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LH 분리, 배드뱅크 대신 굿뱅크로: 금융부문을 부실 공기업이 아닌, 예금과 신탁을 활용해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는 ‘주택은행’으로 만들어 비용을 낮춰야.

② ‘전당포 은행’의 종말: 주택은행이 저렴한 금리로 시장의 ‘기준’을 제시하면, 담보만 믿고 손쉽게 이자 장사를 하던 시중은행들은 진짜 신용을 평가하고 경쟁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어.

③ 한국 금융의 체질 개선: LH 개편을 주택금융(HF, HUG)과의 결합으로 확장해, 주거 복지를 살리면서 관치 금융 논란까지 끝낼 수 있는 구조적 해법을 제안.

정부가 토지주택공사(LH)를 둘로 나누기로 했다. 과거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형태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택지개발·주택건설 기능을 가칭 주택도시개발공사(개공)에, 공공임대 등 주거복지·자산비축 기능을 주택도시자산공사(자공)에 각각 맡기는 방법이다. 기능별 분류다. 과연 나누는 걸로 문제가 해결될까.

빚 때문에 만든 LH, 빚 때문에 다시 나눈다?

지난해 말 LH의 부채는 173조6567억원이다. 금융부채가 약 140조원으로 80%를 차지한다. 이자를 부담하는 차입금과 사채만 110조원에 육박한다. 임대주택과 관련 자산과 부채 상당 부분이 자공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재정경제부의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보면 LH 부채는 올해 말 197조5000억원, 2030년 372조8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부채비율도 올해 250.6%, 2030년 351.2%로 높아진다. 2030년까지 37개 주요 공공기관의 부채 증가분 219조1000억원 가운데 175조3000억원, 약 80%가 LH에서 발생한다.

2009년 LH 탄생 배경에는 재무 문제가 있었다. 땅을 개발해 상대적으로 돈을 잘 벌던 토공과 공공주택을 짓느라 부채 부담이 컸던 주공을 섞어 재무적 안정을 추구했다. 정부는 LH를 분리한 후 개공의 개발이익을 주택도시기금 별도계정에 적립해 자공의 주거복지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LH는 지난해 영업손실 6413억원, 순손실 918억원으로 통합 이후 첫 적자를 냈다. 개발부문에 해당하는 토지 매출은 지난 해 7조3000억원으로 2022년의 12조원 대비 급감했다. 합쳤는데도 17년 만에 다시 같은 문제에 직면한 모습이다.

※ 챗GPT의 도움으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 챗GPT의 도움으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LH의 선(先) 투자를 크게 늘릴 방침이다. 선 투자는 회수기간이 길다. 개공이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장담하기 쉽지 않다. 재경부의 부채 증가 전망을 봐도 개공이 번 돈으로 자공을 계속 먹여 살리는 구조를 만든다고 해도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다.

자공, 출범 전부터 존속 우려…은행으로 만들면?

벌써부터 자공이 배드뱅크(Bad Bank)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수익성 낮은 임대 자산과 관련 부채를 한데 모아놓으면 결국엔 정부가 혈세를 투입해야 할 수도 있다. 자공을 언젠가 정리해야 할 배드뱅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독자 생존할 수 있는 굿 뱅크(Good Bank)로 만들어야 한다. 주택은행이다.

과거 주택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민은행과 합병돼 2001년 사라졌다. 25년 새 부동산은 금융과 한 몸이 됐다. 정책에서도 부동산과 금융은 불가분이다. 주택은행을 되살릴 이유는 충분하다.

2025년 말 기준 LH 자산은 약 248조9000억원으로 자본이 75조2000억원, 부채가 173조7000억원이다.

LH의 중장기 재무자료를 바탕으로 거칠게 계산하면 자공으로 넘어갈 임대 관련 자산은 약 135조원이다. 임대보증금 약 27조8000억원, 주택도시기금 차입 약 52조5000억원에 기타 조달부채 등을 붙이면 부채는 90조원대가 될 수 있다. 현재 LH의 자산 대비 자본비율 30% 정도를 적용하면 자공의 자본은 40조원 안팎이다. 정부가 분할재무제표를 확정하지 않은 만큼 어디까지나 가상 계산이다.

자산 135조원에 자본이 40조원이라면 일반 기업으로서는 부채가 많다고 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수익성이다. 2025년 LH의 임대수익은 약 1조8000억원인데 임대원가는 4조5000억원을 넘었다. 135조원짜리 자산에서 나오는 임대수익이 2조원에도 못 미친다. 정부가 보증을 제공하지 않는 한 자공의 재무상황이나 신용등급은 LH일 때보다 더 열악하다. 이대로 독립한다면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주택은행 만들면 주택금융 숙제 상당부분 해결

자공을 은행으로 만들려면 비금융자산인 임대자산을 신탁 등을 통해 금융자산화하고, 위험가중자산(RWA)을 구해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하는 등의 선행 작업이 필요하다.

자공의 자본이 40조원이라면 절대규모에서 대형 시중은행에 필적한다. 자기자본비율을 활용해 자산을 더 늘릴 여지가 있다. 수신 기능을 통해 자산을 불리면, 즉 자금조달을 하면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최근 5년 만기 은행채 발행금리는 4% 안팎이지만 실제 은행의 대차대조표에는 이보다 조달비용이 훨씬 싼 요구불예금과 저축성예금 등 예수부채의 비중이 더 크다. 100조원의 시장성 조달을 예수금으로 바꿔 비용을 1%포인트만 낮춰도 매년 1조원이 절약된다.

주택은행은 일반 인터넷은행보다 저원가성 예금을 모을 수 있는 통로도 많다. 주택청약 관련 자금, 주담대 원리금 상환계좌, 전세자금 계좌, 임대료와 보증금 관리계좌, 주택연금 계좌 등을 한데 연결할 수 있다.

은행의 장점은 부채의 가격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반대편에는 돈을 버는 금융자산을 붙일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만 있는 게 아니다. 전세자금대출, 중도금·잔금대출,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임대주택금융, 주택건설 관련 대출 등이 모두 주택금융의 영역이다.

저비용으로 조달한 부채를 이런 금융자산으로 운용해 이자 마진을 얻는 게 은행이다. 자공의 자본이 실제 40조원 안팎으로 정해진다면 자본 규제를 감안해도 수백 조원 규모의 금융자산을 운용할 여지가 생긴다. 임대주택 135조원만 들고 적자를 내는 공기업과는 전혀 다른 대차대조표다.

주금공, HUG, 신탁 묶어 주택금융지주도 만들 수

여기서 잠시 다른 두 곳의 주택금융 전문기관도 살펴보자. 주택은행을 없앤 뒤 28개월만에 만들어진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2025년 고유사업 당기순이익은 1502억원에 불과했다.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이익은 별도다. 금융기관 출연금 9770억원도 HF 고유사업 이익이 아니라 기금계정의 부담금수익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더 극단적이다. 전세사기 등으로 보증사고가 급증하면서 2023년 3조9000억원, 2024년 2조5200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냈다. 2025년에는 4년만에 1조6000억원의 흑자로 전환했지만 안심은 이르다. 보증은 평소에는 돈을 벌다가 한 번의 충격에 큰 손실이 집중되는 사업이다.

HF와 HUG를 단순히 한데 붙인다고 갑자기 돈을 잘 버는 회사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택은행을 중심으로 주택금융지주를 만든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주택은행은 예수금과 대출을 맡고, HF는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와 MBS 등 유동화를 담당한다. 예금과 대출의 만기불일치 위험은 HF가 자본시장으로 넘기면 된다. HUG는 분양·전세·주택건설 금융의 보증을 맡는다.

비금융사업인 개공은 금융지주 밖에 둬야 개발 위험을 분리 관리할 수 있다. 개공과 주택은행(주택금융지주) 사이에는 신탁을 활용할 수 있다. 개공이 토지를 개발하고 집을 완공하면 부동산과 임대료 등 현금흐름을 신탁에 넣는다. 주택은행(주택금융지주)은 개공이라는 회사 전체에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해당 부동산과 현금흐름을 보고 금융을 제공한다. 개발은 밖으로, 금융은 한데로, 부동산은 신탁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신탁은 자공의 비금융부동산 자산을 금융자산화하는 수단으로도 중요하다.

‘잔인한 금융’ 막고, 은행의 글로벌 경쟁력 키울 수도

주택은행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한 ‘잔인한 금융’과 국내 시중은행의 ‘전당포’화를 막는 수단도 될 수 있다.

과점화된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를 막겠다며 대출 총량을 규제하면 묘한 일이 생긴다.

은행은 우량 차주를 골라 비싼 가격으로 돈을 빌려줄 수 있다. 굳이 가격을 낮춰 경쟁할 이유가 없다.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줄여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합리적이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거나 담보가 부족한 차주에는 문턱을 높이면 된다. 수익성과 건전성을 함께 챙기기 좋은 구조다.

7월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책서민금융 제외 신규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4.454%, 저축성수신금리는 3.156%였다. 가계 예대금리차는 1.298%포인트였다. 6월 기준 주담대 가산금리는 평균 3.27%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9년 이후 최고치다.

주담대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에서 은행의 위험관리 능력이 발전할 유인은 얼마나 될까? 금융의 본질은 위험을 무조건 피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평가하고 그에 맞는 가격을 매기는 데 있다. 담보가 확실하고 감독당국이 총량까지 관리해주는 시장에 익숙해지면 은행은 위험을 정교하게 분석해 돈을 버는 능력보다 담보를 확보하고 규제에 맞춰 대출량과 마진을 조절하는 능력만 키우게 된다.

인터넷 주택은행…효율 높고 민간과 협력도 가능

주택은행이 등장하면 가장 안전하고 안정적인 주담대 시장을 빼앗길 우려에 기존 은행들은 반발할 수 있다. 주택은행이 기존 시중은행과 똑같은 모습일 이유는 없다. 예금과 대출 신청, 심사, 실행, 상환 관리를 온라인으로 하면 전국에 대규모 점포와 인력을 새로 둘 필요가 없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형태다. 오프라인 조직 유지 비용이 절감되면 그만큼 이자를 낮출 수 있다.

주택은행에 대면 업무가 필요한 경우에만 기존 시중은행이나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서민금융기관 등의 점포를 활용하면 된다. 고령자가 상담을 받거나 서류를 내야 할 때, 근저당 설정이나 사후관리에 오프라인 접점이 필요할 때 이들 금융기관이 수수료를 받고 주택은행의 대리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시중은행으로서는 주담대에서 얻던 예대마진 일부를 잃는 대신 상담·담보관리·사후관리 등의 수수료 수입을 얻는다. 고객과의 접점도 유지할 수 있다.

주택은행이 주담대를 독점할 이유도 없다. 시장 전체를 가져갈 필요 없이 충분한 규모의 저비용 경쟁자로 존재하면 된다. 같은 신용도와 담보조건인데 주택은행 주담대가 연 4%이고 시중은행이 4.7%라면 소비자가 움직인다. 반대로 시중은행이 주택은행보다 더 효율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더 정교하게 위험을 평가해 싼 금리를 제시하면 고객은 시중은행을 선택하면 된다.

은행 경쟁력 발목 잡아온 관치 논란도 끝낼 수

무엇보다 정부가 은행을 불러 “금리를 내려라”, “이번 달에는 대출을 얼마까지만 하라”고 지시하지 않아도 된다. 관치(官治) 대신 경쟁으로 주택금융의 가격을 관리할 수 있다. 주택은행 때문에 줄어든 수익은 시중은행 스스로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금융지주로서 비은행 부분과의 시너지도 활용할 만하다.

외환위기 당시 부실에 빠진 은행들은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과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했다. 이후 국내 은행은 자본과 건전성 면에서 크게 강해졌다. 금융회사가 건전하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은행은 위험을 다루는 회사다. 담보를 잡아 위험을 피하는 능력과, 사람과 기업의 신용을 판단해 위험에 맞는 가격을 매기는 능력은 다르다. 토큰화와 인공지능(AI)으로 금융의 국경이 빠르게 흐려지는 시대다. 부동산 담보로 예대마진을 주로 챙기는 수준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렵다.

정부는 주택을 투자의 대상이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고 규정했다. 금융도 그에 맞게 바뀔 필요가 있다. 실거주 주택금융에는 공공성이 강한 주택은행이 기준가격과 장기금융을 제공해 가계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LH를 둘로 쪼개는 접근은 출발일 뿐이다. 자공을 빚만 떠안은 배드뱅크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주택금융과 은행산업의 구조까지 다시 설계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마천 “이익을 다투지 않고, 이익으로 이끌어라”

사마천은 화식열전에서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을 다섯 단계로 나눴다. 가장 좋은 것은 그대로 따르는 것(因之), 다음은 이익으로 이끄는 것(利道之), 그 다음이 가르치고(敎誨之), 규제로 바로잡는 것(整齊之)이며, 가장 못한 것이 백성과 이익을 다투는 것(與之爭)이다.

사마천과 같은 시대를 산 상홍양(桑弘羊)은 한 무제(漢 武帝)의 재정을 책임진 사람이다. 그는 소금과 철을 국가 전매로 돌렸고, 물자가 쌀 때 사들였다가 비쌀 때 풀어 값을 고르게 하는 평준(平準)을 만들었다. 전매는 독점이었지만 평준은 기준이었다. 국가가 시장을 없앤 것이 아니라 기준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문제는 용도였다. 무제는 그렇게 모은 돈을 백성이 아니라 대외 원정에 썼다. 값을 고르게 한다던 평준도 결국 전쟁 비용을 대는 창구로 전락하며 ‘염철논쟁’을 일으켰다.

주택은행도 다르지 않다. 민간은행과 이익을 다투는(與之爭) 형태가 아닌 시장의 기준을 제시하는(利道之) 형태가 되어야 한다.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