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잘 나가는 듯하던 우리경제에 심상찮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수출을 제외하고 최근 발표된 산업활동 동향과 소비자물가, 경기실사지수 등 주요 경기지표에서 작년말 이후 경기둔화를 나타내는 신호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산업활동 측면에서는 제조업과 건설 부문이 눈에 띄게 움츠러들고 있고, 근원물가는 18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며 내수 부문의 수요가 위축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 체감경기도 급락하는 등 전반적인 경제활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제조업 생산이 전년동월에 비해 6.6% 감소한 가운데, 28개 중분류 업종 중 22개 업종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25.2%), 가구(-23.5%), 의복ㆍ모피(-15.7%), 금속가공(-13.5%) 등 11개 업종은 두자릿수의 감소세를 보였다. 반도체 등 전자부품(19.3%), 통신ㆍ방송장비(12.8%) 등이 활기를 띠었으나 제조업 체감경기는 아주 싸늘한 셈이다.

이같은 생산 위축에도 불구하고 판로가 마땅치 않자 출하는 더욱 큰폭인 -8.0%로 줄었고, 이에 따라 재고는 9.5% 늘었다. 공장과 창고에 재고가 쌓이자 기업들은 생산라인 가동을 줄여 지난해 12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경제위기 수준인 70.4%에 머물렀다.

건설의 경우 건설기성은 이전 수주물량에 힘입어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으나, 향후 건설경기를 보여주는 건설수주는 지난해 후반 이후 급감하고 있다. 건설수주는 작년 2분기에만 해도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16.8% 증가했으나 3분기에 -10.9%의 감소세를 보인 데 이어 4분기에는 감소폭이 -17.0%로 확대됐다. 작년 11월부터는 건축과 토목, 민간과 공공 부문 수주가 동반 감소하고 있다.

가장 최근 지표인 올 1월 소비자물가는 1.0%로 안정세를 보였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경제 전반의 수요 둔화로 경기회복세가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계절적 변동이 큰 요인들을 제거해 경제활동에 따른 물가압력을 측정하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상승률은 지난달 1.1%에 머물러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 12월(0.5%) 이후 18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근원물가는 2015년 2.2%에서 2016년 1.6%, 지난해 1.5%로 낮아지다 이젠 1%대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물가가 안정되면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저물가는 경제활력이 저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발표된 주요 기관들의 기업 경기실사지수도 급락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선 중소 제조업과 내수업체의 체감경기가 13개월만에 최악이었고, 한국경제연구원의 600대 기업 BSI 2월 전망치는 21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 1월 수출이 1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경기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경제 저변은 매우 취약한 셈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3%대 성장 기대에도 불구하고 수출 ‘외끌이’에 따른 착시현상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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