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協 “5%룰 사각지대 우려”

정무위·금융위에 반대의견 제출

의결권 행사 합의해도 대상 제외

기관투자자의 주주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해 상장사들이 반대 의견을 내고 나섰다. 5%가 넘는 지분이 함께 움직여도 시장에 공시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와 금융위원회에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본시장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기존 ‘5%룰’은 본인과 특별관계자가 보유한 상장사 주식을 합쳐 지분율이 5% 이상이면 보유 현황과 목적을 보고하도록 한 제도다. 주식을 함께 사고팔거나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합의한 주주도 ‘공동보유자’로 보고 지분을 합산한다.

기관투자자들은 이 기준이 정상적인 주주활동까지 제약한다고 지적해왔다. 특정 주총 안건에 같은 의견을 내거나 의결권 위임을 권유했을 뿐인데도 공동보유자로 묶일 수 있고, 경영참여 목적으로 5% 이상을 보유하면 5영업일 안에 보고해야 해 투자 종목과 지분율이 빠르게 공개되는 부담도 있다.

개정안은 이를 완화하기 위해 공동보유자로 보는 범위를 좁혔다. 단순히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기로 합의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지분을 합산하지 않고, 한쪽이 다른 쪽에 의결권 행사를 지시할 권한이 있는 경우 등에 공동보유자로 보는 내용이다. 공개적인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도 사실상 지배력 행사 방법에서 제외한다.

상장협은 개정안대로라면 5% 보고를 피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각각 4.9%를 보유한 두 투자자가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기로 합의해도 서로 지시하는 관계가 아니라면 지분을 합산하지 않는다. 즉, 합쳐서 9.8%의 의결권을 행사하면서도 5% 보고 대상에서는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지금도 주주들이 의결권 공동행사에 합의했는지를 알기 어려운데 개정안이 시행되면 아예 규제 대상에서 빠지게 돼 공백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상장협은 여러 투자자가 지시·종속관계 없이 연대해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는 이른바 ‘울프팩(wolf pack) 행동주의’도 같은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봤다.

복수의 상장사 IR 업무를 담당해온 한 관계자도 “회사는 누가 주식을 사고 있는지 계속 추적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주주명부가 나올 때 보유 현황을 확인한다”며 “5% 보고가 없다면 여러 주주가 서로 연계해 움직이는지를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장협은 개정안이 ‘경영참여 목적’의 범위를 좁힌 점에도 우려를 표했다. 개정안은 현행 ‘발행인의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을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사실상의 지배력을 행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바꾸고 독립이사·감사·감사위원 선임 등을 경영참여 목적에서 제외한다.

상장협은 독립이사와 감사 등의 선임도 회사 의사결정과 감독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경영참여에서 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해외에서도 임원 선임을 경영참여 행위로 폭넓게 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일본은 경영참여 행위를 15개로 규정해 한국(9개)보다 범위가 넓고, 미국도 이사 선임 요구를 경영참여 행위로 본다는 게 상장협의 설명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공동보유자와 경영참여 목적의 범위가 모두 좁아지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주주로서 권리에 따라 활동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누가 회사 경영에 관여하는지는 다른 투자자들도 알아야 하는 정보로, 본인의 권리에 따라 주주활동을 하되 공시하고 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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