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명의라도 자금출처 없으면 증여
취득대금 대신 납부해도 증여세 과세
사망 전 10년 내 증여, 상속에 합산 돼
고지서 받은날부터 90일 내 불복 가능
소득·지출 자료로 자금출처 입증해야
상담을 마친 이 씨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약 1년을 기다린 끝에 추가로 부과된 상속세와 증여세는 모두 취소됐다. 억울함은 풀었지만 대가가 없지는 않았다. 불복 기간에 불어나는 가산세를 막기 위해 세금을 일단 낸 뒤 되돌려받아야 했고, 결과를 알 수 없는 1년을 불안 속에 보내야 했다.
#. 지난해 갑작스레 아내를 떠나보낸 이우리(72) 씨는 최근 세무서에서 날아온 고지서를 받아 들고 눈을 의심했다. 이미 신고와 납부를 모두 끝냈다고 생각한 상속세를 1억7570만원 더 내라는 통지였다. 게다가 봉투 안에는 난생처음 보는 증여세 고지서 1676만원까지 함께 들어 있었다.
문제가 된 것은 6년 전 아내와 절반씩 공동명의로 취득한 아파트였다. 해당 아파트는 매입 당시 14억원에서 지난해 25억원까지 오른 상태였다. 분명 두 사람 공동명의 재산이지만 세무서는 우리씨 몫인 지분 50%마저 ‘아내가 생전에 증여한 재산’으로 봤다. 부부가 함께 일군 집 한 채가 하루아침에 ‘물려받은 재산’이 된 셈이다.
이 씨 부부에게는 자녀가 없다. 장인·장모도 이미 세상을 떠나 상속인은 이 씨 한 명뿐이다. 아내는 공동명의 아파트 외에도 퇴직금 등 20억원의 재산을 남겼다.
증여세까지 내게 될 줄 꿈에도 몰랐던 우리씨는 무신고 증여세 가산세에다 상속세까지 추가로 내야 한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했다. 아내 사망 이후 아내 몫의 아파트 지분 50%(상속 당시 시가 12억5000만원)과 그 외 20억원의 자산에 대해서는 상속 자산으로 신고해 상속세는 436만5000원을 낸 바 있었다. 그렇게 상속 문제는 마무리된 줄 알았으나 세무서는 그에게 1억9200만원이 넘는 추가 청구서를 내민 것이다.
억울한 마음이 든 우리씨는 조세불복 방법을 상담받기 위해 세무 전문가 ‘스마트 홍택스’를 찾았다.
Q. 아내와 절반씩 이름을 올린 공동명의 아파트입니다. 그런데 왜 제 지분에까지 증여세 고지서가 나온 건가요.
A. 세법은 등기부에 적힌 ‘이름’보다 그 돈이 ‘누구 주머니에서 나왔는지’를 먼저 봅니다.
이 씨는 아파트 분양계약을 아내분과 5대5로 체결했고 등기도 그렇게 마쳤습니다. 그런데 분양대금이 전액 아내분 통장에서 빠져나갔습니다. 중도금 대출 차주도 아내분이었고 대출 원리금 역시 아내분 계좌에서만 상환됐습니다. 취득 과정에서 이 씨 계좌가 등장하는 대목이 한 번도 없었던 겁니다.
이렇게 되면 세무서는 ‘이 씨 지분 50%는 아내분이 대금을 대신 내주고 사준 것’, 즉 증여로 판단합니다. 부동산 자체를 넘겨주는 것만 증여가 아닙니다. 부동산 취득 대금을 대신 부담해 주는 것도 똑같이 증여에 해당합니다.
Q. 그렇다면 증여세는 얼마나 되나요?
A. 증여받은 재산은 취득 당시 매입가 14억원의 절반, 즉 7억원으로 봅니다. 여기에서 배우자 증여재산공제 6억원을 빼면 과세표준은 1억원. 10% 세율을 적용한 산출세액은 1000만원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당시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고세액공제(3%)는 한 푼도 받지 못합니다. 대신 무신고 가산세 20%(200만원)와 납부지연 가산세(475만9100원·2022년 2월 15일 이후 1일 0.022%)가 붙습니다. 최종 증여세는 1675만9100원입니다.
바꿔 말하면, 6년 전에 증여세 신고만 해뒀더라도 세금은 970만원에서 끝났을 일입니다. 신고를 하지 않아 700만원 넘게 더 물게 된 셈입니다.
Q. 상속세는 지난해 이미 신고하고 납부까지 마쳤습니다. 그런데 왜 또 내라는 건가요?
A. 상속세 과세 대상은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사망한 사람)이 사망 시점에 보유하던 재산입니다. 그런데 미리 증여해 상속세를 피하는 사례가 이어지자, 세법은 여기에 빗장을 걸어뒀습니다.
사망 전 10년 이내에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 그리고 5년 이내에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증여한 재산은 모두 상속재산에 더해서 과세합니다. 이때 더하는 금액은 사망 시점 시세가 아니라 ‘증여일 현재의 시가’입니다. 이미 낸 증여세가 있다면 상속세에서 빼줍니다(증여세액공제).
이 씨의 경우 아파트 지분 50%(7억원)를 6년 전 아내분에게서 증여받은 것으로 정리됐으니, 10년 안에 이뤄진 사전증여로 잡혀 상속재산에 합산되는 겁니다.
Q. 같은 아파트인데 상속재산 12억5000만원, 증여재산 7억원으로 두 번 잡혔습니다. 이중과세 아닌가요
A. 그렇게 보이지만 실은 서로 다른 지분입니다.
아내분 지분 50%는 상속재산입니다. 상속 당시 시가인 12억5000만원으로 평가됩니다.
이 씨 지분 50%는 사전증여재산입니다. 증여일(6년 전) 시가인 7억원으로 평가됩니다.
같은 아파트지만 한쪽은 상속, 다른 한쪽은 증여로 나뉘어 각각 다른 시점의 가격으로 계산됩니다. 지분 하나에 세금이 두 번 붙는 구조는 아닙니다.
Q. 추가로 내야 할 상속세는 얼마인가요?
A. 세무서 고지서를 차근차근 따라가 보겠습니다.
기존 상속재산 32억5000만원에 사전증여재산 7억원을 더하면 39억5000만원입니다. 여기에서 상속공제 32억원(기초공제 2억원+배우자 상속공제 30억원)과 장례비 500만원을 빼면 과세표준은 7억4500만원. 처음 신고했던 4500만원에서 훌쩍 뛰어올랐습니다.
과세표준이 5억원을 넘어서면서 세율 구간도 10%에서 30%로 올라갑니다. 7억4500만원에 30%를 적용한 뒤 누진공제 6000만원을 빼면 산출세액은 1억6350만원입니다. 여기에서 앞서 계산한 증여세 산출세액 1000만원을 증여세액공제로 빼면 1억5350만원, 다시 신고세액공제 3%(29만6275원)를 빼면 됩니다. 다만 우리씨의 경우 과소신고 가산세 10% (1490만원)와 납부불성실가산세(1196만4700원)까지 부과돼 최종 상속세는 약 1억8006만원이 됩니다.
이미 낸 436만5000원과 비교하면 1억7570만원이 늘어난 것입니다. 증여세 1675만9100원까지 합치면 우리씨가 추가로 마주한 세금은 1억9246만원을 넘습니다.
Q. 사전증여재산까지 넣어 상속세를 매겼는데, 증여세 고지서도 따로 왔습니다. 같은 재산에 세금을 두 번 물리는 것 아닌가요?
A. 잘 헷갈리는 포인트이긴합니다만, 결론부터 말하면 두 번 걷지는 않습니다.
증여세 산출세액 1000만원은 상속세를 계산할 때 ‘증여세액공제’로 그대로 빼드렸습니다. 앞서 산출세액 1억6350만원에서 1000만원을 뺀 것이 그것입니다. 증여세 고지서에 적힌 1675만9100원 가운데 실질적으로 더 부담하시는 것은 가산세 675만9100원뿐입니다.
다만 세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이중과세가 아니라 세율 구간 때문입니다. 7억원을 미리 증여한 것으로 정리되지 않았다면 상속세 과세표준은 4500만원에 머물러 10% 세율이 적용됐을 겁니다. 그런데 합산하면 7억4500만원이 되면서 30% 구간으로 올라섭니다. 미리 조금씩 증여해 세율 구간을 낮추는 방식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Q. 저희 부부는 30년 넘게 맞벌이했습니다. 소득이 비슷해 아내 소득은 저축하고 제 소득은 전부 생활비로 썼을 뿐입니다. 아내가 재산 관리를 맡았으니 아내 계좌에서 아파트 대금과 대출 원리금이 나간 것이고요. 이대로 세금을 다 내야 하나요.
A. 다퉈볼 수 있습니다. 다만 시계가 이미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세무조사 뒤 ‘과세예고통지서’를 받은 단계라면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해 고지 전에 한 번 더 다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씨는 이미 고지서를 받으셨으니 조세불복 절차로 가야 합니다. ▷세무서에 이의신청 ▷국세청장에게 심사청구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 ▷감사원에 심사청구 가운데 하나를 택하시면 됩니다.
기한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고지서를 받은 날)부터 90일입니다. 기한을 잘 지키는게 매우 중요합니다.
Q. 세무서에 어떻게 주장해야 하나요?
A. 입증해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가족 공동체의 생활비를 내가 전담했다’는 사실, 둘째 ‘내 힘으로 아파트를 취득할 재력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 자료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두 분의 소득금액증명원으로 이 씨에게 지분 50%를 취득할 만한 소득이 있었음을 보이고, 카드 사용내역서와 계좌 거래내역으로 생활비 대부분이 이 씨 지출이었음을 보여야 합니다. 자료를 그대로 제출하기보다 엑셀로 연도별·항목별 정리해 한눈에 들어오게 만드는 편이 훨씬 유리합니다.
판례도 이런 사정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부부 사이의 계좌이체에는 공동생활의 편의, 자금의 위탁 관리, 생활비 결제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곧바로 증여로 추정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또 일정한 직업과 재력을 갖춘 사람이 부동산 매입 자금 일부의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자금을 배우자에게서 증여받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씨는 30년 근로소득자로서 충분한 재력이 있었고, 아내분에게 자금 관리를 맡겼을 뿐이라는 점을 자료로 보여줄 수 있는 상황입니다.
Q. 부부끼리 계좌이체만 해도 증여세가 나올 수 있다는 말에 통장을 아예 따로 쓰는 부부도 많습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A. 부부 사이 계좌이체만으로 증여세가 나온다고 걱정해 자산을 아예 따로 관리하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살림하다 보면 부담을 정확히 반씩 나누기란 사실상 불가능하죠. 앞서 말씀드린 대로 부부간 계좌이체를 전부 증여로 보지는 않으니 지나치게 겁먹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가 되는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평소 계좌이체가 아니라 부동산처럼 큰 자산을 취득하는 순간입니다. 이때만큼은 자금출처를 확실히 정리해 두셔야 합니다.
Q. 맞벌이 부부가 공동명의로 집을 살 때, 분양대금과 대출 원리금은 각각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요.
A. 세 가지만 지키시면 됩니다.
첫째, 매수 대금은 가능한 한 각자 지분만큼 각자 계좌에서 이체하세요. 둘째, 공동명의 부동산이라도 대출 차주는 한 명이 되기 때문에 원리금이 그 배우자 계좌에서만 빠져나갑니다. 5대5로 취득했다면 매달 원리금의 절반을 차주인 배우자 계좌로 입금해 기록을 남기세요.
셋째, 계좌이체를 할 때는 어떤 목적인지 메모를 남기고, 돈을 빌려주는 경우라면 차용증을 작성한 뒤 그대로 상환한 기록까지 금융거래로 남겨두세요.
마지막으로, 증여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배우자 공제 6억원에 걸려 내야 할 세금이 0원이더라도 증여세 신고는 하시길 권합니다. 신고 자체가 자금출처를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서류가 되기 때문입니다.
정호원 기자
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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