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김상수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5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찬회담을 갖고 “북한 미사일이 거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에 근접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핵탄두 탑재 역시 2~3년 후에 가능할 수 있으나 이보다 더 단축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차원의 공동결의를 공식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20분부터 오후 8시 50분까지 약 90분간 독일 베를린 연방총리실에서 열린 양국 정상 만찬회담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기술 발전이 어디까지 진전됐느냐”는 메르켈 총리의 질문에 “전날 발사한 미사일은 거의 ICBM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 (기술) 수준도 문제이지만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정확도와 핵탄두 탑재 가능 여부는 미지수이고 이 역시 2~3년 후엔 가능할 것으로 판단할지 모르지만 지금 (발전) 속도로 보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2~3년보다 단축된 시기 내에 ICBM에 핵탄두까지 탑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미국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미국 측과 이 같은 전망을 공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에게 G20 정상회의에서 대북 공동 결의도 공식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가 경제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이고 이미 주제도 정해져 있지만, 북한 미사일 도발의 심각성을 고려, 의장국으로서 회원국 공동 결의를 담아내려는 관심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메르켈 총리는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면서도 “모든 회원국이 이 문제에 관해 논의했다는 내용과, 유엔 결의와 해당 조치에 (북한이) 따라야 한다는 정도의 내용을 의장국 성명에 기술적으로 포함시키는 건 검토해볼 수 있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메르켈 총리는 “G20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한 의지도 피력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구체적 내용은 유엔 안보리에 맡기되 G20은 원칙적 입장에서 공동의지를 표명하는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고 했다.

양국 정상은 대북 제재가 무력충돌로 비화되는 데엔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메르켈 총리는 “(미국의) 빠른 반응이 자칫 위험한 상황으로 흐를 수 있다는 걸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얘기할 생각”이라 했고, 이에 문 대통령도 “저도 생각이 같다. 제재와 압박이 북한의 핵폐기를 위한 수단이 돼야 하고 평화 자체를 깨뜨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금처럼 긴장이 높아질수록 우발적 이유 하나로도 자칫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으니 제재와 압박을 높이되 상황 관리도 함께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상회담과 관련, “메르켈 총리의 끊임없는 관심과 질문이 이어졌고 문 대통령이 이에 답하는 형태로 진행됐다”며 “메르켈 총리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또 메르켈 총리는 회담 후 문 대통령이 환송장에서 환호하는 교민들에게 다가가자 문 대통령과 함께 직접 교민들을 향해 100여m를 동행하기도 했다. 이에 독일 측 인사는 우리 정부에 “이런 장면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메르켈 총리의 환대가 각별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