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스스로의 힘으로 최선”...강제수사 논란 등 차단 의지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대법원이 일선 판사들을 사찰하고,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이 24일 ‘별도의 기구를 설치해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A4용지 3쪽 분량의 ‘입장문’을 통해 “저는 이번 일이 재판과 사법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무너뜨리고 있음을 직시하고 있다”면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큰 상처를 준 것에 대해 마음 깊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김 대법원장은 “추가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른 합당한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필요한 범위에서 조사결과를 보완하고, 공정한 관점에서 조치방향을 논의해 제시할 수 있는 기구를 조속히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조사 기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직권남용 혐의 등 강제수사논란을 의식한 듯 “법원 스스로의 힘으로 이번 사안이 여기까지 밝혀졌듯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언급했다.
2월로 예정된 법원 정기인사를 통해 인적 쇄신을 단행할 뜻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사법행정의 문화와 관행을 이끌어 내기 위한 인적 쇄신 조치를 단행하고, 법원행정처의 조직 개편 방안도 마련하겠다”며 “기존 법원행정처의 대외업무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상근 판사를 축소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이번 일의 가장 큰 피해자가 결국 국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2018년을 사법부 혁신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는 해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번 일의 처리도 그 과정의 하나로 걸맞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대법원은 입장문을 파일 형태로 출입기자들에게 전달했을 뿐, 김 대법원장이 직접 입장문을 낭독하거나 공보관실 브리핑을 별도로 열지는 않았다.
22일 법원추가조사위원회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을 중심으로 다수 법관들에 대한 여러 동향과 여론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정황이 나타난 문건이 상당수 발견됐다”고 밝힌 후 파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법원 안팎에서는 당시 법원행정처 처장으로 재직했던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과 임종헌(59· 16기) 전 차장은 물론 양승태(70·2기) 전 대법원장까지 관여 여부를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시기 대법원은 소수의 사건만 선별적으로 3심 재판 대상으로 삼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와 국회를 상대로 입법 활동을 벌였다.
조사위가 발표한 내용을 종합하면 법원행정처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재판을 맡은 판사들의 동향을 조사하고, 내용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위는 이밖에 ▷대법원장의 권한 분산 필요성을 토의한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 축소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 경선 개입 ▷사법행정권 개선을 위한 위원회 후보자 성향 분석 ▷인터넷상의 판사 익명 카페 동향 보고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특정 판사 외부 기고글 분석 및 소셜네트워크 댓글 동향 등을 직접적으로 다룬 문서를 다수 확보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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