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개혁정책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공공부문ㆍ노동ㆍ금융분야와는 달리 과속이 우려될 정도로 개혁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대기업 개혁’이다. 대기업으로 몰리는 부의 편중을 막고,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새정부 출범 직후 내각 인선에서부터 확연했다.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인 장하성 정책실장에 이어 ‘재벌 저격대표선수’로 알려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정점을 찍었다.
대기업 개혁의 칼자루를 쥔 김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대기업 개혁은 몰아치듯 해선 안된다”고 했지만, 이는 수사(레토릭)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상조 호(號)’ 공정위는 올해 초 시작된 45개 대기업집단 계열사의 일감몰아주기 전수조사와 함께 최근에는 기업 지배구조 감시차원에서 공익재단에 대한 전수조사 계획을 밝혔다. 국회의 법안처리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상법, 자본시장법에 앞서 공정위 자체적으로 발동할 수 있는 대기업 규제 카드를 잇달아 꺼내든 것이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취임 초 대기업 관계자와의 간담회를 통해 자발적 개혁을 요구하는 한편, 이달 초 두번째 만남에서는 “개혁 의지에 의구심이 든다”며 경고장을 던졌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대기업 조사 전담조직으로 김대중 정부 때 만들어졌다가 2005년 폐지된 ‘조사국’의 후신으로 기업집단국을 신설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의 이상징후를 포착해 직권 기획조사를 시행하고, 법 위반 때 엄중 제재하는 것이 기업집단국 본연의 역할” 사실상 실력행사 준비도 마쳤다.
이처럼 몰아치는 공정위의 대기업 개혁 행보는 일각에서 “역대 기업에 가장 혹독한 공정위”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국민들로 하여금 대기업이 부를 독점하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인식될 수 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제계와 학계에서는 이같은 대기업 개혁 속도전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보내고 있다. 산업화 시대의 압축 성장과정을 거치면서 비정상적으로 몸집을 불려 온 대기업의 고질적인 병폐를 바로 잡을 기회가 왔다는 ‘긍정’과 함께 어디로 튈 지 모를 대기업 정책에 기업의 경영환경이 훼손될 지 모른다는 ‘부정’이 교차하는 것이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공정위의 대기업 개혁에 볼멘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공정위가 지적하는 지배구조 등 대기업의 문제들이 수십년간 이어져 시스템화 돼 있는만큼 이를 자발적으로 개선하는 데 필요한 시간도 고려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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