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도전 끝에 8번째 사업자로 인가
자기자본 기준 최대 16조 조달 여력
이달 중 1호 발행어음 상품 출시 예정
삼성증권 가세로 발행어음 경쟁 격화
56조원에 육박한 국내 발행어음 시장에 삼성증권이 뛰어들면서 대형 증권사 간 자금 유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증권이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확보한 발행어음 조달여력은 최대 16조원대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의 모험자본 공급 의무가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만큼 자금을 얼마나 끌어모으느냐 뿐 아니라 이를 어디에 투자해 수익을 낼지가 경쟁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9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며 국내 8번째 발행어음 사업자가 됐다. 기존 사업자는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키움증권·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 등 7곳이다. 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사업권을 확보한 것은 2017년 첫 인가 신청 이후 9년 만이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금융상품이다. 증권사는 직전 분기 말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발행어음으로 자금을 조달해 기업금융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삼성증권의 6월 말 별도 기준 자본총계는 8조1566억원으로, 이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 발행어음 조달 한도는 약 16조3132억원이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삼성증권은 이번 발행어음 인가로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진출에도 한 걸음 다가섰다. 발행어음 인가 후 2년간 자기자본 요건을 유지하면 IMA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말 국내 7개 증권사의 발행어음 잔액은 총 55조9291억원으로, 지난해 말 기존 4개 사업자의 50조9406억원보다 약 5조원(9.8%) 늘었다. 지난해 말 시장에 진입한 키움증권·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도 반년여 만에 총 3조1052억원의 잔액을 확보했다. 삼성증권의 최대 조달여력 16조3132억원은 현재 7개사의 전체 발행어음 잔액과 비교하면 약 29%에 달한다.
삼성증권의 가세로 발행어음을 통한 고객 자금 유치 경쟁도 거세질 전망이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원화 발행어음 1년물 금리를 기존 연 3.85%에서 4%로 높였고 키움증권과 하나증권도 연 4%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8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96조9863억원으로 올해 고점인 지난 6월4일 139조6948억원보다 약 42조7000억원(30.6%) 줄었다. 증시 주변자금이 빠르게 줄어드는 가운데 발행어음 시장에서는 연 4%대 상품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달 중 첫 발행어음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달 중 1호 상품을 출시해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국내 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이 보유한 대규모 자산관리(WM) 고객 기반도 발행어음 사업의 강점으로 꼽힌다. 삼성증권의 6월 말 기준 리테일 고객자산은 652조4000억원, 고액자산가 고객은 57만2000명에 달한다. 후발주자지만 기존 WM 고객을 발행어음 상품의 수요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무건전성 지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6월 말 순자본비율(NCR)은 2113.39%로 집계됐다. NCR은 증권사가 보유한 자본과 영업 과정에서 발생할 위험을 비교한 재무건전성 지표로, 금융당국의 경영개선권고 기준인 100%를 크게 웃돈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하는 자금이 늘어날수록 의무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모험자본 규모도 함께 커진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기존 모험자본 공급 의무 대상 7개 종투사는 올해 1분기 총 9조8753억원의 모험자본을 공급했다. 지난해 4분기(7조8580억원)보다 2조173억원(25.7%) 늘어난 규모다. 발행어음·IMA 조달액 대비 모험자본 공급 비율은 평균 17.3%로 올해 의무비율인 10%를 웃돌았으며 7개사 모두 기준을 넘었다.
모험자본 공급 의무 비율은 올해 10%에서 2027년 20%, 2028년 25%로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삼성증권까지 발행어음 시장에 합류하면서 고객 자금을 확보하는 경쟁과 함께 조달한 자금을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투자로 연결하는 경쟁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올해 증권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증권사들은 무엇보다 모험자본 생태계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스타트업 및 비상장 중소·중견기업을 조기에 발굴하고, 이들을 다양한 자금 공급원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송하준 기자
hajun82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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