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 현대차 사용자성 초심 판단 유지
생산·식당·보안·미화만 교섭 의무 인정
현대제철, 현대차그룹 첫 원·하청 교섭
자회사 노조 원청에 처우개선까지 요구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대자동차가 생산과 구내식당, 보안, 미화 업무를 담당하는 하청 노동자와 직접 교섭해야 한다고 재차 판단했다. 판매대리점 영업사원(카마스터)과는 교섭 의무가 없다는 초심 판정도 유지되면서 재계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잡음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현대제철이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처음으로 원·하청 교섭을 시작한 가운데, 하청 노조가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산업안전보건 관련 의제 외에도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외 하청 ‘카마스터’ 사용자성 불인정…재계 “최악 면했다”
1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중노위는 지난달 31일 현대차에 대한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 재심 신청 판정회의를 열고 초심 유지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생산과 식당, 보안, 미화를 담당하는 하청 노동자에 대해선 현대차의 사용자성이 인정됐고 판매대리점 영업사원에 대해선 인정되지 않았다.
앞서 울산지노위는 외주 업체 소속인 구내식당 근무자와 공장 보안·경비 요원이 현대차가 소유한 시설에서 일하며 원청의 위생 기준, 보안 시스템 등을 따라야 하므로 교섭 의무가 있다고 봤다. 반면, 카마스터에 대해서는 원청과 대리점 계약을 체결한 별도의 사업주가 독립적인 영업 공간과 조직을 통해 운영하면서 사원 모집, 인원 운영, 보수 지급 등을 담당하고 있다며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중노위가 카마스터에 대한 판단을 유지하면서 재계에서는 최악은 면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콜센터 상담원 등을 제외하면 사외에서 근무하는 하청 근로자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사례는 매우 예외적”이라며 “자유롭게 영업활동을 하며 원청이 개입할 여지가 적은 영업사원까지 사용자성을 인정할 경우 파장이 매우 컸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측은 결정문을 검토한 뒤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중노위는 판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판정서를 송달해야 하며, 불복 시 판정서를 송달받은 15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결정문을 받는 대로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하여 노조법 개정 취지와 정해진 절차를 고려해 대응입장을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 ‘처우개선’ 두고 줄다리기…“우려 현실됐다”
원·하청 교섭을 먼저 시작한 현대제철에서는 하청 노조가 산업안전보건뿐만 아니라 자회사 처우 개선까지 요구하면서 노사 간 입장 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가장 먼저 노동위원회로부터 하청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뒤, 지난달 교섭에 들어갔다.
현대제철은 ITC(충남 당진), ISC(인천), IMC(경북 포항), IEC(전남 순천) 등 4개 자회사 노조와 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4개 자회사 노조원은 ITC 3395명을 포함해 총 5009명에 이른다. 교섭에는 자회사 노조와 현대제철뿐만 아니라 자회사 경영진이도 참여하고 있다.
자회사 노조는 노동위가 사용자성을 인정한 산업안전 의제만으로는 원청 교섭의 실질적인 의미가 부족하다며 자회사 간 차별 해소, 고용 안정, 처우 개선 등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청인 현대제철이 계열사 처우 개선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동위가 판정한 산업안전보건 관련 의제를 중심으로 논의가 필요하다며, 처우 및 고용 안정에 대해서는 각 계열사의 자율성과 경영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노사는 앞서 노동위원회 판정을 내린 의제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가되, 필요 시 다른 의제에 대한 상호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합의한 바 있다. 현대제철의 사례가 계열사 전체의 선례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교섭의제를 둘러싼 양측의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 전부터 하청노조가 사용자성을 인정받기 쉬운 산업안전 의제에 대해 노동위의 판단을 받은 뒤 협상 테이블에서 임금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할 것으로 우려했다”며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노란봉투법 시행이 반년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실제 교섭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22%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기준 노란봉투법 관련 교섭요구를 받은 원청사업장은 456곳으로 이 중 실질적으로 교섭 단계에 진입한 사업장은 102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원청 사업장은 사용자성을 부인하며 공고를 미루거나 교섭에 응하지 않은 채 노동위 판단을 구하고 있다. 지노위와 중노위의 판단을 거친 뒤에도 판단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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