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생후 17개월 된 딸을 집에 홀로 두고 제대로 먹이지 않아 숨지게 한 30대 친부에게 경찰이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계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및 아동복지법 위반(유기·방임) 혐의로 친부 A씨를 오는 5일 오전 구속 송치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당초 경찰은 A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해 수사해 왔으나 아이가 숨질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방치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형량이 더 무거운 아동학대살해죄로 적용 죄명을 변경했다.
A씨는 올해 5월 중순께부터 10월 말까지 약 5개월간 평택시 자택에서 생후 17개월 된 딸 B양에게 이유식이나 간식처럼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지 않은 채 하루 한두 차례 분유만 먹이며 방임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아내인 20대 C씨와 함께 야간 택배 배송 일을 하러 나가면서 어린 B양을 집에 홀로 뒀으며, 10월 초 C씨가 다툼 끝에 집을 나간 뒤에도 방임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아내가 집을 나간 직후에는 일을 쉬다가 B양이 사망하기 열흘가량 전부터는 다른 직장에 출근하면서 출퇴근 전후로만 분유를 줬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육안으로도 심하게 마르고 쇠약해진 B양의 상태를 보며 “건강이 나빠져 사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보호 의무가 있는 A씨가 딸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를 충분히 인식하고도 식단을 개선하거나 병원 진료를 받게 하는 등 구호 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점에 비춰 살해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A씨 부부는 주변에 양육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를 두고 경찰 조사에서 “양가 부모와는 왕래가 없고, 어린이집 등 보육기관은 알아봤으나 대기자가 많아 보내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A씨는 10월 28일 오후 10시께 “아기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직접 119에 신고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B양은 폭행 등 별다른 외상은 없었으나 심한 영양 결핍 상태였으며 끝내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B양의 시신을 부검한 뒤 “사인은 영양 결핍으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한편 경찰은 가출하기 전 A씨와 함께 B양을 홀로 두고 영양 공급을 소홀히 한 친모 C씨도 아동복지법 위반(유기·방임)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C씨가 집을 나간 뒤 한 달가량 A씨가 단독으로 양육하다 B양이 숨진 점을 고려해 C씨에게도 사망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법리를 검토하며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husn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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