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대법원장, ‘전국법관회의 상설화‘ 수용, ‘상향식 사법개혁’ 가능해져 -새 대법원장 상대 제도 개선 논의… 법원행정처 기능 축소 가능성 높아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사법파동’ 우려를 낳았던 법원행정처의 권한 남용 파문이 진정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에 관해 다양한 내부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양 대법원장은 법원 내부 통신망에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사항 등에 대한 입장’을 게시하고 △전국법관회의 상설화 △파문에 대한 사과 △관련자에 대한 징계 요구 등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한 추가 조사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장이 사실상 사법권한 남용을 시인하고 전국법관회의를 통해 개선안을 논의하기로 하면서 이번 사태 주된 안건은 ‘블랙리스트 의혹 규명’ 중심의 문책론에서 사법행정제도 개선 논의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일선 판사들도 대체적으로 ‘대법원장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최대치를 수용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서울지역의 한 중견 부장판사는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는 판사회의에서 요구는 했지만 사실상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던 게 아니겠느냐”며 “여기에 대해 유감표시를 하는 정도 외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양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에 대해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도 큰 반발기류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장판사는 “전국법관회의 상설화 등 많은 부분이 수용이 됐기 때문에 1,2차 사법파동처럼 갈 동력이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동료 판사를 압수수색하듯이 조사하는 게 옳은지 모르겠다, 일반 회사에서도 그렇게 하기는 어렵지 않느냐”면서 “이 이슈를 계속 끌고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관대표회의는 다음달 24일 2차 회의를 열고 고등부장 승진제 폐지 등 일선 재판부 독립성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사안의 성격상 단기간에 결론을 내기는 어렵기 때문에 상설화되는 새 대표자 회의가 올 9월 취임하는 신임 대법원장을 상대로 개선책을 요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법원행정처 출신의 한 부장판사는 “결국은 이번 사태의 실질적인 원인 중 하나가 고등법원 이원화 문제를 되돌린 게 아니었느냐”며 “대법원장이 바뀌면 누가 오든 고등부장 승진제는 가장 먼저 손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대법원장이 전국 단위의 법관 대표회의 상설화 요구를 받아들인 점은 앞으로 사법행정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 대법원장은 조만간 대법관회의를 열어 관련 규칙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전국 단위 법관 대표회의가 정례화되면 ‘상향식 의사전달’이 가능해져 그동안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사법정책을 마련해 일선에 하달하던 법원행정처의 기능에도 큰 변화가 생기게 된다.
양 대법원장은 전날 “사법행정의 최종 책임자로서 이번 일로 큰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국민 여러분, 그리고 법관을 비롯한 모든 사법부 구성원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양 대법원장이 취임 후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김수천 전 부장판사와 최민호 전 판사의 수뢰사건이 밝혀진 때를 포함해 이번이 세 번째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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