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곳곳 대행체제 속출, 리더십 공백 -공적 영역 대국민서비스 저하 우려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대행’의 축하메시지를 또다른 ‘대행’이 대독했다.
27일 오후 서울 조계사에서 봉행한 ‘제14대 종정 진제(眞際) 법원 대종사 추대법회’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축하메시지를 문화체육관광부 직무대행이 대독하는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정부를 대표해 보낸 축하메시지를 송수근 문체부 직무대행(제1차관)이 대신 읽어 내려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으로 파면되고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구속되면서 출범한 ‘2인자’ 체제가 빚은 촌극이었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2인자가 ‘권한대행’이나 ‘직무대행’이란 이름을 달고 업무를 보는 비정상적 상황이 일상화돼버린 모습이다.
황 권한대행 체제는 석달 넘게 이어져오고 있고, 법무부와 문체부는 김현웅 전 장관의 사퇴와 조 전 장관의 구속으로 각각 이창재 장관 직무대행(차관)과 송 차관 직무대행 체제로 꾸려가고 있다.
청와대의 경우 안종범 전 수석 이후 공석인 정책조정수석 자리를 강석훈 경제수석이 직무대행을 겸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파면이란 역사적 결단을 내린 헌법재판소도 박한철 전 소장에 더해 이정미 전 재판관이 퇴임한 이후 김이수 재판관이 권한대행 바통을 이어받았다.
정치권의 사정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자유한국당은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바른정당은 주호용 대표권한대행이 사령탑을 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불과 몇달 전까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박지원 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겪었다.
내달 12일에는 1년만에 치러지는 경북 상주ㆍ군위ㆍ의성ㆍ청송 국회의원 선거를 비롯해 전국 30개 선거구에서 재ㆍ보궐선거도 진행된다.
정ㆍ관계뿐만이 아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속에 최경희 전 총장과 문형표 전 이사장이 구속된 이화여대와 국민연금공단도 직무대행체제를 가동중이다.
통상적인 인수인계 절차 없이 급작스런 리더십 공백에 따른 대행 체제는 사회적ㆍ경제적 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황 대행의 의전과 경호를 비롯해 인사권 등 권한과 직무 범위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이나 재ㆍ보궐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선거비용 논쟁은 일례다.
한 정부부처 국장급 공무원은 “민간 영역도 문제지만 정부와 정치 등 공공 영역에서의 대행체제는 국정공백과 대국민서비스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보다 큰 문제”라며 “경제ㆍ안보적으로 녹록치 않은 상황에 대응하기에 대행체제라는 비정상적 시스템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거버넌스의 위기, 공직자 책임윤리의 위기”라며 “폐쇄적, 독단적 리더십으로 운영하다보니 위기 상황에 취약한 면을 드러내고 있다. 시민참여 확대 등 국정운영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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