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궁금해 하던 ‘비밀의 방’이 드디어 열렸다. 그동안 면세점 사업자 선정 때마다 관세청이 ‘꽁꽁’ 숨겨왔던 채점 과정을 앞으로 전면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업계도 늦었지만 관세청의 ‘환골탈태’ 시도를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2015년 두 차례 진행된 서울시내 면세사업자 선정이 각종 특혜 비리로 얼룩졌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났기 때문에 가능했다. 감사 결과 관세청은 심사 점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호텔롯데를 연달아 탈락시키고 7월엔 한화가, 11월엔 두산이 면세점 사업자에 선정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정치권 개입설’, ‘특정 기업 사전 낙점설’ 등의 논란이 일었지만 관세청은 끝까지 ‘깜깜이 심사’ 방식을 고수했었다.

관세청의 ‘검은 얼굴’이 세상에 공개되자, 깜짝 놀란 정부는 결국 두 달만에 ‘공개’ 카드를 들고 돌아온 것이다. 관세청이 심사과정을 독점하던 특허심사 체계를 민간위원회 중심으로 바꾸고, 특허심사 관련 각종 정보를 전면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기로 한 것이 그것이다.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해 누가 심사에 참여했는지 밝히고 평가결과를 전면 공개해 불공정 심사 논란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 특허심사 전반에 대해 시민단체 등 외부인이 심사과정을 참관해 철저한 통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면세점 제도개선 태스크포스팀은 이번 1차 개선안에 더해 내년 중에 면세점 특허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2차 개선안을 발표키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면세점 특허기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 면세점 사업자 선정방식을 현행 특허제에서 등록제ㆍ경매제로 변경하는 방안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시간’이다. 당장 오는 12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11월말까지 후속사업자를 선정해야 하는데 특허공고는 지난달 29일에서야 급박하게 나왔다.

통상 6개월 소요되는 절차가 2개월로 줄어들면서 준비 일정이 빠듯해진 것이다.

조급한 건 입찰 준비를 해야하는 업체들 뿐만이 아니다. 기존에 15명 이내 수준이던 특허심사위원회의 민간전문가 풀을 100명 내외로 확대해야 하는 관세청으로서도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됐다.

특히 관세청이 특허심사위원회의 민간전문가 풀을 오는 11월말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과연 한달 만에 제대로 된 민간전문위원들을 섭외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상 특허 심사를 2개월 안에 마친다는 구상인데 통상 면세점 특허심사가 6개월 이상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개선안이 나오고 나서 하는 첫 면세특허권 발급부터 ‘날림 심사’가 우려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시각에 대해 정부는 비영리단체를 중심으로 추천받고 있으며 ‘워낙 훌륭한 인재가 많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이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보세구역 관리역량, 경영역량, 관광 인프라, 경제ㆍ사회 공헌 및 상생협력 등 세부분야가 나뉘어져 있어 이에 딱 맞는 다수의 전문가들을 찾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기존에 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대다수 심사위원들이 정부 소속의 공직자였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민간전문가 풀은 턱없이 좁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또 100명의 위원회 선발을 관세청이 직접 맡으면서 여전히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새롭게 구성될 특허심사위원회 구성원 중 공무원과 그에 준하는 지위의 구성원은 모두 배제할 예정이지만 결국 민간위원을 ‘뽑는’ 주체가 관세청이기 때문이다.

관세청이 결국 특허심사 과정을 주도하는 데에는 기존 제도와 큰 변화가 없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점수 조작의 주범이었던 관세청이 완전히 손을 떼는 것도 아니고 특허 심사에 참가하는 위원들을 직접 뽑는다는 건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게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독립된 기구에서 구성하는 위원회가 아닌 이상 신뢰가 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는 결국 다시 정부와 업체들 간 불신의 문제로 이어진다. 당장 11월말에 이뤄지는 특허 선정 과정에서부터 ‘관세청을 믿을 수 없다’는 잡음이 끊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늦더라도 제대로 가는 게 맞다. 관세청은 급작스럽게 이뤄진 감사원 감사 결과와 발등에 불로 떨어진 특허심사 공고일정으로 무리한 개선책을 부랴부랴 내놓은 건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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