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장기화에 트럼프 중간선거 악재 산적
주담대금리 7% 육박…관세전쟁도 산업 영향
새 슈퍼팩, 격전지 7곳에 635억원 투입 총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강한 경제’를 앞세워 공화당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지만, 고유가와 고금리, 관세전쟁 등 트리플 악재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취임 당시 미국에 ‘황금기’를 가져오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집권 2기 중간성적표인 11월 선거를 앞두고 정작 유권자 앞에 내세울 경제성과가 실종된 형국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텍사스 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등 유권자 결집에 나섰지만, 캐나다와의 무역갈등과 이란전쟁발(發) 경제적 파장이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7개월째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란전쟁은 유가와 물가를 끌어올린 주범이다. 미국인들이 일상에서 가장 자주, 그리고 직관적으로 확인하는 물가 지표인 주유소 휘발유 평균 소매가는 이날 갤런당 4.2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쟁 전보다 40% 이상 비싼 가격이다. 고유가만큼 괴로운 일은 금리 상승이다. 미 국채금리(10년물)는 장중 4.85%를 넘어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리 상승은 주택 구입에 끌어다 쓴 미국인들의 이자 부담 급증으로 이어진다.
실제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해 6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는 지난주(8월 29일∼9월 4일)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8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월 말 이란 전쟁 발발 전에는 2022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지만, 이후 약 0.75%포인트 올라 작년 6월 금리를 넘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하지만, 시장에선 유가 상승과 미 40조달러를 돌파한 정부부채에 더 주목하며 금리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최우방국인 캐나다와의 관세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그는 캐나다와 보복성 관세를 주고받은 데 이어 미국의 조달 계약에서 캐나다산을 퇴출하고 일부 품목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러나 두 나라는 제품 생산·소비가 한 몸처럼 묶인 경제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교역 중단까지 거론한 캐나다와의 갈등은 국경을 넘나드는 교역에 크게 의존하는 미 북부의 주(州)들과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에 피해를 줄 위험이 크다.
이에 대해 NYT는 “서로 얽힌 이러한 상황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심각한 정치적 역풍을 부각한다”면서 “유권자들이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은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용 호조와 높은 경제성장률을 강조하지만, 인공지능(AI) 산업이 이끈 호황 속에도 물가 상승 속도가 임금 상승 속도보다 빨라 그의 경제적 성과가 묻히게 됐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악재를 역으로 활용하며 공세를 넓히고 있다.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J.B. 프리츠커 일리노이주 주지사를 비롯해 로버트 가르시아 의원(캘리포니아) 하원의원, 제이슨 크로(콜로라도) 하원의원, 매들린 딘(펜실베이니아) 하원의원 등은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현지에서 대응 행사를 벌일 예정이다.
켄 마틴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위원장은 8일 공개한 메모에서 “공화당 후보들은 수세에 몰린 채 트럼프로부터 달아나고 있다”며 “트럼프가 역사적으로 낮은 인기를 기록하고 있고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 열기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당대회는 공화당이 미국인들의 일상적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수세에 몰리자 ‘마가(MAGA)’ 진영은 공화당 계열의 신생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인 ‘노 고잉 백’(No Going Back PAC Inc.)을 통해 경합지 7곳에 거액의 정치 광고비를 투입했다. NYT에 따르면, 이 슈퍼팩이 8∼9일 이틀간 지불한 광고 계약금은 4740만달러(약 635억원)에 달한다.
NYT는 “마가가 그간 중간선거 자금 지원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을 지원하기 위해 자신의 슈퍼팩이 보유한 4억달러의 선거 자금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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