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기업공개(IPO)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송하준 기자] 국내 증시 상장을 위해 문을 두드린 기업은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실제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기업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복상장 관련 불확실성으로 대어급 기업들이 일정을 미루거나 심사를 철회한 데다 강화된 상장 요건과 증시 변동성이 겹치면서 예비심사 청구 증가가 실제 상장 확대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8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신규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일반기업은 68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0곳보다 8곳(13.3%) 늘었다(스팩·이전상장 제외). 반면 같은 기간 신규상장한 일반기업은 51곳에서 27곳으로 24곳(47.1%) 감소했다.

예심 청구는 늘었지만 증시에 새로 입성한 기업은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월별로 보면 예심 청구는 연초 주춤한 뒤 4월부터 다시 늘었다. 1~3월 각각 5곳, 2곳, 4곳이었던 청구기업은 4월 14곳, 5월 13곳으로 증가했고 6월 10곳, 7월 14곳, 8월 6곳을 기록했다.

IPO 예비심사 청구·신규상장 수
IPO 예비심사 청구·신규상장 수

하지만 공모주에 대한 투자 수요는 이어졌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969대 1로 2017~2025년 평균 869대 1을 웃돌았고 일반청약 경쟁률도 1782대 1로 같은 기간 평균 985대 1을 상회했다.

상장 기업이 줄어든 배경으로는 중복상장 관련 제도 불확실성이 꼽힌다. 지난해부터 모회사와 자회사의 중복상장 규제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지만 중복상장 원칙 금지·예외 허용을 위한 세부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지난 7월에야 마련되면서 대어급 기업들이 IPO 일정을 미루거나 심사를 철회했다.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은 케이뱅크 한 곳에 그쳤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발표가 차일피일 지연되면서 신규상장을 앞둔 기업들의 흐름을 막았다”고 분석했다. IPO 추진 당시 몸값이 2조원대로 거론됐던 에식스솔루션즈가 심사를 철회했고 디티에스와 덕산넵코어스는 심사가 장기간 지연됐다. 덕산넵코어스와 디티에스는 예심 청구부터 심사 결과를 받기까지 각각 251일과 305일이 걸렸다. 지난 3월 5일 케이뱅크 상장 이후 소노인터내셔널이 6월 26일 예심을 청구하기까지 코스피에서는 약 4개월간 신규상장 예심 청구가 끊겼다.

중복상장 문제 외에도 강화된 상장·상장폐지 요건과 증시 변동성이 기업들의 IPO 추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요인들이 대어급 기업의 상장 지연과 중소기업 중심의 IPO 흐름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기존 증시의 강세도 신규상장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최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코스피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미 상장된 종목에 쏠렸고 신규 발행시장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고 분석했다. 대어급 기업들의 IPO 일정이 지연된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도 유통시장으로 이동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공모 과정에서 증권신고서 심사 지연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8일 IPO·유상증자 과정에서 정정 요구사항을 충실히 반영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최대한 신속하게 심사하는 ‘증권신고서 정정요구 차등화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반복적인 정정 요구로 자금조달 일정이 지연되는 것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IPO 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약 40여개로 상반기보다 소폭 증가했다”며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IPO 심사청구 이후 1~2개월 뒤 승인을 받은 기업부터 활발하게 IPO가 진행되면서 3분기 말부터 4분기에는 IPO 시장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hajun82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