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이사 수 줄이기 선제 대응 나서
기관투자자·소액주주측은 최대한 추천
요건 충돌 시 선임 무효 여부 분쟁 우려
두 제도 동시 강제 해외 입법 거의 없어
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사에 대한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담은 2차 개정 상법이 10일 시행됐다. 업계에선 당장 내년 정기주주총회를 주목하고 있다.
상장사들은 그 전에 선임할 이사 수를 줄여놓는 방안으로 대응하려 하고,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 측은 바뀐 제도에 맞춰 이사 후보를 최대한 많이 추천할 것으로 관측된다. 주주제안 단계에서부터 충돌이 예상된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회사들이 가장 큰 목표로 두고 있는 건 사전에 선임할 이사 숫자를 줄이는 일이다. 이사 정원이 작아질수록 집중투표로 주주 측 후보가 진입할 여지도 함께 좁아지기 때문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500대 기업 중 2025년과 2026년 비교가 가능한 상장사 332곳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말 기준 등기임원은 2328명으로 1년 전 2374명보다 46명(1.9%) 줄었다.
주주 측에서는 이를 두고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제도를 회사와 대주주가 이사 수와 임기 조정으로 무력화하려 한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결국 주주제안에서 이사 후보를 몇 명 올릴 것이냐가 내년 주총의 첫 번째 쟁점이 될 전망이다.
상장사는 정관에 이사 수 상한을 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로 크게 갈린다. 상한 규정이 없는 회사들은 후보 수를 제한할 근거가 없어 실무적 한계에 곧바로 노출된다.
현장에서 더 큰 혼란은 집중투표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가 동시 시행되면서 생긴 해석 공백이다. 집중투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함께 선임할 때 작동한다. 분리선출 감사위원이 2명으로 늘면서 이들을 동시 선임할 경우 집중투표를 적용해야 하는지가 새 쟁점으로 떠올랐다.
요건 간 충돌 문제도 정리되지 않았다. 이사 수 제한과 독립이사 수, 감사위원 수, 재무 전문가 요건을 동시에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이미 선임된 이사를 무효화하고 다시 선임해야 하는지도 명확치 않다. 선임 이후 상당 기간 법적 분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법무부의 유권해석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달리 판단할 수 있는 쟁점에 섣불리 해석을 내놓았다가 이후 판결이 엇갈리면 혼란이 오히려 커질 수 있어서다. 정부 입법이 아닌 의원 입법으로 만들어진 법안이라 제도 간 상호 영향에 대한 사전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해석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상장사들은 제도 자체의 특수성도 문제로 제기해왔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해외 입법례를 찾기 어려운 제도이고, 분리선출과 동시에 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집중투표는 미국이 정관에 규정한 경우에만 시행하는 옵트인(opt-in), 일본이 정관으로 배제할 수 있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으로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고 영국·프랑스·독일은 도입하지 않았다. 두 제도를 동시에 강제하는 나라는 사실상 없다. 개정으로 주주 실익이 어느 정도로 나타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 상법 개정은) 주주가 원하는 감사위원과 이사의 선임 확률을 높이거나 인원수를 늘리는 효과는 있지만, 그 자체로 회사의 특정한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거나 주주가 즉각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춘 상장협 본부장은 “선임할 이사 숫자의 범위를 사전에 줄여놓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두고 회사들이 대응하게 될 것”이라며 “정관에 이사 수를 제한해놓지 않은 회사들은 다수의 이사 선임 요구에 따라 실무적인 어려움에 바로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 시행 전부터 지적됐던 부분들이 어떻게 현실화될 것인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선임 이후에도 법적 분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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