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브로드컴·마이크론 등 AI 관련주 잇달아 거래
장남 투자사, 데이터센터 겨냥 12억달러 펀드 조성
WP “정책 결정과 개인 투자 맞물려 이해충돌 우려”…백악관은 부인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의 위험성을 이유로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AI 속도조절론’을 일축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두 아들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AI 산업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을 이유로 규제보다 개발에 힘을 싣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대통령 일가의 투자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이해충돌 논란도 커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AI 붐의 핵심 인프라인 반도체와 서버,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주식을 다수 사고팔았다.
재집권 이후 공개된 약 3만건의 주식 거래 내역에는 델 테크놀로지스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GE 버노바 등 AI 관련 기업이 상당수 포함됐다.
최근에는 AI 기술 개발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면서 주가가 하락한 기업들의 주식도 사들였다.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데이터센터 장비업체 크레도 테크놀로지와 슈퍼마이크로컴퓨터 등이 투자 대상에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아들도 투자회사를 통해 AI와 데이터센터 관련 사업에 돈을 넣고 있다.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플로리다주에 본사를 둔 투자회사 ‘1789 캐피털’의 파트너다. 이 회사는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디지털 인프라 관련 부동산 벤처에 초점을 맞춘 12억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의 펀드까지 조성했다.
트럼프 일가가 소유하거나 연관된 기업들도 AI 인프라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게시물을 올리는 트루스소셜의 모회사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는 원자력발전소 개발 회사와 합병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막대한 전력 수요가 발생하면서 원전은 AI 붐의 주요 수혜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일가의 이 같은 투자는 대통령이 AI 규제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AI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는 만큼 기술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업계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다. 오히려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미국이 우위를 유지하려면 개발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다.
오는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백악관 정상회담을 앞두고 AI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를 강조해 대중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AI 정책의 방향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 자신과 가족의 자산 역시 AI 산업에 광범위하게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두 아들과 가족 관련 기업까지 AI 분야 투자를 확대하면서 이해충돌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재임 기간 이해충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자산을 백지신탁하는 관행을 따랐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장남이 수탁자로 있는 신탁에 자산을 맡기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개별 주식의 거래에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AI 규제와 지원 정책이 관련 기업의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백악관은 이해충돌 가능성을 부인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전적으로 독립적인 운용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투자를 담당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나 가족 구성원 누구도 투자 내역이나 시점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밝혔다.
sj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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