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폐합 80% 이상 법개정…국회처리 시점 변수로

지역본부·인재채용 유지, 노조와 ‘투트랙’ 협의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공공기관 109개를 줄이는 기능개혁에 나선 가운데 ‘발전 5사’ 통합이 가장 먼저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통폐합 대상의 80% 이상이 법 개정을 필요로 하는 것과 달리 발전사 통합은 별도의 법 개정 없이 추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정부 관계자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 관련 백브리핑을 열고 “(대상 기관 중) 80% 이상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현재 상태에서 발전사 같은 경우는 형식상으로는 바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한 총리,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
한성숙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한 총리,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

기관별로 통폐합 목표 일정은 세워두고 있지만 법 개정이 필요한 기관은 국회 처리 시점에 따라 실제 추진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반면 별도의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기관은 곧바로 후속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

정부는 전날 발표에서도 “기능개혁에 필요한 법률의 신속한 제·개정을 위해 국회와 긴밀히 소통·협의하는 한편 별도 절차가 필요하지 않은 기관은 즉시 통폐합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통합 대상인 발전 5사는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으로, 정부는 이들을 ‘한국발전’(가칭)으로 합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전체 관리 대상 기관의 약 20%에 해당하는 109개를 줄일 계획이다. 감축 비율을 산정할 때 현재 지정된 공공기관뿐 아니라 공공기관 지정 요건에 해당하지만 지정되지 않은 기관 등까지 포함한 524개를 모수로 삼았다.

정부 관계자는 “40명 미만 소규모 기관이 60여개 정도 있고 단순 업무를 위탁한 자회사도 있다”며 “이 기관들까지 모두 모수로 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계획대로 109개 기관을 통폐합하면 관리 대상은 524개에서 415개로 줄어든다. 다만 이들 기관이 모두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것은 아니어서 실제 지정 공공기관 수는 향후 지정 절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이번 기능개혁이 과거 인력·비용 감축 중심의 공공기관 구조조정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 공공기관 개혁의 대표적인 캐치프레이즈는 ‘파티는 끝났다’는 것이었지만 저희는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니다”며 “인공지능(AI) 대전환과 복합위기 상시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융합적이고 선제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통폐합 과정에서도 임원을 제외한 직원의 정원을 유지하고 고용승계를 보장한다. 중복 인력은 재배치하되 AI·신기술 분야 등의 인력 수요를 늘려 신규 채용이 줄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비용 절감 자체의 목표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통폐합 이후에도 기존 지역 조직은 상당 부분 유지될 전망이다. 정부는 대구의 가스공사와 울산의 석유공사를 예로 들어 통합하더라도 기존 조직을 본사와 본부 등으로 나눠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폐합 자체가 기존 건물의 매각이나 기관 이전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이전 여부는 별도의 공공기관 이전 정책과 연계해 판단할 방침이다.

지역인재 채용은 본부별 채용을 통해 유지한다. 정부 관계자는 “발전사 같은 경우 어느 한 곳에 본사를 두게 되면 지역인재 채용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있는데 본부별 채용을 통해 문제가 없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별 세수 문제는 구체적인 조직 형태가 정해진 뒤 추가로 검토한다.

통폐합 과정에서 예상되는 노조와의 갈등은 ‘투트랙’ 협의로 풀어나갈 방침이다. 한 축은 재경부·고용노동부와 한국노총·민주노총 등이 참여하는 상급단체 차원의 노정 협의로, 이미 다섯 차례 진행됐다. 다른 한 축은 각 주무부처와 개별 기관 노조 간 협의다. 정부는 향후 개별 기관의 이행계획과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노조와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