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에도 ‘너무 비싼’ 핵심지 아파트
하위 20%는 40년…무너진 주거 사다리
서울의 고소득층도 핵심지 아파트 전세를 구하기 위해선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7년 6개월을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전세가격 급등세를 쫓아가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의 명목 연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2인 이상·도시가구)의 J-PIR(소득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전세 보증금 상위 20% 기준 7.5를 기록했다. J-PIR(Price to Income Ratio)은 주택 전세가격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소득을 7년6개월간 모두 모아야 핵심지 아파트 전세를 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지난 2022년 12월(7.7) 이후 44개월 만에 최고치로, 그만큼 전세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졌음을 의미한다. 앞서 2020년 7월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주택임대차 신고제) 도입 이후 전세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해당 수치는 8.5까지 치솟았다. 이후 점차 안정을 찾았으나, 최근 실거주 의무 강화로 전세 매물이 줄고 전셋값이 오르자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핵심지 아파트 전세 가격을 중위 소득으로 확대해 비교하면, 전세 시장의 가격 오름세가 더 확연히 느껴진다. 서울의 중위 소득 가구(3분위)가 학군지나 직주근접성이 뛰어난 상위 20% 아파트 전세를 구하려면,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약 16년(J-PIR 15.6)을 모아야 한다.
저소득층(하위 20%)의 주거 사다리는 사실상 무너졌다. 이들이 상위 20% 아파트 전세를 구하려면 무려 40년(J-PIR 39.9) 동안 소득을 전액 모아야 하는 실정이다.
실제 전세 보증금 상승세는 소득 상승 및 인플레이션 속도를 압도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8월 서울 5분위 아파트 전세 가격은 13억2759만원으로 1년 전(12억4588만원) 대비 6% 상승했다. 중산층이 주로 찾는 중간 가격대(3분위) 전셋값은 같은 기간 5억6642만원에서 6억3169만원으로 11.5%나 급등했다.
평균 전세가격도 7억1178만원으로 한달 전(7억458만원)에 비해 1000만원 가까이 상승했다. 강북 14개구는 평균 5억8685만원에서 5억9351만원으로, 강남 11개구는 8억1104만원에서 8억1877만원으로 올랐다.
정재훈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조교수는 “J-PIR 상승은 전셋값 급등이 가계의 소득 증가 속도를 앞지르며 주거비 부담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의미”라며 “실수요자의 자금 압박을 가중해 결국 전세 수요가 반전세나 월세로 밀려나는 주거 하향 이동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승희 기자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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