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제개편안 파장에 촉각 세우는 관가

재건축·교육 등 비거주 사유 제각각 달라

실거주 원칙 고수 시 주거·인사·세 부담

세종시 어진동을 지나는 시민들의 모습이 도로에서 내뿜는 강한 열기로 뿌옇게 보이고 있다. [뉴시스]
세종시 어진동을 지나는 시민들의 모습이 도로에서 내뿜는 강한 열기로 뿌옇게 보이고 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앞으로는 비거주 1주택도 승진이나 인사 때 문제가 될까요?”

최근 만난 중앙부처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정부의 세제개편안 얘기가 나오자 이렇게 되물었다. 그동안 관가에서 부동산을 둘러싼 최대 관심사가 ‘다주택 여부’였다면 이제는 집이 한 채뿐이어도 실제 그 집에 살고 있는지가 새로운 잣대로 자리 잡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질문이었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건 정부가 수정된 세제개편안에서도 ‘실거주 1주택’과 ‘비거주 1주택’을 구분하는 원칙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이는 한편, 비거주 1주택자는 당초 9억원으로 낮추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현행 12억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실거주·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 격차는 5억원에서 2억원으로 줄었지만 보유기간 중심의 세액공제를 거주기간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실거주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향은 유지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2일 “거주 중심의 주택시장을 정착시키겠다는 것이 정부가 생각하는 일정한 방향성”이라며 “실거주자와 비거주자의 차이는 둬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모습 [뉴시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모습 [뉴시스]

관가가 주목하는 것은 세 부담 자체보다 ‘거주 여부’가 별도의 정책 판단 기준으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부동산 정책의 논의·입안·보고·결재 과정에서 ‘다주택자’와 함께 ‘비거주 고가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다보유자’를 배제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당장 비거주 1주택자를 특정 인사나 업무 배제 대상으로 삼겠다는 방침이 나온 것은 아니다. 앞서 다주택자 공무원을 타깃으로 인사 조치가 실제로 확산한 전례가 있다 보니 이번에는 비거주 고가주택에 더해 비거주 1주택을 보유한 공무원들이 업무 배제를 우려하며 떨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세종에 있는 정부 부처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민감도가 높다. 서울이나 경기 과천에 집 한 채를 보유한 상태에서 부처 이전으로 세종으로 내려와 전월세로 생활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세제개편안에는 취학이나 직장 변경·전근, 치료·요양, 해외 근무, 고령 부모 봉양 등 불가피한 사유로 거주지를 옮긴 경우 비거주 기간 중 최대 3년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단순히 ‘거주하느냐, 거주하지 않느냐’만으로 비거주의 성격을 판단하기 어려운 현실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한 것이다.

특히 직장 이동에 따른 비거주는 사유가 비교적 명확하다. 다수 공무원이 비거주 1주택자라는 세제 타깃에서 벗어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문제는 본인이 추가적인 배경 설명을 하기 전까지는 외형적으로 드러난 규제 대상인 비거주 1주택자라는 사실 자체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중앙부처 과장급 공무원은 “어떤 사람들은 서울 집을 팔고 아예 세종에 집을 사면 될 것 아니냐고 쉽게 얘기하지만 사실상 전 재산인 집 한 채를 가족과 상의도 없이 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겠느냐”며 “가정 파탄범이 되는 지름길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공무원들도 비거주 1주택자가 된 배경은 다양하다. 재건축으로 기존 주택에 살 수 없거나, 자녀 교육이나 부모 봉양, 배우자의 직장 문제, 기존 임대차 계약 등으로 보유 주택과 실제 거주지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사례들이다. 특히 서울이나 수도권 안에서 거주지를 옮긴 공무원은 ‘세종 발령’처럼 비거주 사유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억울한 측면이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세종 발령처럼 이유가 분명하면 설명이 되지만 같은 수도권 안에서 집과 거주지가 다른 경우는 사정이 제각각”이라며 “비거주라는 결과만 놓고 투자 목적과 불가피한 사정을 나눌 수 있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3일 행정·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비거주 1주택 공무원’이 더 양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수도권에 주택 한 채를 보유한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이 근무지 이전으로 지방으로 거주지를 옮기면 비거주 1주택자가 된다.

정부가 지방 이전을 추진하면서 실거주 원칙을 계속 고수하면 공무원들의 ‘주거 부담, 인사 부담, 세 부담’은 동시에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다주택 논란도 처음에는 부동산 정책 담당자의 문제처럼 보였지만 결국 공직사회 전반에서 신경을 쓰는 문제가 됐다”며 “비거주 1주택이 실제 새로운 인사 기준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는 ‘집이 몇 채냐’뿐 아니라 ‘그 집에 실제 살고 있느냐’까지 신경 쓰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세종백블
세종백블

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