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본시장 전문가 심도깊은 제안
지배구조 개혁, 주주환원 등 과제 개선돼야
글로벌 기준 규제 혁신 금융허브 도약 주문
반도체 넘어 방산·원전 미래 먹거리에 주목
한성숙 총리 “대체 불가 대한민국 만들겠다”
최진영 대표 “공정한 시장이 필요하다” 강조
국내외 자본시장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로 도약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적극적인 주주환원과 지배구조 개혁, 반도체에 이은 신산업군 발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인프라 혁신 글로벌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제안과 조언이 이어졌다.
코리아헤럴드가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2026 HIT 포럼’에는 정부 고위 관계자와 금융계 임원, 글로벌 투자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영상 축사를 통해 “우리 자본시장이 국민과 세계의 신뢰를 받아 한 단계 도약하고, 코리아 프리미엄을 넘어 ‘대체 불가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정부 차원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우수한 기업들이 적절한 가치를 인정받고, 그 성공이 다시 혁신과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바로 우리가 구축해야 할 코리아 프리미엄”이라고 힘을 보탰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증시 개장 70주년을 맞은 한국 자본시장이 중대한 전환점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정 이사장은 “해외 투자자의 접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24시간 거래 체제와 T+1 결제 주기 단축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며 “기업가치 제고 공시를 활성화해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의 자발적 개선을 유도하고, 지능화되는 불공정거래에 맞서 인공지능(AI)을 도입해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역설했다.
최진영 헤럴드미디어그룹 대표이사는 개막 연설에서 “지속적인 기업 가치 재평가를 위해서는 투명한 지배구조, 일관된 주주 수익률, 예측 가능한 규칙, 그리고 공정한 시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주환원 미흡·지배구조 개선돼야=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구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 증시의 현실을 지적했다. 이 부원장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 상장기업의 평균 PBR은 1.2배로 선진국 시장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며 “이는 막연한 심리적 요인이 아니라 ‘주주환원 미흡’과 ‘지배주주 중심의 소유구조’가 낳은 측정 가능한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불고 있는 개혁의 물결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단순한 자율 권고에 머물렀던 밸류업 프로그램이 공시 의무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도입, 자사주 소각 유도 및 배당 분리과세 등 상법과 세제를 아우르는 입체적 제도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부원장은 이러한 개혁을 시장에 뿌리내리게 할 가장 강력한 주체로 국민연금을 지목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은 2023년 14.3%에서 2026년 19%까지 급증할 전망”이라며 “최근 연금 개혁으로 기금 고갈 시점이 10년 이상 늦춰진 만큼, 국민연금은 최소 2050년까지 한국 자본시장에서 ‘앵커 주주’로 자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의 냉철한 시각도 이어졌다. 30년간 한국 시장을 지켜봐 온 알렉산더 트레브스 JP모건자산운용 매니징디렉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경제 규모와 K-소프트파워는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주주환원, 거버넌스 등은 여전히 약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의 ‘아베노믹스’ 주주환원 성공 사례를 언급하며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현대화된 규칙이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 역시 규제 혁신을 주문했다. 김 회장은 “최근 조사에서 한국은 아태 지역본부 입지 선호도 3위를 기록할 만큼 인프라와 기술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한국을 지역본부로 삼아 사업을 영위하는 다국적 기업은 100개 미만에 불과하다”며 “한국이 진정한 프리미엄 국가이자 매력적인 금융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면 낡은 규제를 현대화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숫자로 입증되는 확실한 모멘텀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랠리’서 방산·원전 등 ‘코리아 랠리’로=행사의 대미를 장식한 패널 토론 세션에서는 국내외 핵심 금융 전문가들이 무대에 올라 ‘한국은 글로벌 자본의 핵심 투자처가 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심도있는 논의를 펼쳤다.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부사장)가 좌장을 맡았고, 트레브스 디렉터, 프랭크 벤지므라 소시에테제네랄 아시아주식전략 총괄, 박정우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석 준 모간스탠리 한국전략총괄이 참여했다.
패널들은 최근 한국 증시의 상승세가 ‘반도체 부문’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하며, 소수 업종이 이끄는 장세를 벗어나 시장 전반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한국 증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갈 ‘넥스트 주도주’로 방산, 원전, 조선, K-컬처 등을 꼽았다.
트레브스 디렉터는 “지수 수익의 대부분이 소수 업종에서 나오는 현상을 타파해야 한다”며 “방산과 조선, K-컬처, 게임 등 한국이 보유한 세계적으로 매력적인 산업들을 적극적으로 키워 진정한 ‘코리아 랠리’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벤지므라 총괄은 글로벌 매크로 트렌드의 변화에 주목하며 “한국의 산업 구조가 자본 투자, 재산업화 및 경제 안보를 향한 세계적인 변화와 점점 더 일치하고 있다”며 “특히 배터리, 조선, 산업 공학 및 원자력 발전 분야에서 한국은 다른 국가에서 모방하기 어려운 독보적인 강점을 제공한다”고 짚었다.
석 총괄 역시 글로벌 지정학적 재편 과정에서 한국이 얻은 구조적 이점에 주목했다. 그는 “최근 세계가 다극화 체제로 전환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전통적으로 미국과 유럽이 주도해 온 국방 분야에서 구조적 수요가 발생하며, 한국이 그 공백을 훌륭히 메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호재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박 수석은 “기술 복잡성이 증가함에 따라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공급을 신속하게 확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경기 순환이 당분간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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