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AI 도입 후 ‘투자효과 정체’ 진단
현업이 필요한 업무 프로그램 직접 설계·개발
타이어 패턴 생성·수요예측에도 AI 적용
“기술보다 문제 제대로 정의하는 능력 중요”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지만 실제 매출이나 생산성 향상 등 사업 성과로 연결하는 곳은 아직 많지 않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AI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업 직원이 직접 업무 방식을 바꾸고 필요한 소프트웨어까지 만드는 방식으로 AI 전환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산업 AI 콘퍼런스 ‘어텐션 2026’에 참석해 그룹의 AI 전환 전략과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고 4일 밝혔다.
마키나락스가 2024년부터 개최해 온 어텐션은 올해 ‘AI, 현장에 착륙하다’를 주제로 열렸다. 제조와 에너지, 반도체, 국방, 공공 분야 등을 중심으로 약 1600명이 사전 신청했고 현장에는 800여명이 참석했다.
김성진 한국앤컴퍼니 디지털전략실 전무는 ‘AI가 기업 운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김 전무는 그룹의 최고디지털책임자(CDO) 겸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정보기술(IT)과 디지털전환(DX), AI 전환(AX)을 총괄하고 있다.
김 전무는 생성형 AI를 도입한 기업들이 기대만큼 투자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ROI(투자 대비 효과) 정체’ 현상부터 짚었다.
AI를 도입한 기업 가운데 실제 사업 가치 창출까지 이어진 곳은 30% 미만이며 상당수는 기술을 시험해 보는 개념검증(PoC)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연구개발부터 생산·품질·물류·재무까지 부문마다 데이터가 흩어져 있는 데다 기존 IT 시스템은 기획하고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걸림돌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이 내놓은 해법은 ‘AI 기반 업무 프로세스 혁신’다. 기존 업무 방식 위에 AI 기능을 단순히 덧붙이는 대신 AI 활용을 전제로 업무 절차 자체를 다시 설계하겠다는 의미다.
기반이 되는 것은 데이터 통합이다. 그룹은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사업 곳곳에 흩어져 있던 정보를 연결하고 있다. 같은 정보를 부서마다 다르게 사용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전사적으로 하나의 기준 데이터를 사용하는 ‘SSOT(단일 데이터 원천)’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직원들의 프로그램 개발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현업 직원이 생성형 AI와 대화하면서 필요한 프로그램을 직접 만드는 이른바 ‘AI 바이브 코딩’을 업무 전반에 적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현업에서 필요한 프로그램이 생기면 요구 사항을 정리해 개발 부서에 전달하고 개발·검증 과정을 거쳐야 했다. AI를 활용하면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직원이 필요한 기능을 직접 정의하고 간단한 프로그램이나 업무 도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타이어 개발 과정에도 AI가 들어갔다. 한국타이어는 마키나락스와 함께 ‘타이어 패턴 생성 AI’를 구축해 디자이너가 AI와 함께 다양한 타이어 무늬를 만드는 데 활용하고 있다. AI가 여러 설계안을 만들어내면 사람이 성능과 디자인 측면에서 결과를 판단하고 이를 다시 개발 과정에 반영하는 식이다.
수요예측에도 AI를 적용했다. 내·외부 17개 변수를 함께 분석하는 자체 AI 모델을 구축해 향후 판매량을 예측하고 생산·재고 등 공급망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있다.
김 전무는 AI를 잘 사용하는 기술 자체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찾아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AI가 프로그램 개발 등의 기술 장벽을 낮춰도 문제를 정의하고 AI가 내놓은 결과가 실제 사업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는 역할은 결국 사람의 몫이라는 것이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최근 사내 업무 환경에서도 AI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 1일에는 그룹 공통 업무 플랫폼 ‘아레나’를 전면 개편해 문서 탐색·요약뿐 아니라 반복 업무 자동화와 직원별 맞춤형 업무 봇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김 전무는 “앞으로의 엔터프라이즈 AI 혁신은 기술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가장 깊이 이해하고 명확하게 사고하는 현업 실무자가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데이터와 AI, 현업의 전문성을 결합해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것이 기업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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