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동중화 조선사 4척 동시수주 5년만에 수주 1위 탈환 물거품 국내업계 ‘종합 실증설비’ 맞대응 중국 후동중화 조선사가 국제 LNG(액화천연가스) 운송선 경쟁 입찰에서 4척을 한꺼번에 수주한 것은 중국 조선 기술의 성장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고의 기술력과 안정적 인도 시기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온 한국 조선사들이 숨가쁘게 쫓기는 원인 중 하나다.

LNG 선박은 한국 조선사들이 세계 최다 건조 기록을 가진 시장이다. LNG를 배에 실어 운반하려면 영하 162도의 초극저온 상태로 LNG를 유지해야 하고,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에도 안정적인 항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단 한번의 사고로도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킬 수 있어 안정성은 선박 건조에 필수적이다.

선주사들이 ‘안전’을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내세우고, LNG선박 건조 전력과 인도 실적 등 관련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는 이유도 대형 사고 시 피해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LNG선박 시장은 한국 조선사들의 독식 무대였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6개월 동안 한국 조선사들은 전세계 LNG선박 및 설비 수주를 독식했다. 올해 전 세계에선 13척의 LNG 선박 및 설비가 발주됐는데, 이를 한국 조선 3사가 모두 쓸어담았다.

이는 후동중화 조선사가 야말프로젝트에 사용될 LNG선박 4척을 수주했다는 사실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기도 하다.

LNG 선박 시장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은 부가가치가 높고 성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국의 조선해운시황분석기관 클락슨은 2017년 대형 LNG선 발주량을 14척 규모로 전망했다. 오는 2018년부터 2025년 사이의 연평균 발주량은 36척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년간 연평균 LNG선 발주량(25척)에 비해 빠르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작년 8월 에너지 및 원자재 시황분석기관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도 LNG 시황전망에서 2022년부터 2035년까지 약 300척의 LNG선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LNG 시장이 커지는 것은 환경 규제 덕분이다. 지난해 G20(주요 20국)은 화석 연료 소비를 줄이는데 합의했고, 이에 따른 선박 교체 수요가 LNG선 발주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조선사들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울산 본사에 실물 규모의 ‘LNG선 종합 실증설비’를 만들었다. 선주사들에게 현대중공업의 핵심설비 성능과 안전성을 눈으로 확인시켜주기 위한 장치다.

삼성중공업은 LNG 화물창에서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5월 대한해운으로부터 한국형 LNG 화물창(KC-1)이 적용될 7500㎥급 소형 LNG선 2척을 1억 달러에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초로 쇄빙(얼음을 깨는) 기능을 갖춘 초대형 LNG선을 인도했다.

중국 조선업이 한국 조선업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은 2012년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국제 선박시장의 발주량이 급감했다. 중국과 한국의 시장 대응 전략은 달랐다. 중국은 당국 발주 물량으로 조선업 육성에 적극 나섰고, 한국 조선업은 해양플랜트가 차세대 먹거리 산업이라 주목하며 수주에 열을 올렸다. 한국 조선업의 문제는 그때부터 누적된 해양플랜트 물량이 부실 저가 수주로 나타나면서 실적 악화로 급속히 이어졌다.

6일 발표된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자료에서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선박 수주 경쟁에서 한국이 막판에 중국에 밀려 2위를 차지한 것도 올해 상반기 마지막날인 30일께 후동중화 조선사가 LNG선박 4척을 한꺼번에 수주한 원인이 컸다.

지난 6월 28일까지만해도 한국 조선업은 수주실적 기준으로 중국을 앞서면서 5년만에 1위를 탈환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런데 중국 후동중화가 LNG 운반선 4척을 대량 수주하는 바람에 최종 순위마저 바뀌게 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중국의 LNG선의 건조 실적과 기술면에서 한국에 한참 뒤처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건조·인도 실적이 높아질수록, 그리고 비교적 저렴한 인건비를 통한 싼 건조 가격은 국제 입찰시장에서 무시못할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한국이 일본 조선업을 따라잡았던 것처럼 중국도 야금야금 한국 조선업을 따라잡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