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7일 첫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대가를 바라지 않고 지원을 했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65) 전 대통령에게 433억원 대 뇌물을 바친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 부회장의 첫 재판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열렸다.
이 부회장은 공판 시작 10여분 전 쯤 서울구치소 호송 차량에서 내렸다. 수의(囚衣)가 아닌 검은색 양복 차림이었다. 포승줄에 묶인 이 부회장은 정면을 응시한 채 구속 피고인 대기실로 향했다. 재판장인 김진동 부장판사가 오전 10시 개정을 선언하자 이 부회장은 대기실에서 나와 법정 피고인석에 앉았다. 왼쪽 옷깃에는 수감자임을 나타내는 흰색 배지가 달려있었다.
재판장이 생년월일과 직업 등 인적사항을 묻자 이 부회장은 또렷한 목소리로 ”삼성전자부회장입니다“라고 답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의 범죄사실을 낭독했다. 재판과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했다. 지난 90일 수사의 핵심인 이 부회장의 첫 공판에 특검팀은 양재식 특검보와 윤석렬 수사팀장, 박주성, 조상원, 김영철, 문지석 검사를 투입했다.
박영수 특별검사도 법정에 직접 나와 “과거 정경유착으로 두 명의 전직 대통령 등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이 처벌받았지만 이번 수사로 아직도 정경유착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며 5분 간 설명했다. 박 특검은 ‘특검이 최순실게이트가 아닌 삼성 수사에 매몰됐다’는 일각의 지적을 언급하며 “특검이 수사한 건 삼성이 아닌 사실상 총수 이 부회장이며 함께 유착해 부패범죄를 저지른 최순실 씨와 박 전 대통령이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측은 특검팀이 적용한 5개 혐의(뇌물공여ㆍ제3자뇌물공여ㆍ재산국외도피ㆍ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ㆍ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를 모두 부인했다.
이 부회장 측 송우철(55ㆍ사법연수원 16기) 변호사는 “(이 부회장은) 문화융성과 체육발전을 위해서라는 박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대가성 없는 지원을 했다”며 “특검이 경영권 승계의 일환이라 주장하는 삼성의 여러 사업 활동은 기업의 정상적 활동일 뿐 승계작업과는 관련이 없다“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또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이뤄진 박 전 대통령과의 세 차례 독대에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이 오간 적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판에는 최 씨 일가에 뇌물을 건네는 것을 도운 혐의를 받는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최지성 미래전략 실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도 나왔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경영권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청와대 도움을 바라고 미르ㆍK스포츠재단과 대통령 측근인 최 씨에게 433억원 대 뇌물을 건넨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은 삼성그룹이 최 씨 독일법인에 실제 줬거나 약속한 213억 원을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받은 뇌물로, 미르ㆍK스포츠재단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출연한 220억여 원을 박 전 대통령이 제3자를 통해 받은 뇌물로 봤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회삿돈으로 최 씨 일가를 지원했다면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혐의도 적용했다. 삼성이 최 씨 독일 법인에 80억 여원을 보내며 외환거래 신고를 하지 않은 혐의(재산국외도피)도 추가했다. 특검은 삼성이 최 씨 딸 정유라(21) 씨의 말을 사주기 위해 허위 용역계약을 맺었다고 판단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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