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한의학연, 마이크로니들 기반 웨어러블 전자약 개발
- 한국·미국서도 스마트폰 원격제어, 몸 상태 감지 자동 자극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통증이 생길 때마다 진통제를 먹지 않고 피부에 붙이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스마트폰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작동시키고, 몸 상태를 감지해 필요한 순간 자동으로 전기자극을 전달하는 ‘붙이는 전자약’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향후 임상 검증을 거치면 만성 통증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개인별 맞춤 통증 관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전기및전자공학부 정재웅 교수와 한국한의학연구원 이상훈 박사 공동연구팀이 무선 마이크로니들 전자약과 사물인터넷(IoT) 원격제어 기술을 결합한 웨어러블 전자약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만성 통증 치료에는 진통제가 널리 쓰이지만 장기간 복용에 따른 부작용과 의존성 문제가 있다. 특히 암성 통증 등에 사용하는 마약성 진통제는 장기간 사용할수록 내성과 오남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약물 대신 전기자극으로 신경을 조절하는 ‘전자약’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전자약도 한계가 있다. 몸속에 기기를 넣는 이식형 전자약은 수술이 필요하고 감염이나 합병증 위험이 있다. 피부에 붙이는 방식은 땀이나 피지, 각질 등 피부 상태에 따라 전기 전달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전류가 특정 부위에 집중되면 피부가 과열되거나 화상을 입을 위험도 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피부 각질층을 통과하는 온도 반응형 전도성·접착성 마이크로니들 전극을 개발했다.
미세한 바늘이 전기저항이 높은 각질층을 통과해 피부 상태가 달라져도 전기자극을 안정적으로 전달한다. 전극에 전도성 하이드로젤을 코팅해 전류가 바늘 끝에 집중되지 않고 고르게 퍼지도록 했다.
안전장치도 적용했다. 피부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 전극의 접착력이 떨어져 스스로 피부에서 떨어진다.
특히 연구팀은 전자약을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서버에 연결했다. 환자가 직접 작동시키는 것은 물론 의료진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전기자극 시간과 작동 여부를 실시간 또는 예약 방식으로 제어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처럼 국가 간 거리가 먼 상황에서도 원격 작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몸 상태를 스스로 파악해 작동하는 기능도 구현했다. 광혈류(PPG) 센서로 맥박과 혈류 변화를 분석해 통증과 관련된 스트레스 상태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전기자극을 가한다.
사용자가 매번 기기를 켜고 자극 강도를 조절하지 않아도 개인 상태에 따라 자동으로 통증을 관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동물실험에서는 기존 젤 전극보다 효과적으로 전류가 전달됐으며 통증 완화 효과도 확인됐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예비연구에서도 원격으로 예약한 전기자극을 적용한 뒤 피부 감각·통증 역치가 변화하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사람에게서 실제 통증 치료 효과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 이번 사람 대상 연구는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예비 검증으로, 실제 만성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효과와 장기간 사용 안전성을 확인하는 추가 임상연구가 필요하다.
정재웅 KAIST 교수는 “항암 치료 후 발생하는 말초신경병증 통증이나 노년층의 근골격계 통증처럼 반복적인 관리가 필요한 경우에 활용 가능성이 있다”면서 “전기 자극으로 신경을 조절하는 다른 질환들의 비약물적 치료나, 의료진의 원격 관리가 필요한 디지털 헬스케어 및 재택 의료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 한국한의학연구원 박사는 “이번 연구가 향후 웨어러블 침 치료 기술과 융합돼 전기자극으로 경혈을 자극하는 새로운 비약물성 통증 관리 기술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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