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촉탁살인죄 적용”…징역 2년6월 -수억원 빚 시달려 동반자살 결심 [헤럴드경제=이유정 기자]빚 독촉을 피해 동반자살을 시도하던 중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남편에게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다.

창원지방법원 형사4부(부장 장용범)는 살인(인정된 죄명 촉탁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54) 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씨는 지난해 12월 아내 A(63) 씨가 또 다시 일수놀이(본전과 이자를 합한 금액을 며칠에 나누어 일정한 액수를 날마다 거둬들이는 일)를 하다 3억~4억원의 빚을 지게 된 것을 알게 됐다. A 씨는 이 씨에게 “더이상 살고 싶지 않다”라고 반복적으로 말했다. 이 씨는 가장으로써 A씨의 채무를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본인 스스로도 또다시 채권자의 빚 독촉에 시달릴 바엔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A씨는 지난 2003년에도 일수놀이로 과도한 채무를 지고 빚 독촉에 시달렸다. 부부는 이를 피하기 위해 서류상으로 이혼한 후 생활한 사실혼 관계였다.

이들은 자가용 승합차에서 번개탄과 수면제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했다. 이에 실패하자 바닷가 낭떠러지로 차를 몰아 자살하기로 결심했다. 용기가 나지 않아 차 안에서 소주를 나눠 마시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딸에게 전화를 걸어 ‘너무 미안하다. 엄마 아빠는 살기가 싫고 살 이유도 없다’는 유언을 남겼다. 그리고는 이 씨에게 ‘○○아빠 갑시다’라고 소리쳤다. 이 씨는 A씨의 부탁에 따라 차 안에 있던 흉기로 A씨의 복부를 찔렀다. A씨는 그 자리에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 씨는 또다시 일수놀이를 한 아내에 대한 원망과 서러움, 가장으로서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 등이 순간적으로 북받쳐 올라 범행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 측 변호인은 ‘아내의 촉탁(囑託·일을 부탁하여 맡김)에 의한 살해이므로 살인죄가 아니라 촉탁살인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촉탁·승낙에 의한 살인죄는 법정형이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로, 살인죄나 존속살해죄가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는 것보다 낮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을 거쳐 이 씨에 대한 촉탁살인죄를 인정했다. 배심원들은 이 씨의 살인 혐의는 무죄, 촉탁살인 혐의는 유죄로 만장일치 평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