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이름·모양 갑론을박 법원 판결놓고 업계도 술렁

하나의 제품이 시중에 나와 히트를 치게 되면 이 제품과 이름과 모양이 비슷한 제품이 나오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제약업계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최근 삼성제약의 피로회복제 ‘박탄’이 자사 드링크 제품인 ‘박카스’의 상표를 베꼈다며 제품생산과 판매를 중단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동아제약의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은 동아제약이 삼성제약을 상대로 낸 ‘상품 및 영업표지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두 제품 사이에 제품명, 사용표장(기호, 문자, 형상, 색채 등을 결합해 만든 상표)에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동아제약 ‘박카스’는 3음절, 삼성제약 ‘박탄’은 2음절 단어가 사용표장의 주요 부분”이라며 “이는 외관 및 호칭 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두 제품의 디자인 가운데 도형 부분인 둥근 형상 역시 박카스는 테두리가 톱니바퀴 모양의 타원형인 반면 박탄의 경우 테두리가 칼날 모양의 원형으로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동아제약과 삼성제약은 장기간에 걸쳐 제품을 독자적으로 생산 및 판매해 왔고 두 제품의 외관, 호칭 등의 차이점으로 소비자에게 혼동없이 구별돼 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우리로선 박탄이 박카스의 상표를 표절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향후 다른 방법을 통해 삼성제약에게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법원 판단에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름이 3글자, 2글자로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포장을 보면 누가 봐도 박탄이 박카스의 디자인을 흉내냈다고 볼 수 밖에 없다”며 “이런 경우가 표절이 아니라면 앞으로 히트 상품에 대한 유사 상표를 도용한 제품이 무수히 쏟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상표로 인한 혼란 사례는 또 있다. 지난 해 대웅바이오는 인지개선 치료제 ‘글리아타민’을 출시했는데 원개발사인 이탈파마코는 이 제품명이 자사 제품인 ‘글리아티린’과 비슷하다며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특허법원은 글리아타민이 글리아티린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웅바이오 측은 “‘글리아타민’과 ‘글리아티린’의 ‘글리아(GLIA)’ 는 신경세포를 칭하는 의학용어로 식별력 판단 대상이 아니다”며 “결국 이번 소송에서 식별력 판단 대상은 ‘타민’과 ‘티린’ 부분이고 이는 누구나 쉽게 구별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대웅바이오는 이번 결정을 받아 들일 수 없다며 상고 의사를 밝혔고 최종 결정은 대법원 판단에 맡겨졌다. 이처럼 비슷한 상표로 인한 업체 간 감정 싸움은 흔한 현상이다. 하나의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을 하게 되면 이 인기에 편승해 비슷한 이름을 가진 제품이 나오는 것은 유통 업계에서 자주 목격되는 일이고 이는 제약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제약업계에서는 오리지널 제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오리지널 제품 이름을 연상시키는 비슷한 제네릭 제품들이 발매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물의 성분명이 같다보니 이를 사용하다보면 비슷한 이름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은 이해한다”며 “다만 한 제약사가 오랜 시간 공들여 구축해 온 이미지를 무단으로 사용해 무임승차하려는 생각은 업계 동료로서 양심상 자제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