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민심이 거세다. 한국갤럽의 조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가 역대 최저 5%라는 충격적인 결과로 나왔다. 청와대와 여야 모두 고심이 깊다.
제 1차보다 더욱 대규모로 예상되는 제 2차 촛불집회에선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연이은 대국민 사과 담화와 개각ㆍ비서진 개편이 오히려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서 여론이 더악화되는 양상이다. 최순실씨 국정농단 의혹 파문이 본격화된 이후 온ㆍ오프라인 할 것 없이 국민 여론은 ’탄핵‘과 ’하야‘에 대한 요구와 주장이 쏟아진다. 정치권은 신중하다.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여가는 양상이다.
다만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등 야권의 후발 대권주자들이 강경한 기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엄수된 고(故) 백남기 농민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통해 “우리가 불의한 권력의 정점에 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기필코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4일 저녁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분노와 절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국민 요구는 거세질 수밖에 없고, 정당들도 탄핵에 착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가장 먼저 탄핵ㆍ하야를 들고 나선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통령이 자진사퇴를 거부하는 상황이라 탄핵 사태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정치권이 이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 시장은 최근 들어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현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 등은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개각 철회와 별도특검, 대통령 2선 후퇴를 전제로 한 거국내각 구성”이 당론이다. 이를 박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으면 퇴진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지 현재의 권한과 역할에서 한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은 여당 내 비주류와 야권 등 정치권에서 공유되고 있으나 주장 속 함의는 다 다르다.
거국 내각에서 내치는 총리에게 맡기고 외치를 담당을 해야 된다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상징적 존재 이상의 역할을 해서는 안되고 2선 후퇴해야 된다는 주장이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일각에선 공개적으로 하야나 탄핵 요구도 나온다.
문제는 ‘탄핵’이다. 당 내에서는 탄핵 절차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일단 이에 거리를 두고 있다. 극단의 상황이 와도 탄핵 보다는 ‘하야’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는 지난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의 그림자가 있다. 당시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과 새천년민주당 등은 공동으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이에 야당과 국회를 비판하는 촛불시위가 이어졌고,직후 치러진 총선에서는 오히려 여당인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했다. 이른바 탄핵의 역풍이다.
이 때문에 여당의 ‘배수진’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4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김진태 의원은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당 내 의원들을 향해 “대통령 하야를 원하느냐, 아니면 식물정부를 원하느냐”며 “대통령을 그냥 덮고 가자는 게 아니다, 탄핵절차로 가자”고 했다.
김 의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게 바로 헌법상 탄핵”이라며 “형사소추도 할 수 없는 현직 대통령을 더 이상 능욕하지 말고 탄핵절차를 진행하자…만약 그렇게 할 수 없으면 대통령을 인정하라”고 했다. 김 의원은 “물론 난 탄핵에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나 퇴진 여론이 높지만 실제 탄핵 절차에 들어서면 최순실씨 국정농단 및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이 국회 내 여야 정쟁으로 뒤덮히면서 야당에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야당이 쉽사리 탄핵을 입에 올리지 않는 이유로 풀이된다.
현재 상황에서 탄핵소추안의 가결 조건을 충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200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야 3당과 무소속 의원의 숫자를 모두 합해도 171석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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