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용비리 검찰수사 불가피 해당 금융사, 관련의혹 전면부인 당국도 혁신동력 명분 시험대 업무방해죄 성립여부 다툴 듯

그동안 ‘신경전’을 벌였던 금융당국과 금융사들 결국 ‘피’를 보게 됐다. 금감원이 발표해 검찰에 이첩한 채용비리 의혹을 두고 해당 금융사들은 전면 부인으로 응수했다. 금감원은 ‘고발’이 아니고 ’이첩‘일 뿐이라고 선 그었지만 자신감이 상당하다. ’이첩‘은 검찰에 조사 자료를 모두 전달하고 향후 수사 진행이나 기소 여부는 검찰 판단에 맡긴다는 뜻이지만, 수사는 불가피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결국 ‘법대로’ 승부가 벌어지게 된 셈이다.

검찰이 사건을 배당하고 나면 채용비리 의혹 2막이 열릴 전망이다. 채용비리 근절에 대한 정부 의지와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면 기소를 안할 수 없을 것이란게 중론이다.

의혹이 제기된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자리’가 걸려있는 상황이라 전사적인 대응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융회사 임원이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 임원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이 경우 금융당국은 해임요구 등 관련 제재조치를 부과할 수 있다. 은행법에도 은행의 임원이 은행의 건전한 운영을 크게 해치는 행위를 하면 금융당국이 주주총회에 그 임원의 해임을 권고할 수 있게 돼 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의 사례에 비춰보면 채용비리 의혹에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업무방해다. 형법은 허위사실 유포나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관건은 전형 통과 인원이 늘어나거나 임원 면접에서 등수가 바뀌는 등의 과정이 ‘경영상의 판단’으로 인정 받느냐다. 금감원은 이전 전형까지 최하위였던 지원자가 최종 면접에서 인사담당 임원으로부터 최고점을 받고, 상위권에 있던 지원자의 면점 점수가 최하점이 되는 등 마지막 단계에서의 ‘뒤집기’가 의심스럽다고 봤다.

이에 은행들은 ‘경영상의 판단’이라 응수할 가능성이 있다. 면접은 서류전형이나 인적성검사처럼 자료가 상세하게 남아있는게 아니어서 법정에서의 첨예한 다툼이 예고된다.

공교롭게도 적발된 시중은행은 KB국민과 하나다. 당시 행장까지 겸임했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했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지난달 3연임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다음달 주주총회 승인이 나면 3연임 과제를 마무리하게 된다.

DGB금융지주 회장과 대구은행장을 겸임하고 있는 박인규 회장도 위기는 마찬가지다. ‘상품권 깡’을 했다는 의혹 수사가 반년 가까이 진행되는 가운데, 대구은행에서 채용비리까지 불거졌다. ‘산 넘어 산’인 셈이다.

한편,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마자 책임을 지겠다며 스스로 물러나 개인자격으로 법정 다툼중이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달 이 전 행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도현정 기자/