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방향이 이통업계에 계속 파문을 던지고 있다. 가입자당 1만 1천원씩 부과되던 기본료 폐지부터 시작해 2만원대 보편적 요금제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이전 정부부터 조금씩 논의되어 오던 주제이다. 그렇지만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한 이론이 커서 그동안 실시과정까지 가지 못한 정책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란 이동통신사, 대리점 등 통신사업자가 휴대폰(단말기)를 판매하지 못하게 금지하는 제도이다. 현재 국내 사용자 가운데 98%가 휴대폰을 구입하기 위해 이통사 대리점을 찾는다.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한군데서 구매하게 되는데 편리해 보이지만 소비자의 단말기 선택폭이 좁혀진다. 유통을 맡은 이통사가 선호하는 단말기만 비치되거나 잘 보이지 않게 치워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가격 면에서도 일종의 할인판매인 제조사 장려금과 이통사의 보조금이 구분되지 않고 섞이면서 휴대폰 출고가 형성이 시장논리에 맞지 않게 만들어지는 효과도 생겼다. 제조사, 이통사,대리점, 판매점이라는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친 단말기 출고가 거품도 생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이통사가 휴대폰 유통과정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통신서비스만 제공하며, 제조사는 단말기 판매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이렇게 해서 거품이 낀 출고가를 낮추고 통신서비스 경쟁에 집중하게 하겠다는 취지이다.해외에서는 일본을 제외하면 북미, 서유럽 같은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이나 아시아 대부분 국가에서도 통신사를 통해 휴대폰을 구입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단말기 판매와 서비스 가입이 철저하게 분리된 환경이다. 따라서 단말기 가격이나 요금제에 거품이 낄 우려가 적다.반면 국내에서는 기본료 논란부터 시작해서 통신비에 거품이 들어있다는 의견이 상당히 많다.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다시 거론되는 이유이다. 그렇지만 이 단말기 완전자급제도 입법을 거쳐야 한다. 이미 관련 법안은 발의됐지만 제조사와 이통사의 반대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과연 이 제도가 시행되었을 때 효과는 있을까?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은 단말기 완전자급제로 요금제에 따라 월 6천~1만2천원의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국정기획위원회 가계통신비 인하안이 미흡하다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 협의기구를 만들어 휴대전화 완전자급제 도입을 실질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대의 목소리도 비교적 크다. 특히 국내 단말기 업체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큰 삼성전자가 시장장악력을 더 크게 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회에서는 중소 유통업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와 LG전자 베스트샵 등 대형 유통점에서는 직접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은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시장에 혼란을 몰고 올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하면서 유통망의 급격한 재편과 소비자들의 불편 등 우려되는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삼성전자와 이통사인 SKT측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강한 반대는 하지 않지만 호응을 하지도 않는 태도이다. 이 제도가 가져올 효과에 대한 계산이 확실히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가장 분명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일선에서 단말기 판매와 통신상품을 팔고 있는 대리점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언론에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팔비틀기식 가계통신비 절감 논의가 기본료 폐지 갈등으로 번지다가 급기야는 단말기 자급제 논의로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성명에서 자급제는 프리미엄 단말기가 주도하는 한국 시장에서 할인 없이 단말기를 구입해야하는 소비자의 반발이 심할 것이며, 법률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과연 어떤 변화가 올까? 기대하는 통신비 인하효과가 나올 수 있을까? 대체로 업계에서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로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이 손실보다 더 크다고 긍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동시에 단말기 판매 수익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기존 대리점 유통업체가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전문가는 “현재 가계 통신비 인하를 둘러싼 이해관계는 사실상 제로썸 게임에 가깝다” 면서 “사용자 측면에서 헛되이 나간다고 생각하는 통신비 거품이 관련업계 종사자에게는 영업이익과 생계비 창출로 직결되고 있다. 한쪽을 크게 만들면 다른 쪽이 피해를 본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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