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켜놓고 자면 죽는다”풍문 노후 배선 등 화재사고가 더 문제
#.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의 직장인 김수연(29ㆍ가명) 씨는 여름이면 선풍기를 끼고 산다. 장마가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폭염이 시작하면서 선풍기를 켜놓고 자는 것이 습관이 돼 간다. 김 씨의 부모님은 선풍기를 켜고 자면 죽는다며 끄고 자거나 타이머를 맞추라고 했다. 김 씨는 “선풍기 켜고 자면 죽는다는 말은 더 이상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런 ‘선풍기 사망설’은 외국에 ‘Fan Death in Korea’로 알려지며 황당한 소문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선풍기 사망설을 듣고 황당해하는 외국인 반응을 모은 동영상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실제 선풍기를 켜 놓고 잠에 들었다가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꾸준히 있다. 바람이 아닌 노후배선 등으로 일어나는 화재가 문제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선풍기로 인한 화재는 총 721건이다. 한해 평균 144건이다. 이로 인한 사상자는 44명(사망 6명, 부상 38명)에 달한다. 해마다 9명이 선풍기 화재로 죽거나 다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일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건물 2층에서 장시간 켜놓은 선풍기에서 불이 나 집에 있던 반려견 1마리가 숨졌다. 거실 일부와 선풍기 등 가전제품을 태워 소방서 추산 380만원의 재산 피해를 입혔다. 집주인은 “오전 10시께 외출하면서 반려견이 더울까 선풍기를 켜놓고 나갔다”고 진술했다. 소방당국은 노후 선풍기 배선의 접촉 불량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월별로는 날씨가 더워지는 6월부터 선풍기로 인한 화재가 늘어난다. 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8월에 가장 많다. 가정 등 주거시설이 220건(30%)으로 가장 많다. 음식점 등 생활서비스시설(21%), 산업시설(14%), 판매업무시설(11%)이 뒤를 잇는다.
안전처는 “장시간 쓰지 않은 선풍기는 먼지를 제거한 뒤 창문을 열고 사용해야 하며 선풍기 모터 뒷부분 통풍구를 수건이나 옷으로 막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에어컨 화재도 급등세다. 안전처에 따르면 에어컨 화재는 2014년 122건, 2015년 138건에서 무더위가 이어진 지난해 222건으로 급증했다. 지난 3년간 에어컨 화재로 1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올해도 서울 기준 지난달 16일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하는 등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소방당국은 예년보다 더 빨리 무더위가 찾아온 올해, 비슷한 화재가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고 주의를 당부했다.
안전처는 “에어컨을 제조업체가 권장하는 엔지니어를 통해 설치하고 실외기 주변을 항상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며 “또 많은 에어컨 화재가 실외기에서 시작되는 만큼 실외기를 벽체와 10㎝ 이상 간격을 둬 설치하고 실외기 연결부 전선 훼손 여부 등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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