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분당판교=김미라 기자]특별한 존재가 되어 보는 경험은 사람들이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많은 게임에서 플레이어에게는 군주가 되어 영토를 늘린다거나, 영웅이 되어 드래곤을 물리친다거나 하는 거창한 역할과 사명이 주어진다. 예를 들어 ‘작은 오두막을 가진 빈농이 되어 가난과 싸우는 게임’이라는 게임 소개를 듣는다면 누가 관심을 보이겠는가? 그런데 보드게이머 사이에서는 이 테마의 아그리콜라라는 게임이 2007년 나와 전 세계 다수 게이머와 평론가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최고의 작품으로 떠올랐던 일이 있다. 그 아그리콜라는 출시 후 10년간 롱런하며 이 시대 전략 보드게임을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다. 이 인기는 앞으로도 식지 않을 것 같다. 심지어 게이머 성향 보드게임 판매량이 많지 않은 한국에서도 아그리콜라는 여러 번 매진과 재판을 기록하고 10주년 기념 리뉴얼판이 출시되었으니 말이다. 아그리콜라는 17세기 페스트가 끝난 유럽의 농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근대 이전을 배경으로 하지만 게임에서 그려지는 농업 풍경은 그렇게 낯설지는 않다. 돼지 대신 멧돼지가 등장한다는 점 정도가 특이한 점이다. 돼지는 실제로 가축화가 늦게 시작된 동물이다. 플레이어에게는 작은 오두막(나무 방이 그려진 타일 2개)로 과 일을 할 수 있는 농부 내외(농부 모양의 말 2개), 그리고 부농의 부푼 희망과 기대가 주어진다. 플레이어가 하는 일은 다양한 행동이 표시된 행동 칸 중 하나를 골라서 말을 놓고 그 칸의 행동을 하는 것이다. 나무를 가져올 수도 있고, 언덕에서 진흙을 가져올 수도 있으며, 밭을 일굴 수도 있고, 울타리를 칠 수도, 곡식이나 가축을 가져올 수도 있다. 심지어 나중에는 아이를 낳는 칸도 생긴다. 자식 농사라는 말을 유럽의 보드게임 디자이너도 아는 것인지 게임에서 아이는 노동력과 점수로 묘사되며 게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마을의 일터를 묘사한 이 행동 칸은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이다. 이미 누가 들어가 행동한 칸에는 다른 말이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모든 플레이어가 모든 말을 사용하면 한 라운드가 끝나고 각자의 말을 회수한다. 처음에는 각자의 말이 2개씩이라 한 라운드가 매우 짧지만 라운드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식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점점 라운드의 길이도 길어진다. 또 이 과정에서 농업 기술의 발달을 묘사하는 게임 내 장치로 새로운 행동 칸이 해금되고 고급 작물과 고급 가축을 얻을 수 있게 바뀐다. 아그리콜라에서 플레이어는 빈농으로 게임을 시작한다. 초기 플레이어의 목표는 어떻게 해서든 가난을 탈피하고 밥을 굶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농작물과 가축을 불려 식량을 만드는 것이 일단 목표. 가난을 탈피해야 잉여 농작물로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아그리콜라는 게임 중 얻은 거의 모든 것이 점수화 되는 것이 특징인데 잉여 농작물과 가축은 물론 집의 크기나 밭의 크기, 우리의 개수, 심지어는 식구 수도 점수로 환산된다. 아그리콜라는 게이머들이 최고로 꼽는 전략 게임들 중에서는 독보적으로 규칙이 쉽다. 차례마다 가족 말 옮기고 칸에 적힌 대로 하면 된다. 인기 있는 전략 게임이 보통 그러하듯 행동 칸은 매우 균형이 잘 잡혀 있지만 플레이어의 운영 노하우에 따라 격차가 크게 벌어지도록 되어 있다. 끝날 때까지 배고픔과 싸우며 농작물과 가축을 모았다 싶으면 처분해야 하는 가난한 게임을 할 수도 있고 큰 집에 살며 농작물과 가축이 많은 부농이 될 수도 있다. 이 게임은 매우 절묘한 시점에 게임이 끝난다. 운영 능력 부족한 플레이어가 가난에서 벗어나 무언가 해 보려고 할 때 끝나는 느낌이고, 운영 능력이 뛰어난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점수를 내기 시작할 때 끝난다. 어느 쪽이든 한 라운드만 더 했으면 하는데 아쉽게 끝나는 것이다. 메인 시스템 설계도 훌륭하지만 아그리콜라는 전략요소에 양념과 살을 더하는 직업과 설비 카드가 잘 만들어져 있다. 100장 정도의 직업과 설비 카드는 최근 전략 게임에 자주 등장하는 특별 행동 지시들이 집대성된 느낌이다. 플레이어는 매 게임 직업 7장과 설비 7장을 받아 게임을 하게 되는데 카드의 궁합이나 시너지까지 생각하면 아그리콜라는 연구할 거리가 무궁무진한 게임이 된다. 아그리콜라는 머리뿐 아니라 눈도 즐거운 게임이다. 전략 게임에서 자원을 묘사하는 구성물은 색깔 큐브나 디스크로 단순하게 묘사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아그리콜라는 매진과 리프린트를 거치는 과정에서 가축, 농작물, 자재, 농부 등 대부분 자원 구성물을 입체 도형 모양의 나무 구성물 대신 해당 자원을 묘사하는 나무 구성물로 바꿔왔다. 농장에 이들을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소꿉놀이를 연상시키는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줄 정도이다. 아그리콜라는 전략 게임에 구성물의 미적 완성도가 중요치 않다는 게이머들의 상식도 바꿨으며 이후 전략 게임에서 자원 구성물을 예쁘게 만드는 경향을 이끌기도 했다. 아그리콜라는 구성물 디자인 면에서도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었다. 아그리콜라 주요 수상 경력 2007 Meeples' Choice Award 2008 Deutscher Spiele Preis Best Family/Adult Game Winner 2008 Golden Geek Best Gamer's Board Game Winner 2008 Golden Geek Board Game of the Year Winner 2008 Hra roku Winner 2008 International Gamers Awards - General Strategy; Multi-player 2008 Jogo do Ano Winner 2008 Juego del Ano Winner 2008 JUG Game of the Year Winner 2008 Spiel des Jahres "Complex Game" Winner 2008 Tric Trac d'Or 2009 As d'Or - Jeu de l'Annee Prix Special du Jury Winner 2009 Gra Roku Game of the Year Winner 2009 Lucca Games Best Game Mechanics Winner 2009 Ludoteca Ideale Official Selection Winner 2009 Lys Passione Winner 2009 Nederlandse Spellenprijs Wi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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