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핑계 아닌가요?”
뾰족한 목소리가 스튜디오 내에 울려 퍼졌다. 최저임금 상승의 영향으로 각종 비용이 늘어 결국 총 제작비가 올라갔다는 영세 채널사업자 대표의 토로에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되물은 말이었다.
지난 25일 유료방송업계의 고용환경 개선과 최저임금 정착을 위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겠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마련한 자리였다.
현장의 어려움을 얘기해보라는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의 권유에 영세 채널사업자 대표는 “저희는 매우 영세하다보니 제작 과정에서 조명, 음향, 세트 등을 프리랜서, 아르바이트 등을 고용하는데 (최저임금 상승의) 영향이 없지 않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단적인 예로 방송편집실 대여비가 기존에는 80만원 들었는데 1월1일부터 120만원으로 올라갔고, 이런 것들이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져 부담이 커졌다”고 말을 이었다. 최저임금 상승이 단초가 되며 제작 하부구조에서의 비용과 공간 대여 비용도 올라갔다는 의미였다.
그러자 문 보좌관은 공간 대여비가 50% 올라간 것은 다른 원인도 살펴봐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핑계로 쓰기 좋죠.”라며 톡 쏘아붙였다.
일견 타당한 문제 제기일 수는 있으나,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겠다는 취지에는 걸맞지 않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상대가 거대 채널사업자(MPP)가 아닌, 알바를 고용하고 시설을 대여하는 영세한 사업자였기에 더욱 그랬다.
간담회 자리의 기자들 사이에서는 “답정너(답은 정해져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아니냐”는 수군거림까지 나왔다.
영세 사업자 대표는 간담회 후 “이번 정부가 서민을 위한 정부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영세사업자의 입장도 헤아려달라는 의미에서 드린 말씀”이라며 “아무래도 정책을 추진하는 입장이니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애써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청와대 참모들과 정부 부처 장관들이 최저임금 홍보 등을 위해 대거 현장 출동하고 있으나, 정작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는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행사마다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환경 개선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협조만 구할 뿐, ‘답정너’ 식으로 귀를 막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실제로 싸늘한 현장 반응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서로가 곤혹스러운 현장간담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8일 최저임금 대책을 설명하기 위해 들른 서울 관악구의 한 음식점에서 종업원으로부터 “종업원도 장사가 잘돼야 마음 편히 임금을 받는다”는 핀잔을 들었다. 홍장표 경제수석은 장사가 안 된다고 토로하는 음식점 주인에게 “사람을 더 쓰라”는 동문서답을 해 비판을 듣기도 했다.
유영민 장관 역시 통신공사업계 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정착과 정규직화 등을 당부하자 “수주 확대가 우선”이라는 답을 들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년일자리 점검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장관들을 질책하고 나섰다. 좀 더 의지를 갖고, 현장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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