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해외 금융기관들이 거래 내역을 주시하는 국내 정치인들의 규모가 1만 5천명인 것으로 추산됐다. 국내에서도 국제 기준에 맞춰 이들의 금융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금융산업을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보호하고 국정농단과 같은 정치 개입 불법 자금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2일 한국금융연구원 이윤석 국제금융연구실장의 보고서 ‘국내의 정치적 주요 인물에 대한 금융회사의 강화된 고객확인 제도 도입 필요성과 시사점’에 따르면 미국 금융기관 다우 존스 데이터베이스에서 분류한 한국의 ‘정치적 주요 인물’(PEPS, Politically Exposed Persons)의 규모는 1만 5천명 수준이다. 다운 존스는 이들 명단을 전세계 금융사에 제공해 ‘고위험 금융 거래’를 감독ㆍ감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인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보고서에서 이윤석 실장은 국내의 ‘정치적 주요인물’ 범위를 최소 1만2120명으로 추계했다. 2016~2017년 기준 정무직 공무원 117명, 고위공무원 1051명, 332개 공공기관장, 부장판사급 이상 법관 828명, 국회의원 300명, 군장성 440여명, 지자체장 262명 등에 이들의 가족이나 측근을 3명으로 더해 추산한 수치다.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인 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는 각국 금융회사가 외국의 정치적 주요인물과 고위험 거래를 수행하는 경우 거래전 고위 경영진의 승인 취득, 자금출처의 확인, 거래관계에 대한 모니터링을 요구하고 있으며, 지난 2012년 권고기준을 개정하면서 자국의 정치적 주요인물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도록 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도 국내외 정치적 주요인물에 대해 명단을 작성하고 금융 거래 감독을 강화한 국제 기준을 따를 것을 제안했다. 현재 FATF의 권고를 완전 이행하고 있는 국가는 싱가폴과 스페인이고 호주,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스웨덴, 스위는 부분적으로 따르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도 2020년 FATF의 상호평가를 앞두고 국내의 PEPS(정치적 주요인물)제도 도입을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PEPS의 범위를 한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내의 PEPS 도입시 금융회사는 자금세탁 방지제도의 개선 및 국제기준의 준수라는 직접적 효과 외에도 각종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간접적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또 “국정농단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직위 외에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사들까지 포함해 국내의 PEPS 명단을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 자금세탁방지당국인 금융정보분석원 뿐 아니라 검찰, 경찰, 국민권익위원회 등 사정당국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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