로 정책의 무게가 실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사태를 관측하고 추적해 온 과학자들 역시 관련 학술 보고서와 공식 성명을 통해 빙하 붕괴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님을 강조하며 구조적 대비를 주문했다.
애덤 가르보(Adam Garbo) 캐나다 오타와대 빙하학 연구원은 대학 연구팀 공식 성명을 통해 “페테르만 빙하는 오랫동안 그린란드에 남아 있는 가장 큰 빙설 가운데 하나였다”며 “우리는 수년 동안 이번 붕괴를 예상했다“고 말했다.
애나 크로퍼드(Anna Crawford) 영국 스털링대 빙하학자 또한 ESA 빙붕 유실 관측 분석 보고서를 통해 “북극에서 이처럼 거대한 빙붕이 떨어져 나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며 “빙산 붕괴가 앞으로 빙하의 움직임과 해수면, 해양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이 있게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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