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희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팀 -망막색소변성 환자에 국내 첫 수술 -“亞서 처음…주변 환자에 도움될것”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유전성 망막색소변성으로 시력을 잃은 지 10년이 지난 중년 여성에게 인공망막을 이식하는 수술이 국내에서 처음 성공했다. 그동안 아주 강한 불빛 정도만 희미하게 감지할 수 있었던 이 환자는 수술 후 시력표의 큰 글씨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을 회복했다.
30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안과 윤영희 교수팀은 망막색소변성 환자 이화정(54ㆍ여) 씨에게 지난달 26일 인공망막 기기 ‘아르구스2’를 5시간에 걸쳐 이식한 뒤 현재까지 시력 회복을 위한 후속 재활치료를 진행 중이다.
망막색소변성은 가장 흔한 유전성 망막 질환으로, 태어날 때에는 정상 시력이지만 이후 망막 시세포의 기능에 점진적으로 장애가 발생한다. 인구 4000명당 1명 꼴로 발생하는 이 질환은 환자의 유전 형태에 따라 발병 시기가 다양하다. 초기에는 야맹증을 주로 호소하고 시야 손상이 진행되며 말기로 갈수록 중심부 망막이 변성되면서 중심 시력이 심각하게 영향을 받아 실명까지 이르게 된다. 망막색소변성으로 실명 위기에 처한 환자는 국내에만 1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이 질환은 약물치료가 불가능하다. 유전자 치료제나 줄기세포 치료제도 개발 중이지만 아직 성과를 못내고 있다. 현재 치료에 쓰일 수 있는 장비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안과연구소의 마크 후마윤 박사가 개발한 인공망막 기기 ‘아르구스2’가 유일하다. 미국, 유럽, 중동 등지에서는 망막색소변성 환자 230여명에게 ‘아르구스2’ 관련 수술이 시행됐다.
이번 수술은 윤 교수팀과 후마윤 박사가 함께 집도했다. 수술을 받은 이 씨는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많이 좌절했지만, 수술 이후 도로에 차가 지나가고 있는지, 눈앞에 사람이 있는지 알아볼 수 있게 돼 감격했다”며 “나와 같은 망막색소변성 환자들에게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 이 씨는 앞으로 20회에 걸쳐 재활치료를 더 받을 예정이다.
수술을 집도한 윤 교수는 “아직 치료법이 없는 망막색소변성 환자에게 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데 의미가 있다”며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인공망막 이식 수술에 성공함으로써 국내뿐 아니라 주변 나라 환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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