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 비트플래닛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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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STO)을 논할 때 흔히 미국과 유럽이 거론되지만, 한국이 참고할 실질적 모델은 일본이다. 미국이 판례와 규제 집행으로, 유럽이 별도 규범 신설로 접근한 것과 달리 일본은 기존 금융상품거래법 안에 STO를 편입했다. 이는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STO를 새로운 ‘발행·유통 형태’로 편입하려는 한국의 설계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신탁사와 증권사가 발행을 주도하고, 조각투자 수요가 부동산에 쏠리며, 투자자 보호를 앞세운 기조까지 닮았다.
일본의 법제화는 한국보다 6년 앞섰다. 2020년 5월 개정 금융상품거래법을 시행하며, 공시 의무가 느슨했던 2항 유가증권 성격의 권리라도 토큰화로 전자적 이전이 가능해지면 ‘전자기록이전권리’로 분류해 1항 유가증권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했다.
일본의 지난 6년 STO 제도 운용이 남긴 첫 번째 교훈은 세제와 운영 세칙의 중요성이다. 2024회계연도 공모 ST 발행액은 464억엔으로 전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부스트리(BOOSTRY)는 2024년 9월 신탁 과세 개편 요청 이후 금융기관들이 시스템 영향 평가를 위해 발행을 일시 보류한 점을 주요 원인으로 짚었다. 같은 해 12월 세제개정대강이 발표된 후에야 발행 시장이 회복세를 보였다.
실제 2025회계연도 발행액은 1650억엔으로 전년보다 약 3.6배 급증했고, 누적 발행액 역시 3333억엔으로 1년 전의 두 배로 늘었다. MUFG그룹이 오사카 도지마하마타워를 기초자산으로 224억엔 규모의 부동산 ST 공모를 성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 7월에는 다이와하우스그룹이 물류 시설을 기초자산으로 한 77억 엔 규모의 공모를 완료하기도 했다.
두 번째 교훈은 2차 유통시장의 유동성 확보다. 일본은 발행과 유통 인프라 구축을 병행하며 전용 유통시장인 ‘스타트(START)’를 2023년 12월 개장했다. 그럼에도 거래 종목은 8개, 시가총액은 336억엔으로 누적 발행액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STO 발행시장의 성장 속도와 견주면 유통시장의 유동성과 저변은 아직 얕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이러한 일본의 시행착오를 타산지석 삼아 선제 대응에 나섰다. 우선 제도 시행 전 세칙을 다지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토큰증권 정책방향으로 3단계 추진 계획을 제시했다. ▷2027년 2월 제도 시행과 함께 기관 전용 사모 머니마켓펀드(MMF), 신탁방식 비상장주식, 공모 조각투자증권을 토큰화하고 ▷시장 안정과 수요를 점검해 일반 공모증권으로 대상을 넓히고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활용하는 온체인 결제 인프라를 정비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조기에 유통시장 인프라를 완비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금융위는 지난 2월 NXT컨소시엄과 한국거래소에 수익증권 장외거래중개업 예비인가를 내준 데 이어, 일반투자자의 거래소별 순매수 한도를 1억원으로 제시했다. 장외거래소 출범 준비와 유통 체계 설계를 동시에 추진하는 셈이다.
한국은 STO 시장에서 후발주자지만, 일본이 6년간 겪은 시행착오를 미리 학습한 상태로 첫발을 떼게 됐다. 법과 정책의 큰 틀이 마련된 만큼, 이제 관건은 세부 규칙을 신속히 확정해 발행·유통·결제가 시장에서 막힘없이 이어지도록 만드는 일이다. 단계적 추진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등 변화에 발맞춰 정책적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필수 과제다. 일본의 6년은 한국이 되풀이하지 않아도 될 유용한 ‘오답노트’다.
kyo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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