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나라 최현수·쿠첸 이중희, 실적 부진 속 직접 지휘봉
에듀윌은 창업주 복귀 뒤 2년 연속 흑자…금호석화도 회생 성공
오너 복귀가 만능은 아냐…웅진은 코웨이 인수 뒤 ‘재매각’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실적이 흔들리고 기존 사업의 성장세가 꺾이면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던 지휘봉을 오너가 다시 잡는 기업들이 있다. 의사결정 단계를 줄이고 장기 투자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게 오너 경영의 강점이다. 반대로 잘못된 판단의 제동장치가 약해질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최근 중견기업들에서 다시 나타나는 ‘오너의 귀환’이 관심을 받는 이유다.
17일 중기업계에 따르면 깨끗한나라는 올해 8월 오너 3세 최현수 회장이 다시 대표이사를 맡았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가 지난 8월11일 약 8개월 만에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현재 최 회장이 사업·재경·구매를, 이동열 대표가 청주공장과 인사를 맡는 각자대표 체제다. 회사는 경영체제 변경 배경으로 의사결정과 실행 속도를 높이고 중장기 성장전략을 실제 성과로 연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이 다시 경영 전면에 등장한 것은 실적 악화가 배경으로 해석된다다. 깨끗한나라는 2025년 매출 5082억원, 영업손실 226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이후 3년 연속 영업적자다. 백판지 업황 악화와 생활용품 시장의 경쟁 심화가 겹쳤다. 올해 들어서도 깨끗한나라는 상반기에 33억여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상태다.
깨끗한나라는 최 회장 체제에서 기존 화장지·위생용품 밖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해 7월 세탁용 캡슐세제 3종과 식기세척기용 타블렛을 내놓으며 세제 시장에 진출했고, 8월에는 기업간거래(B2B) 브랜드 ‘깨끗한나라 PRO’를 통해 산업용 와이퍼와 병원·호텔 등을 겨냥한 손 소독제도 출시했다. 해외 사업도 동시에 키우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지 유통업체를 통해 화장지 브랜드 ‘순수소프트’ 공급을 시작했고, 미국 건강식품 기업 메리루스와 현지 전용 유기농 순면커버 생리대도 공동 개발했다.
쿠첸도 비슷한 선택을 했다. 부방그룹 오너 3세 이중희 부회장은 지난 4월 쿠첸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쿠첸이 전문경영인 중심의 기존 경영체제에서 오너 경영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취임 직후 천안공장에서 열린 ‘2026 비전 선포식’에서는 신성장동력 확보와 제품 경쟁력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실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쿠첸은 2016년 매출 2730억원, 영업이익 98억원을 냈지만 2025년 매출은 150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3억7000만원으로 전년보다 40% 감소했다. 올해 1분기 매출도 379억원으로 전년 동기(408억원)보다 7.7% 줄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 규모가 거의 절반 수준까지 내려왔다. 밥솥 시장 성장 둔화만으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경쟁사는 밥솥에서 렌털과 생활가전 등으로 영역을 넓혀온 반면 쿠첸은 밥솥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쿠첸은 이중희 대표 취임 후 밥솥 중심의 제품 구조를 넓히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발표한 ‘비전2030’에서 2030년까지 매출을 2배 이상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회사의 지향점을 스마트키친 설루션 기업으로 제시했다. 이후 5월 인덕션 신제품을 내놓은 데 이어 7월 음식물처리기 ‘제로핏’, 8월에는 냉장고 신제품 4종을 출시했다. 9월에는 가열식·초음파식 가습기까지 선보였다. 밥솥에서 주방가전, 나아가 생활가전으로 제품군을 넓히려는 흐름이 뚜렷하다.
오너의 복귀가 실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교육기업 에듀윌은 2023년 양형남 창업주가 경영에 복귀한 뒤 사업 포트폴리오와 비용 구조를 손봤다. 2024년 매출은 826억원 수준으로 줄었지만 영업이익 49억원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매출 823억원, 영업이익 64억원, 순이익 38억원을 기록했다. 2년 연속 흑자다.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에 무게를 둔 전략이 숫자로 나타난 경우다.
양 회장이 돌아온 에듀윌은 수험교육 의존도를 낮추는 쪽으로 사업의 판을 다시 짜고 있다. 올해 제시한 ‘에듀윌 비전 2036’의 신성장 축은 AI와 시니어, 글로벌이다. 기존 공무원·자격증 교육에서 쌓은 콘텐츠와 회원 기반을 활용하되 교육 대상을 재취업을 원하는 중장년층과 기업, 해외 인재까지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AI 분야에서는 교사와 취업준비생 대상 교육과정을 확대하는 한편 기업 대상 AI 교육과 AX 컨설팅을 별도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만 오너 복귀가 회사 회생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사례도 있다. 그룹 재건 과정에서 2019년 과거 핵심 계열사였던 코웨이를 다시 품었지만 막대한 인수자금 조달이 재무부담으로 돌아왔다. 웅진은 코웨이 인수를 완료한 지 1년도 안돼 코웨이를 다시 매각해야 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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