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1기 조각 마친 다음날…물타기” 반발 “1기 내각 장관 모두 하자없는 면죄부” 비판 위장전입·탈세는 오히려 검증문턱 느슨해져 靑, 진의와 무관하게 불필요한 의구심 자초
청와대가 고위공직자 임용 배제 7대 기준을 발표한 이후에도 후폭풍이 적지 않다. 장관직 인사가 마무리된 직후 발표에 나선 대목이나, 사실상 1기 내각의 ‘면죄부’가 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음주운전이나 위장전입에서도 ‘2회 이상’만 적용되고, 탈세는 실제 처벌 받은 경우로만 제한하는 등 오히려 검증 문턱이 느슨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야권에선 우선 발표 시점을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가 새 임용 배제 기준을 발표한 건 지난 22일로, 이날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임명해 새 정부의 1기 조각(組閣)을 마친 바로 다음날이다.
정의당을 제외한 야3당은 일제히 발표 시점을 비판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3일 “버스가 지나간 뒤 뒷북치며 손 흔드는 격”이라며 청와대의 전날 인사 7대 원칙 발표를 평가 절하했다.
5대비리 전관왕 이효성 방통위원장, 여성비하 표현의 탁현민 비서관, 음주운전 적발 무마 혐의의 송영무 국방부 장관, 모녀간 거래로 세금을 축소, 사실상 탈세를 저지른 홍종학 중기벤처부 장관 등을 하나하나 열거한 정 원내대표는 “더 가관인 것은 홍종학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반대가 많은 장관이 일을 더 잘한다’는 언급이나 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국회와 야당, 언론, 민심을 공개적으로 무시하고 멸시한 행태”라고 ‘내로남불’ 인식 자체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행자 국민의당 대변인은 “청와대는 정말 ‘뭣이 중헌지’를 모르는건지, 면피용 발표인자 알 수 없다”며 “청와대가 우선 할 일은 ‘인사라인 교체’와 ‘인사추천실명제’”라고 근본적인 문책을 촉구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홍종학 중기벤처장관 임명 강행 직후 나온 7원칙을 ‘황당한 일’로 규정하며 “자신들은 원칙도 안지키면서 조각이 끝나자마자 발표하는데 어떤 국민이 납득하겠나”고 반문했다. 유 대표는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할 판에 7원칙 같은 거나 밝히는 일에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 걱정”이라고 민심에 귀닫은 청와대와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논란과 관련,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라고 참모진에게 지시한 시점은 5월 말이다. 이후 발표까지 약 6개월이 걸린 것이다. 그 사이에도 인사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세부 기준안이 언제 발표되느냐”는 질문이 이어졌으나, 청와대는 명확히 답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첫 조각이 완료되자마자 세부 기준안을 발표하면서, 청와대는 진의와 무관하게 불필요한 의구심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
새 기준을 적용한다고 해도 1기 내각에 입성한 장관 중 배제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논란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18명의 장관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별다른 논란 없이 임명된 장관은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포함, 극소수에 그쳤다. 강경화 외교부장관ㆍ송영무 국방부장관ㆍ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3명은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한 채 강행 수순을 밟았을 정도다.
크고 작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1기 내각이지만, 국회에서 끝내 거부한 송영무 국방부장관이나 강경화 외교부장관도 새 기준으로도 배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송 장관은 1991년 당시 음주운전 및 은폐 의혹이 제기됐었다. ‘10년 내ㆍ2회 이상’이란 새 기준에 모두 벗어나 있다. 강 장관은 2000년 딸을 위장전입한 사실이 가장 큰 논란이었다. 청와대는 위장전입 배제 적용의 판단 기준으로 인사청문제도가 장관급으로 확대된 ‘2005년 7월 이후’란 시점을 적용했다. 강 장관과 같은 위장전입 사례 역시 배제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검증 문턱이 더 낮아졌다는 지적도 있다. 음주운전이나 위장전입에서 ‘2회 이상’일 때에만 배제 대상에 포함된다고 명시하면서, ‘1회 정도는 괜찮다’는 식의 해석이 나올 소지가 크다. 청와대 관계자는 “1회라도 내용에 따라 상습적이고 고의ㆍ중대성이 있다면 배제대상이 된다”면서도 “2회 이상이란 기준을 만들 때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실수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전했다.
세금탈루 등에선 처벌법 위반으로 처벌받거나 고액ㆍ상습체납자로 명단이 공개된 경우를 배제 대상으로 정했다. 실제 처벌을 받은 경우만 배제시키겠다는 의미다. 성 관련 범죄도 성희롱 예방 의무가 법제화된 1996년 7월 이후로 시점을 정했다. 성범죄와 관련, 굳이 적용시점을 정하는 게 지나치게 자의적이란 비판도 있다. 위장전입이나 논문표절이 일상화됐던 당시 사회상도 일정부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하에 위장전입이나 논문표절 등도 적용 시점(2005년 7월, 2007년 2월)을 정했다. 그런데 성범죄 역시 특정 기준 시점을 정한 건, 마치 성범죄를 위장전입이나 논문표절 등과 동일한 위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1996년 7월 이전에 저지른 성범죄는 책임을 묻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김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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